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남양유업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매수자인 한앤컴퍼니 측 인사를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업계에서는 홍원식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남양유업의 새 출발이 반쪽짜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14일 오전 9시 남양유업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남양유업은 주총에 상정된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신규 선임의 건이 부결됐으며 △감사 선임의 건은 안건철회됐다고 공시했다. 이날 올라온 안건은 기타 비상무 이사로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김성주 한앤컴퍼니 전무, 배민규 한앤컴퍼니 전무를 선임하고, 새 사내이사로 이동춘 한앤컴퍼니 전무를 선임하는 내용이었다. 감사이사에는 이길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감사실장이 후보자로 올랐다.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만큼, 업계에선 이날 주총에 상정된 안건이 모두 부결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예상이 실현된 것이다. 집행 임원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도 부결됐다. 집행 임원제도는 집행 임원이 이사회로부터 업무에 관한 의사결정권과 집행권을 위임 받고, 이사회는 집행임원을 감독하는 시스템이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투명한 경영과 관리,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집행 임원제도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앞서 이번 임시 주총은 지난 7월 30일 열릴 예정이었다. 지난 5월 홍 회장과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 53%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신규 경영진을 선임하고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총 당일 “쌍방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홍 회장이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임시 주총 일정이 6주 가량 돌연 연기됐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법정 분쟁이 해결되기까지 남양유업의 재매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의 계약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당분간 홍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 사내이사는 홍 회장과 이광범 대표, 홍 회장의 모친 지송죽 씨, 장남 홍진석 전략기획 상무 등 총 네 명이다. 홍 회장의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상태다. 

당초 홍 회장은 오너 일가의 지분을 매각하고 회장직을 사퇴하겠다며 강수를 두며 남양유업의 쇄신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매각 계약 파기를 비롯해 홍 회장의 장남과 차남도 각각 복직, 승진한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눈치다.

남양유업은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임시 주총을 다음달 중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일 남양유업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주주명부폐쇄’ 공시를 진행했다. 이어 구체적인 안건과 개최 시기 등이 정해지면 주주총회 소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달에 예정된 주총 관련 주요 사안들은 현재 논의 중으로, 지배 구조 개선을 비롯한 현재 남양유업 임원진의 변동과 이사회 재구성 등 실질적인 내용들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10월 안에 진행할 예정으로, 안건과 시기는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재공시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