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서한으로 본 언론중재법] 합의안 도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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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서한으로 본 언론중재법] 합의안 도출될까?
  • 윤진석 기자, 곽수연 기자
  • 승인 2021.09.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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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합의안에 앞서 다시 보는 유엔 서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곽수연 기자]

국회 여야 8인 협의체에서 언론중재법 합의안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연합뉴스
국회 여야 8인 협의체에서 언론중재법 합의안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연합뉴스

언론중재법. 합의안이 도출될까? ‘국회 8인 협의체’는 시민단체와 언론계 의견을 청취한 뒤 여야 입장을 중간 조율해 이달 안으로 합의한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독소조항 여부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 ‘표현의 자유 침해 심각.’ 최근 화제가 됐던 유엔 측 서한이다. 다시 돌아보는 서한을 전제로 더 낳은 방향을 고민해 본다. 

 

1. 유엔 서한 


아이린 칸(Irene Khan) 유엔 특별보고관ⓒOHCHR 홈페이지
아이린 칸(Irene Khan) 유엔 특별보고관ⓒOHCHR 홈페이지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43/4에 의해 의사 표현의 자유 권리를 보호하고 향상하는 특별보고관으로 이 문제를 다루게 영광이다.

언론중재법 제30조 2항에 따르면 ‘언론의 명백한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정신적 고통 또는 인격권 침해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한다고 돼 있다. 

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근거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정정·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여기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를 들었다. 

당국의 목적은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했지만, 반대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정보의 자유와 언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당국의 자의적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과도한 재량이 부여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제30조의2에 규정된 ‘허위 조작보도에 대한 특칙'(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은 ‘매우 모호한 표현’으로 돼 있다. (법원이)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면 언론에 출처를 누설하도록 강요할 수 있게 돼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민주 사회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표현, 예컨대 언론 보도와 정부·정치지도자·기타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 인기가 없는 소수 의견을 제한할지도 모른다. 

한국은 1990년 4월 10일에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19조에 따라 ‘의사 표현의 자유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허위정보를 금지한다는 취지만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할 수 없다. 

제한할 경우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19조가 정한 법률의 △적법성 △필요성 △비례성 등 요건에 부합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인권법에 따라 (권리) 제한은 합법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도로만 이뤄져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제인권법, 특히 ICCPR 제19조상의 3대 요건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한 공식 답변과 함께 △국제인권법 기준에 맞게 법 개정안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 곽수연 기자 번역 / 지난달 27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ICCPR) 
아이린 칸(Irene Khan) 특별보고관이 한국에 보낸 서한 中 중요 부분 개략 - 

 

2. 독소조항 논란 


이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아이린 칸(Irene Khan) 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7일 외교부를 통해 청와대, 여당,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보낸 서한 중 중요 부분을 개략한 것이다. 보는 바와 같이 자의적 해석 가능성이 큰 ‘언론중재법 제30조 2항’이 특히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고의 또는 중과실 해석 범위의 모호성이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이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재개정 중 일부 캡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재개정 중 일부 캡처

민주당은 지난달 국회 법사위에서 30조2의 2항에 있던 ‘명백한’을 삭제함으로써 언론의 고의 또는 중과실 책임 여부가 명백하지 않아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 개정안에는 기존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도 삭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이대로 통과된다면 사회 권력을 비판하는 보도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이나 대기업 등 권력층에서 법률팀을 앞세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재판에 넘겨진 언론으로서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제17조2항에 열람차단청구권을 신설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제목 또는 본문의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하거나 △개인의 신체, 신념, 성적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을 침해할 경우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놨다. 하지만 이 또한 잣대의 모호성부터 과잉 규제, 청구권 남용 등이 우려돼 독소조항으로 지목되는 중이다. 

특칙으로 마련한 방지 대책도 실효성에 의문을 주고 있다.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현직 고위공직자 및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관련인 등은 징벌적 손배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해놨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 권력층 당사자는 청구하지 못해도 친인척이나 측근 등 제3자를 통해서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것들이 개선되지 않고 통과된다면 사회 감시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비리 은폐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거로 보인다. “개정안대로면 사회적 약자의 미투 보도 불가능”(정의당 심상정),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특종 기사 내기 어려워져”(국민의당 안철수), “사회 권력에 대한 비판, 감시 기능이 약화 될 것”(더불어민주당 조응천) 등 비판적 목소리가 여야 모두에 걸쳐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3. ‘불량국가’ 우려 


박진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9일 영어 출마 선언 영상을 공개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유엔 측 서한 내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심지어 불량국가로 찍힐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상대로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직접 유엔 서한을 소리 내 읽으며 “어떻게 이런 법을 통과시킬 수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또, 유엔에서 각 정부에 보내는 문서들을 보면 통상 회신 기한을 60일 주는 데 반해 우리에게는 그런 것조차 언급 않고 재촉하는 등 여타의 불량국가 보듯 했다며 그렇게 인식된 것 자체가 국가적 망신이라는 취지로 일갈했다. 

