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⑥] ‘슬기로운 의사생활 2’, 현실에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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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⑥] ‘슬기로운 의사생활 2’, 현실에서 가능할까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1.09.1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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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 사이 낭만적 서사, 판타지라도 좋다
구구즈 '미도와 파라솔' 케미, 극의 주축이자 핵심
슬의생 2 종영 아쉬움 '슬기로운 산촌생활'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영상으로 펼쳐진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인기리에 방영 중이던 tvN 목요 메디컬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연출 신원호‧극본 이우정, 이하 슬의생 2)가 9월 16일(목) 종영했다.  슬의생 2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20년 지기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평범한 듯 특별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드라마다.

20년 우정의 다섯 친구들. ⓒtvN
20년 우정의 다섯 친구들. ⓒtvN 캡쳐

힐링과 감동의 선물 같은 존재

'응답하라' 시리즈 애청자로서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높았기에 슬의생 방영을 시작하자 본방사수, 재방송까지 챙겨보며 채널 고정할 정도였다. 근래 2년간 암 투병 중인 나에겐 아주 친밀하고 다정한 친구로 자리매김했으며, 전편부터 그 시청 시간만은 나의 현실을 잊게 해 준 고마운 존재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지만 슬의생 2는 그 자체로도 의미와 존재감을 펼치며 힐링 역할을 톡톡히 했다.

투닥거리면서도 끈끈한 우정으로 똘똘 뭉친 다섯 친구들과 주변 인물, 환자와 보호자들 간의 케미가 극의 코어로, 소소하게 때론 드라마틱하게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며 이목을 끌어당겼다. 요즘처럼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콕을 강제당한 상황에서는 더욱 촉촉한 단비 같았다.

제 옷을 걸쳐 입은 듯한 익살꾸러기 익준(조정석 분)을 중심으로 송화(전미도 분), 정원(유연석 분), 준완(정경호 분), 석형(김대명 분) 다섯 친구들의 어우러짐은 마치 단아한 실내악처럼 조화를 이루며 편안함을 안겼고, 흘러가는 극의 구성은 따뜻함 그 자체였다. 그렇게 슬의생은 잔잔한 에세이처럼 때론 한 편의 시처럼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아이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병원을 수시로 찾는 연우엄마. ⓒtvN
아이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병원을 수시로 찾는 연우엄마. ⓒtvN 캡쳐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와 가족들

12회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에피가 소개됐는데, 극 중 나의 시선을 끌고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와 가족들의 사연으로, 구구절절 안타까웠지만 특히 어린 환자들과 보호자 이야기는 무엇보다 더 마음 아팠다.

극 초반 아이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후에도 연우 엄마(차청화 분)는 수시로 병원을 방문해 주치의 겨울(신현빈 분)이를 찾는다. 이에 겨울(신현빈 분)이는 연인 사이인 정원(유연석 분)에게 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고, 정원(유연석 분)은 “연우 엄마는 연우 얘기하고 싶어서 오는 거야. 네가 먼저 말 걸어드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 사드려”라고 말해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다시 찾아온 연우 엄마에게 겨울이는 “연우 생각나시면 언제든지 저한테 오세요”라 말했고, 연우 엄마는 “병원에 오면 사람들이 저를 연우 엄마라고 불러줘요. 저는 그 말이 너무 좋아요. 저는 연우 빨리 잊고 싶지 않아요”라며 병원을 찾아오는 이유를 밝히며 안타까운 장면이 그려져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이의 심장 공여를 애타게 기다리던 은지 엄마. ⓒtvN
아이의 심장 공여를 애타게 기다리던 은지 엄마. ⓒtvN 캡쳐

또한 심장 이상으로 이식을 받아야 하는 은지와 민찬 엄마의 엇갈리는 순서로 인한 고통과 희비가 엇갈리며 보이는 모습들. 심장이식은 친인척으로부터 생체 이식이 가능한 간, 신장과 같은 장기와 달리, 뇌사자로부터 공여를 받아야만 이식을 할 수 있어 기회가 매우 적다. 특히 소아 심장 이식 수술은 성인에 비해 소아 뇌사 사례가 드물고 공여자와 수혜자의 연령이나 체중이 비슷한 경우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중환자실에 어린 아들을 두고 심장 공여만 기다리던 민찬 엄마는, 공여자가 나타났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만났다. 이런 민찬 엄마가 힘들 때마다 늘 위로를 해주던 먼저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킨 은지 엄마는 민찬이 공여 소식을 접하는 순간에도 함께 기뻐해 주며 기적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녀는 민찬 엄마가 서둘러 달려 나간 뒤 은지 공여자는 언제 나타날 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내심 눈물을 삼키며 애환을 고스란히 전달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러한 슬의생 속 환자들과 가족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동질감을 느끼고 감정 이입하여 나 역시 눈물로 베갯잇을 적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드라마는 드라마뿐일까

