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한라 주주환원 정책으로 ‘두 마리 토끼’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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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그룹, 한라 주주환원 정책으로 ‘두 마리 토끼’ 잡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09.24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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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한라홀딩스, 상반기 기준 지주비율 50% 미만…지주사 자격 상실 수준
자회사 한라, 자사주 매입소각·배당확대 나서…이미지 제고·투자 재원 마련 효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라그룹이 건설부문 주력 계열사인 한라를 통해 그룹 이미지 제고, 지주회사 체제 방어 등을 모색하는 눈치다. 업계에서는 한라그룹의 이 같은 행보가 향후 감사위원 분리선임·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이른바 '3%룰' 대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3일 한라는 자사주 1016만341주(49억9291만 원)를 소각하고, 지주사인 한라홀딩스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81만9537주(249억9997만 원)를 매입·소각하는 내용이 담긴 약 300억 원 규모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매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중 최대 40%를 자사주 매입·소각, 현금배당에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한라는 최근 실적 개선이 이뤄짐으로써 재무적 여력이 확대됐고, 실적 선순환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석민 한라 대표이사 사장은 "시장의 신뢰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실행하겠다. 성장과 내실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은 긍정 일색이다. 메리츠증권 박형렬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중소형 건설사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할인 요인으로 지적되는 이유 중 하나가 낮은 배당성향(평균 10% 수준)"이라며 "연간 당기순이익의 40% 한도의 장기적인 자사주 매입·소각·배당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한라는 상환우선주로 인한 오버행 이슈가 있었고, 주식 전환에 따른 희석 우려가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7000원에서 9000원으로 상향했다.

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보통 10만 주 안팎에 머물렀던 한라 주식 거래량은 주주환원 정책 발표일 직전 거래일인 지난 10일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 행렬이 이어지면서 36만5026주로 뛰더니, 발표 당일에는 무려 2587만6987주까지 늘었다. 한동안 5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주가도 주주가치 제고 정책 발표 후 최고 7350원을 찍었으며 현재(24일 종가 기준) 61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반응은 올해 연이은 구설수로 금이 간 기업 이미지를 복구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라그룹 주력 계열사인 만도는 최근 자율주행사업부문 등을 물적분할해 신설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일부 개미 투자자들은 회사가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한라는 충남 계룡 지역 한라비발디 아파트 건설현장 인근 주민들이 소음·분진 문제로 항의하자 CCTV를 이용해 해당 주민들이 거주하는 단지를 몰래 촬영해 비판을 받았다.

ⓒ 한라 CI
ⓒ 한라 CI

한라의 이번 주주환원 정책은 최근 흔들리고 있는 그룹 지주사 체제를 다시 굳건히 하는 데에도 상당한 보탬이 될 전망이다.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 내놓은 '2021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한라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의 지주비율(자회사 주식 장부가 총액/지주사 자산총액)은 53.1%로 국내 전체 지주회사 평균 지주비율(78.8%)에 크게 못 미친다.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지주사 자격 상실 수준인 50% 아래로 떨어졌다. 한라홀딩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한라홀딩스의 지주비율은 약 49%에 불과하다. 지주사 자격을 박탈당하면 지주회사 체제가 구축된 대기업집단에게 돌아가는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누릴 수 없다. 한라그룹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이 가운데 한라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식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한라홀딩스 지주비율의 '분자'인 자회사 주식 장부가 총액을 높이는 데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기존에 한라홀딩스가 보유한 전환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작업인 만큼 직접적으로 지주비율 제고에 기여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간접적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회사 체제 방어를 위한 지분투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신규투자에 활용될 재원을 한라홀딩스가 '최대한'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라홀딩스가 보유한 한라 우선주는 총 1017만4420주(100%), 장부가액은 1979억3500만 원으로 1주당 장부가액은 1만9454만 원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라의 보통주 1주당 가격은 약 6000원이다. 이번 주주환원 정책으로 한라홀딩스가 한라에게 우선주를 매각하면서 받을 금액은 1주당 3만505원으로 평가됐다. 2013년 발행 당시 1주당 발행금액(3만1100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 소각 목적 자사주 매입이기에 증권거래세 등 과세도 피할 수 있다. 여기에 한라의 배당확대로 인해 한라홀딩스가 갖게 될 이익도 상당하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확대가 매년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한라홀딩스는 우선주 소각에 따른 지주비율 하락폭 상쇄는 물론, 지주비율을 더 확대하기 충분한 투자자금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사업 발굴·육성을 위한 투자도 보다 활발히 전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한라홀딩스는 한라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발표되기 일주일 전인 지난 6일 자회사 위코가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134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바 있으며, 해당 자금 중 대부분이 2차전지 분리막 제조∙판매 전문업체인 WCP로 흘러갔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 3%룰 리스크에 노출된 한라그룹 전반에도 한라의 이번 주주환원 정책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라의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전체 그룹 이미지와 시장 신뢰가 회복되면 소액주주들이 사모펀드 등이 아닌 사측 손을 들어줄 여지가 확대되고, 소액주주들 자체도 행동주의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며 "3%룰에 취약한 한라그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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