당시 박 의원의 일침들은 유엔 서한까지 회자시키며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는 지난 13일 <시사오늘>과의 서면 답변에서도 “언론중재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킬 경우 유엔이 대한민국을 인권 불량국가로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유엔 서한문을 읽어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내용을 읽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서한문의 내용은 고사하고 외교 서한문에 보통 포함되는 (이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I would appreciate ’라는 관례적인 표현조차 없었다. 경제규모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로부터 지적받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박 의원은 “국경없는기자회(RSF),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도 국회에서 벌이지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했는데, 여당 대표는 그들이 한국 사정을 모른다는 식으로 폄하했다가 국제사회의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유엔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뭐라고 보나. 

“언론중재법이 ‘ICCPR 19조에 규정된 법적 적확성(Requirement of Legality), 비례 원칙(Requirement of Proportionality ), 필요성(Requirement of Necessity) 에 어긋난다는 대목이다. 보고관은 법의 비례성 요건을 고려할 때 ‘언론중재법 개정안 30조 2항에 제시된 징벌적 손해배상이 매우 불균형적인 점, 징벌적 손해배상이 미디어의 자기검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 공익적 문제들에 관한 중요한 토론들을 억압할 수 있다는 대목 등이다.”

- 유엔에서 나오는 문서들은 되게 60일 시간을 주는 반면 48시간은 불량 국가들한테 나가는 서한이라고 하던데 맞나? 

“최근 유엔이 48시간 안에 답변하라고 서한을 보낸 사례를 종합해 보면 인도, 태국, 파키스탄 등에서였다. 

△지난 8월 인도의 기술 법안(Technology Act)과 관련해 국제법과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했을 때 △지난 2월 태국의 비영리단체의 활동 규제법(The Office of Council of State Draft Act)과 관련해 △작년 3월 파키스탄 등에 48시간 내 답변을 주면 공개하겠다고 했다. 

언론 및 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법안을 자주 제시한 국가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각심을 가지라는 조치로 해석된다. 

반면 미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자유권의 침해 소지가 적은 국가에 대해서는 60일 이내의 넉넉한 답변기한을 부여했다.”

- 우리에게는 어떻게 했나?

“유엔이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에 보낸 서한의 경우 ‘60일 이내 답신을 받을 수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I would appreciate receiving a response within 60 days)이라는 의례적인 표현을 덧붙인 데 반해, 한국에게는 ‘각하의 정부로부터 어떠한 반응을 받으면 48시간 이내에 소통보고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할 것이다’(any response received from your Excellency's Government will be made public via the communications reporting website within 48 hours) 이라며 압박하는 서신을 보내왔다.”

- 우리에게는 왜 그랬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 들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한국에 23차례나 인권과 관련된 경고 서한을 보냈다. 이명박 정부 12건, 박근혜 정부 13건과 비교할 때 ‘인권’ 분야에서도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 만약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것들이 수정 않고 통과된다면 국제적 경고는 더 커질까?

“언론중재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킬 경우 유엔이 대한민국을 인권 불량국가로 볼 수도 있다.”

- 예결위 질의 때 김부겸 총리에게 이 점을 지적했다. 변화를 기대해 봐도 좋을까?
“김부겸 총리도 개인적으로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문제점과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에 공감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 재개정 촉구를 바라는 분으로서 강조할 말은. 

“민주당의 주장대로 기존 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언론자유 지수가 얼마나 추락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 언론법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한 것에 이어 언론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언론에 수십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해 기자와 언론사를 압박하고 위축시키는 악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의당조차 반대하고 국내외 언론단체 좌우 법조계에서 모두 우려하는 사상 유례없는 법이자,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포장해 권력을 비판하는 진짜 뉴스를 막으려는 법이다. 

국민의힘은 국민, 언론, 국제여론과 함께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언론 자유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다.”

 

4. 합의안의 시작은 기본권 지킴부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갖는다.”
-헌법 제21조 제1항-


결국, 본질은 민주주의 기본권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더 나은 방향은 뭘까. 이 또한 기본권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 지키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지난 2020년 7월 16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대법원 판결을 보면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관련해 지난 8일 진행한 바른사회시민회의 토론회에서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권역의 영속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언론중재법이 언론사와 언론인의 문제만이 아닌 이유”라고 말했다.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전 건국대 법대 교수)도 언론중재법 관련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징벌적 배상만 해도 통상 대기업을 상대로 힘이 약한 소비자가 싸울 때 피해 구제를 강화해 주기 위한 건데 우리는 첫 타깃을 언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언론을 상대로 전례가 없는 일이 추진되고 있다”고 일갈한 바 있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본질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기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OHCHR 홈페이지
ⓒOHCHR 홈페이지

한편, 정부는 유엔 서한 이후 지난 8일 회신했다. 유엔 홈페이지에 올라온 답장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으며 한 달 정도 숙려 기간을 거쳐 국회 협의체를 통해 상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정안 수정 요구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치열하고 속도감 있는 논의를 통해 언론 자유 위축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가짜뉴스 피해에 대한 실질적 구제방안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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