나로서는 병원 방문이 일상이니 여러 의사와 간호사, 병원 직원들까지 수많은 병원 장면과 맞닥뜨린다. 때론 굉장히 친절한 의사를 만나기도 하지만 드라마 속 펼쳐지는 모습은 현실적으로 병원 현장에서는 볼 수 없는 구조일 것이다. 유명 종합병원의 경우 워낙 환자가 많고 의사당 진료를 해야 하는 환자가 줄을 이으니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이며 환자들을 진료하기 어려운 게 의료계의 현실이다.

멀리 지방에서 몇 시간이 걸려 병원을 방문해도 실제로는 고작 5분 이내의 짧은 진료에 그쳐 충분한 만남이 어렵고, 보다 섬세한 케어를 바라는 환자들은 섭섭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 치부하며 현실과 괴리가 있는 판타지성임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임상 장면이길 기대하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슬의생은 그런 차원에서 이상적인 의료 환경을 다루고 그 자체로 시청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감동을 선사했다.

극 중 공개되는 구구즈 '미도와 파라솔' 공연의 파급력도 굉장히 컸다. ⓒtvN
극 중 공개되는 구구즈 '미도와 파라솔' 공연의 파급력도 굉장히 컸다. ⓒtvN 캡쳐

구구즈 '미도와 파라솔' 화음

그리고 극 중 공개되는 구구즈 '미도와 파라솔' 공연의 파급력도 굉장히 컸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들의 풋풋한 음악적 화성이 매력적이고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특히 극 중 준완(정경호)과 익순(곽선영)의 관계가 엇갈리는 장면에 삽입돼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젠 잊기로 해요'는 더욱 뇌리에 깊이 남는다. 이별의 슬픔과 안타까운 마음이 절제된 편곡으로 잘 풀어냈다. 자타공인 최고의 보컬로 인정받는 조정석의 명불허전 목소리와 소년 같으면서도 매력적인 톤을 가진 정경호의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곡이었다.

이제, 아쉬워도 슬의생 2를 떠나보냈다. 우정과 애정 사이의 익준과 송화는 서로의 연정을 확인했고, 슬픈 가족사를 안은 겨울이와 이를 안타까워하며 지켜주는 안정원의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 애틋하면서도 가슴 저리게 한 안타까운 익순과 준환의 사랑도 재회로 결실을 맺었으며, 곰돌이 석형이와 추민하의 연모와 썸 사이에서 석형이 추민하의 짝사랑을 받아 주며 다섯 청춘 애정사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슬기로운 의사생활 2’가 종영해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를 못 볼 것이라는 아쉬움도 잠시, 나영석 PD의 새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장 십오야'. ⓒtvN
'출장 십오야'. ⓒtvN 캡쳐

'슬기로운 산촌생활' 개봉박두

구구즈가 게임을 하는 예능프로그램 ‘출장 십오야’, ‘슬기로운 캠핑 생활’에 출연해 NG 등의 비하인드 영상에서도 볼 수 없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캐릭터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같이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구구즈의 호흡을 볼 수 있었기에 드라마 종영 소식은 더욱 아쉬움을 자아냈는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tvN 측은 “나영석 PD가 조정석, 전미도,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이 출연하는 신규 예능을 기획하고 있다”며 “드라마를 마친 배우들과 시청자들이 함께 좋은 추억을 나누며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구구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2' 촬영이 끝나자마자 나 PD와 함께 프로그램 촬영을 시작했다.

이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2'가 종영한 뒤 10월 8일(금)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될 '슬기로운 산촌생활' 예고편이 공개됐다. 해당 예고편에서 구구즈는 산속 외딴집에서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설거지 걱정을 하며 세 끼를 해 먹고 있었다. 이들은 또한 한데 모여 드라마 본방사수하며 남다른 리액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유쾌한 모습으로 즐거움을 안길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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