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해 추석에는 신명나게 싸워보자
[기자수첩] 올해 추석에는 신명나게 싸워보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9.17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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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부동층 비율 역대급 
불평등·양극화 심화 현상 타개할 ‘최선’ 선택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독일 총선 결과가 오리무중이라고 한다. 투표일(오는 26일)까지 불과 10일 정도 남았는데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 유권자 비율이 40%에 이르기 때문이다. 독일의 부동층 유권자 비율은 2013년 총선 24%에서 2017년 총선 35%로 증가했고, 이번에는 역대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독일 정치는 의원내각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다수당에서 총리를 배출한다. 독일의 총선은 우리나라의 대선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총선은 독일이라는 나라에게 있어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최장기 집권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이 물러남에 따라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놓여서다. 그럼에도 부동층 비율이 역대급인 실정인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차기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인 현재 우리나라 부동층 유권자 비율은 32%로 집계됐다. 2007년 대선 6개월 전 17.5%, 2012년 대선 6개월 전 22%, 2017년 대선 5개월 전 17% 등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번 독일 총선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20대 대선도 무척 큰 의미를 갖는다. 위드·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게 될지, 고도화되는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택하게 될지, 모두 한순간에 결정될 수 있다.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계속 들어맞을지도 관심사다. 그럼에도 부동층 비율이 역대급인 실정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 정당 유력 대권 후보들이 공약과 정책을 외면하고 네거티브에만 집중하면서 정치 혐오·불신을 야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주된 원인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다. 역대급 부동층 비율을 찍고 있는 우리나라와 독일에서 현재 공통적인 사회 현상이 목격되고 있어서다.

여러 다른 나라들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 독일은 과거 금융위기와 맞먹는 수준의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집값·월세 폭등 등이 겹치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실제로 올해 초 독일 정부는 '데이터 보고서 2021-독일사회 보고'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독일 내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공고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항구적 빈곤 위험에 노출됐고, 전체 국민 중 절반만 잔신의 소득이 공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독일 정부는 팬데믹으로 디지털 수업 중요성이 커지면서 물질적 전제조건과 사회적 출신이 교육 기회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주택 임대료 상승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팬데믹에 따른 고용충격과 소득충격이 저소득층에 쏠리면서 양극화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는 집값 폭등, 고용 악화 등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는 수도권 지역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2019년 6.8배에서 2020년 8배로 높아졌고, KB국민은행 자료에서는 서울 지역 PIR이 2020년 1분기 13.9배에서 2021년 1분기 17.4배로 급등했다. 자산 양극화가 커진 것이다. 또한 한국경제원은 OECD 통계와 통계청 데이터 등을 활용해 우리나라 고용시장 현황을 분석해 보니 한국의 청년 고용률이 G5 대비 15%p 가량 낮으며, 청년 체감실업률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로 미뤄봤을 때 양국의 부동층 비율이 높은 건 '먹고살기 힘들어져서'가 아닐까 싶다. 개인의 소득 수준은 투표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관련 지식, 정보를 얻는 데에 보다 쉽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 가운데 하루 벌어서 입에 풀칠하기 바쁘고 집값·전월세가가 폭등해서 당장 길바닥에 나앉을 수도 있게 생겼는데, 다 그 놈이 그 놈 같은 정치인들을 무슨 여유가 있어서 뭐가 좋다고 지지하겠는가.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가 정치 부동층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아시아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거는 유권자의 나이가 어리고,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학생 또는 화이트칼라 직종에 근무할수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기권 가능성이 높은 특성이 있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20대 중 50%, 30대 중 40%가 지지 후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청년 무당층이 무척 높은 것이다. 낮은 청년 고용률, 높은 청년 체감실업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는 '명절이나 가족·친지 모임 때 정치 얘기하면 안방싸움 난다'는 말이 있다. 서로 상이한 정치 성향 차이, 특정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견해 차이 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명절을 맞아 즐거운 자리에서도 정치 얘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다툼이 생길 우려가 있으니 아예 얘기를 꺼내지 말자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선거철만 되면 '투표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이따금 들린다. 정치 불신·혐오를 핑계로 소중한 권리를 내려놓을 게 아니라 최악은 막아야 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투표권을 행사하라고 독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일(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추석 명절 연휴에는 두 말 모두 보기 좋게 산산이 부숴버렸으면 좋겠다. 선거는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 진심으로 조금이나마 원하는 후보를 택해야 의미가 있다. 흔한 사표논리를 들이대며 차악을 뽑는 건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이를 야기한 맹목적 기회주의 정치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자기 스스로를 능동적 시민에서 수동적 국민으로 격하시킬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최선인 사람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싸워야 한다. 자신과 가까운 가족, 친지, 친구, 지인들과 망설이지 말고 정치인, 정치 이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때론 열띤 토론도 벌이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원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선호하는 정당은 어디인지 판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방법도 체득해야 한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부동층이 되고, 어색해질 얘기는 하기 싫다는 이유로 정치 얘기를 꺼리는 풍토가 계속된다면  불평등·양극화 심화 현상을 타개할 만한 '최선'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며, '차악'이 군림하는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으리라.

올해 한가위에는 불편하지 않게, 신명나게 싸워보자.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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