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펫보험, 높은 보험료 대비 보장범위 좁아…“개선 필요”
외면받는 펫보험, 높은 보험료 대비 보장범위 좁아…“개선 필요”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1.09.23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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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 효율성 부족…차라리 적금이 합리적
오락가락하는 보험료, 왜?…수가 표준화 필요
손해보험사, 고객의 목소리 맞춰 변화 조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지훈 기자)

반려동물ⓒ시사오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보험 가입률은 한참 낮은 수치를 맴돌고 있다ⓒ시사오늘 박지훈

#9살이 된 샴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이민서(37) 씨는 자신의 반려묘의 진료비가 커지자 펫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11살이 넘은 노묘(老猫)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거의 없었다.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아 가입하려 했더니 높은 보험료에 비해 보장받을 수 있는 범위가 좁아 고민 끝에 가입을 포기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보험 가입률은 한참 낮은 수치를 맴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최근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604만 가구 1448만 명으로 추정된다. 반려견은 521만 가구에서 602만 마리를 키우며, 반려묘는 182만 가구에서 258만 마리를 키운다. 그러나 펫보험에 가입된 반려동물은 0.4%로 그 수가 극히 적었다.

 

"부족한 질병 보장범위·제한적 가입연령 탓"


보험 가입률이 낮은 원인으로는 △좁은 보장범위 △들쭉날쭉한 보험료 가 꼽혔다.

지난 1년 동안 반려동물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찾은 이유로는 △알레르기성 질환(피부염, 호흡기, 소화기 등) △아토피성 질환 △관절염 등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상당수의 펫보험은 알레르기, 피부병, 슬개골 탈구 등의 주요 질환에 대한 기본 보장이 없다. 일부 회사는 슬개골 탈구를 기본으로 보장하지만 이조차 면책 기간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질병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특약에 가입해야 한다. 질병의 좁은 보장범위는 펫보험 가입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반려동물의 가입 가능 연령도 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로 꼽혔다. 반려동물의 수명은 길어졌으나, 가입 연령 제한이 낮다는 것. 강아지와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에 달하지만, 보험 가입 연령 제한은 10세를 넘어가는 상품이 없다. 

일부 반려인들은 차라리 적금을 드는 것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 보다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진료를 볼 때마다 늘 바뀌는 보험료보다는 적금으로 여윳돈을 넉넉히 챙기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한 반려인은 "펫보험 효율성이 너무 떨어져서 안 들고 차라리 적금 들고 있다"며, "건강검진을 받는 데도 병원에 따라 15만~50만 원까지 차이가 심하다. 또한 골절과 습진 같은 질환은 증상이 나와야 보상을 해주는 실비 보험 성격이 강해 다소 복잡해 가입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 가입한 사람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아직 보장 질병이 확장 중이고, 반려동물의 나이대도 생각보다 보장 나이가 적어서 펫보험에 들고자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멋대로인 보험료…수가 표준화 절실


보험료가 제각각인 것도 펫보험이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일반 병원과 다르게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법적으로 정해진 수가가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똑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을 상대로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다르다. 

때문에 손해보험사도 정확한 보험료와 보험금 등을 계산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일정하지 않은 수가가 보험요율 산정을 어렵게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에 대해 관심이 있으나 현재 관련 법안이 모두 계류 중이라 진료비 표준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또한 손해보험사와 수의사회 간에 동물진료 기록 제공 여부를 두고 의견이 다르다. 보험사는 고객 편의를 위해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수의사회 측에서 동물진료 기록 제공을 거부했다. 수의사법에 따르면 수의사는 동물 진료 내역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기록을 보험사에 제공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대립이 해결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다.

 

변화하는 펫보험…"소비자 의견 귀기울여야"


소비자들이 내는 불편한 목소리에 손해보험사도 이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기존에 복잡했던 절차를 완화해 온라인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잇달아 출시 중이다. 또한 기존의 질병 보장범위가 좁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점차 보장 범위를 늘리고 있다.

변화의 사례로 메리츠화재는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 사이에서 가장 수요가 많았던 슬개골 탈구과 각종 피부질환을 기본보장에 포함시켰다. KB손해보험은 'KB펫코노미 보험'을 출시해 기존에 까다로웠던 가입절차를 사진 한장으로 대체했으며 한 계약으로 최대 다섯 마리까지 보장해 편의성과 보험료 부담을 낮췄다.

DB손해보험에서 출시한 '아이(I)러브(LOVE)펫보험'은 갱신주기인 3년 동안은 보험료 갱신이 없다. 또한 반려견의 최대 보장 연령을 20세까지 늘렸다. 삼성화재의 '애니펫'은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 가입할 수 있다. 기존 펫보험이 제공하는 통원비뿐만 아니라 MRI, CT 같은 가격대가 높은 의료비도 보장한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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