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남산에 전통호텔 신축 뒤 면세점 증축 '꼼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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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남산에 전통호텔 신축 뒤 면세점 증축 '꼼수 논란'
  • 강정화 기자
  • 승인 2012.06.19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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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출입 거부할때는 언제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강정화 기자]

신라호텔(대표이사 이부진)이 서울 남산 자연경관지구에 전통 한옥으로 된 호텔을 추진하는 사업을 놓고 이런 저런 논란이 일고 있다.

신라호텔이 이번 증축과 관련해 '전통'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해 '한복 착용 금지' 기억을 퇴색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는 주장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전통호텔을 지으면서 면세점 규모까지 늘린다는 사실 때문에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 신라호텔이 한복 입장을 거부해 논란을 일으키더니 남산에 전통호텔을 짓는다며 면세점을 증축하려는 의혹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신라호텔 홈페이지, 뉴시스(얼굴은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이사)

신라호텔은 지난해 4월경 영화 '쌍화점'으로 대종상 의상상을 받은 한복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신라호텔 뷔페식당 출입을 제지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선 뜨거운 논란이 발생했다. 당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서양호텔이나 기모노호텔로 이름을 바꾸던지. 아무튼 '신라'라는 호텔 이름을 박탈함을 명하노라"며 흥분했다.

서울 남산 아랫자락에 있는 신라호텔은 지난 1979년에 개관했다. 4년 뒤인 1983년 이 지역이 남산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되면서 숙박시설 신축은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그런데 서울시 의회가 2010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자연경관지구에도 전통호텔은 지을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남산의 자연경관은 물론 인근 서울성곽을 훼손할 수 있다며 대기업 편의 봐주기라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신라호텔 측의 입장은 "이미 들어서 있는 낡은 건물들이 오히려 경관을 해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건물 대신 전통호텔을 지으면 녹지가 늘어나 경관도 살아나고 외국인을 위한 호텔 부족도 해소된다"고 했다. 

전통호텔 신축보다 면세점 확장에 더 열 올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 이원기 의원(민주당)의  지난해 6월 보도자료에 따르면 자연경관지구내에 위치한 신라호텔은 호텔 부지에 관광숙박시설과 면세점을 증축하기 위한 건축규제 완화 요청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도시계획조례 제39조는 자연경관지구내에서의 건축행위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나, 건축하는 경우 건폐율 30%이하, 건축물 높이 3층이하 12m(다만,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 건폐율 40%, 높이 4층이하 16m) 각 초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신라호텔은 현 2층 규모의 면세점 부지에 4층 규모의 호텔을 신축(증가면적 9,512㎡)하고, 주차장 부지에 4층(증가면적 12,986㎡)규모의 면세점을 신축하겠다는 것인데 부대시설인 면세점이 호텔 면적보다 많다는 것은 결국 호텔 신라가 "자연경관지구인 서울의 허파 남산에 면세점을 짓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라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1994년 정도(定都) 600년을 맞아 '남산 제모습 가꾸기'에 나선 서울시가 신라호텔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주게 되면 자연경관지구내에서 한쪽에서는 철거하고 한쪽에서는 건축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다는 주장했다.

서울시는 남산주공외인아파트 2개동을 철거하고 이 자리에 야외식물원, 수도방위사령부터에 남산 한옥마을을 조성하고 외국인주택 52개동 및 흉물처럼 남산을 파먹고 있던 정부기관 21개 건물을 각각 철거하고 2015년까지 서울시 남산별관, 소방재난본부, 교통방송, 각종 체육시설 등도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호텔 관계자는 "주차장 부지의 면적은 넓지만 기존 주차장을 제외하면 면세점 규모는 동일하다"며 "현재 면세점을 옮기는 것은 오히려 성곽을 보호한다"고 해명했다. 

신라호텔 꿍꿍이, 재산 지키기? 기부채납

신라호텔의 사업확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호텔 출입구 산림청부지 3,169㎡를 소공원으로 조성하고 사유지 4,000㎡에 장충체육관 지하 주차장공간으로 이용 할 수 있도록 사업비 약 285억 원의 규모의 기부채납방식의 공공기여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사유지에 대한 185억 원 상당의 기부채납은 공부상 명의만 바뀔 뿐 점유와 수익은 그대로이며 흉물스럽게 여기던 지금의 철재구조물인 주차장이 지하 주차장으로 바뀌는 등 신라호텔의 주변정리에 불과하고, 85억 원을 들인 장충체육관주변 산림청부지의 공원조성이 전부이며 이마저 면세점을 짓기 위한 미끼 상품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또한 신라호텔의 면세점은 규모나 엄청난 수익에 비해 공공 기여는 쥐꼬리만 하다는 설명을 밝혔다. 호텔 측이 한국방문의 해(2010~2012)를 맞이하여 관광객증가에 따른 숙박시설의 부족을 들고 있으나 2006년부터 줄기차게 조례개정을 서울시에 로비한 사실 만 보더라도 오로지 면세점을 짓기 위한 목적에 불과 하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한편 지난해 4월에 벌어진 호텔 신라의 '한복 착용 금지' 사태는 해외토픽으로 다뤄질 정도였다.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해 한복 비하 발언까지 나와 '국제적 망신'이 됐다.

결국 한복 착용 금지와 관련  호텔 측의 사과가 있었고, 정병국 문화부 장관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 회의에서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호텔에서 쫓겨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 엄중 처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힌 경고 조치까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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