한샘-롯데, ‘合家’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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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롯데, ‘合家’ 이대로 괜찮을까
  • 손정은 기자
  • 승인 2021.09.14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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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헤지펀드 이슈 해결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지난 9일 롯데쇼핑은 이사회에서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한 신설 사모투자펀드(PEF)에 출자하기로 결의하고, IMM 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에 출자 확약서를 제출했다. ⓒ한샘 CI
지난 9일 롯데쇼핑은 이사회에서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한 신설 사모투자펀드(PEF)에 출자하기로 결의하고, IMM 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에 출자 확약서를 제출했다. ⓒ각사 CI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이 롯데쇼핑 품에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시너지가 어떻게 펼쳐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최근 한샘 2대 주주가 양사의 합가(合家)에 반발한 부분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일 롯데쇼핑은 이사회에서 한샘 지분 인수를 위한 신설 사모투자펀드(PEF)에 출자하기로 결의하고, IMM 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에 출자 확약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7월 한샘은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15.45%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7인 지분 30.21%을 IMM PE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2995억 원을 출자, 한샘의 지분 5∼6%를 확보하게 된다. 당장의 지분율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향후 IMM PE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롯데쇼핑이 우선 매수권을 보유하고 있어 한샘의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한샘 인수에 대한 의지 역시 강력하다. 지난 10일 롯데쇼핑은 신규 개관한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 인근에 새로운 리빙 전문관 '메종 의왕'(가칭)을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메종 의왕에 한샘의 대규모 매장이 들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테리어의 경우 전시 공간의 중요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샘의 디자인 파크와 메종 의왕은 물론, 백화점 마트, 롯데하이마트 등으로 전시 공간이 확대되면서 매출 증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따로 인테리어 매장 개장을 하지 않아도 돼 한샘 입장에서는 거액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롯데건설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만하다. 한샘은 이번 하반기 전국에 리하우스 표준 매장을 50개까지 확대하고 스타일 패키지 현장에 대한 품질·서비스 관리를 차별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리하우스 사업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대리점 리하우스 디자이너(RD)를 2500명에서 3500명까지 확대해 월 5000세트 패키지 판매에 도전한다는 계획도 공개한 바 있다.

아울러 롯데쇼핑도 현대백화점(현대리바트), 신세계(까사미아) 등 백화점3사 중 후발주자로 리빙 시장에 발을 내딛은 상황임에도 한샘을 품에 안으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샘은 소비자 관여도가 높은 B2C(인테리어 및 부엌 가구) 위주의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부엌가구와 인테리어 가구 부문에서 업계 1위의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온·오프라인 상품 경쟁력 강화, 차별화된 공간 기획 등 상품, 콘텐츠, 집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업계 내 평가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IBK투자증권 안지영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한샘과 롯데하이마트, 유통 채널과의 시너지 연계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 최한승 수석 연구원은 "백화점과 할인점, 쇼핑몰 등 기존 유통 채널에 가전과 가구를 중심으로 한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확대가 가능하고, 롯데건설이 공급하는 아파트의 빌트인 가구 등 안정적인 B2B 물량도 확보할 수 있어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매각 불공정 부정 이슈는 시너지 도모에 앞서 반드시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13년째 한샘 2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캐피탈파트너스엘피(Teton Capital Partners, L.P.·테톤캐피탈)는 최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한샘 주요 경영진을 상대로 인수합병 실사정보 제공 금지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사내이사의 위법 행위가 우려된다는 이유이며, 지분 매각 주체인 조 명예회장과 강승수·이영식·안흥국·최철진 사내이사가 가처분 신청 대상이다.

테톤캐피탈은 IMM PE가 실시하는 기업실사에 이들 사내이사들이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모펀드가 인수 과정에서 조 명예회장을 주축으로 한 지배주주의 권리만 보장해 주고 있으며, 그외 주주권은 공개매수 절차에서 배제돼 주주평등 원칙에 위배, 불공정 거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테톤캐피탈의 이 같은 행보는 2대 주주로서 합당한 권리를 인정받고 싶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조 명예회장 등 지배주주만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롯데쇼핑도 고민이 깊은 분위기다. 법원이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의 가처분을 인용할 시 기업실사가 중단되고, 오는 연말로 예정된 한샘 최종 인수합병도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만약 한샘 지분 7% 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마저 참전할 경우 롯데와 한샘의 합가는 오리무중이 될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관계자는 "헤지펀드가 한샘 측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한 만큼, 롯데쇼핑은 법원의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제약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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