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KT&G´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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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KT&G´만 있다?
  • 박지우 기자
  • 승인 2012.06.1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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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코엑스, 고속도로 휴게소 등 국산 담배만 취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우 기자]

외산 담배를 즐겨 찾는 애연가들에게는 곤란한 지역이 있다. 외산 담배를 구입하기 어렵다는 서울 강남의 삼성동이다. 문화공간과 비즈니스 공간이 어우러진 삼성동 코엑스몰은 그야말로 ‘KT&G의 영역’이다.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은 외산 담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방문이 많은 코엑스 인근에서 국산 담배만 취급하는 것이다.

10여 곳의 담배판매점 중 외산 담배를 판매하는 곳은 단 2곳, 그런데 이들 조차 담배 진열장에서 외산 담배를 찾기는 어려웠다. 기자가 점원에게 외산 담배를 주문하니 진열장이 아닌 계산대 아래에서 담배를 꺼내줬다. 판매 직원은 “난 모른다”며 “그냥 계속 이렇게 팔았다”는 대답뿐이었다.

▲ 서울 강남의 코엑스몰 등 일부에서는 외산담배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 고속도로 상에서 영업 중인 180여개의 휴게소 역시 KT&G 담배만 취급한다. 외산 담배만 피우는 이들은 고속도로를 벗어나야 원하는 담배를 구입할 수 있다. 휴게소 전체 이용객수는 일평균 110만 명 수준. 이들 상당수가 선택권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휴게소를 관리하는 도로공사 측은 “공사 차원에서 외산 담배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지는 않는다”며 “휴게소 사업주들이 팔지 않는다면 강제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외국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코엑스나 고속도로 휴게소는 사실상 KT&G 관할로 이해한다”며 “수입담배를 팔지 않도록 이런저런 로비를 벌인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있고, 어쨌든 삼성동처럼 외산담배 수요가 높은 곳에서 국산담배만 판다는 것은 어떤 외부작용 없이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사실 KT&G는 이전부터 지배력 확보를 위한 부당거래가 있었다. 지난 2008년 담배소매상을 상대로 경쟁사, 즉 외산담배를 판매하지 않거나 매장에 진열하지 않는 등을 조건으로 금전을 지급한 일이 적발됐다. 또 2006년에도 KT&G가 국산담배를 많이 팔아달라며 서울 강남 대형 유흥업소에 10여억원의 뒷돈을 챙겨준 일이 있다.

담배거래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한국담배판매인중앙회가 KT&G와 긴밀하게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있었다. 앞서 2008년 담배판매인회의 정관에는 ‘조합은 주식회사 KT&G지점 주소지에 둔다’, ‘주식회사 KT&G 사장이 위촉하는 사업을 한다’ 등 KT&G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내용이 있었다. 담배판매인회의 구성원들 역시 대부분 KT&G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 판매 영업망이 사실상 KT&G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이다.

KT&G 관계자는 “국산담배 판매 업소는 점주들이 애국심의 발로로 그렇게 하는 것이지 강제수단은 없다. 오히려 외국 담배만 판매하는 곳도 있다”며 “코엑스몰 관련해서도 공정위의 조사가 있은 뒤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난 부분이다”고 말했다. 

한편, KT&G 측은 코엑스몰 ‘공정위 조사’와 관련, 지난 2010년 10월~11월 경 진행됐고 조사 이후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었던 만큼 ‘혐의없음’일 것 이라고 설명했다. 단, 조사와 관련된 공문은 받은 바 없고 조사 종결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됐다면 공문이나 결과 통보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 넓은 의미의 ‘조사’를 말한다면 그러한 절차가 없는 것도 있다”며 “시장상황을 알기 위한 모니터링, 단순 시장조사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KT&G의 부당거래 의혹과 관련된 ‘코엑스몰 공정위 조사’ 실체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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