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위기의 기성 언론, 돌파구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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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위기의 기성 언론, 돌파구는 없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9.2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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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기성 언론 대체…언론도 무한경쟁 받아들여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유튜브와의 경쟁 시대를 맞은 기성 언론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시사오늘 김유종
유튜브와의 경쟁 시대를 맞은 기성 언론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시사오늘 김유종

지난 추석 연휴, 오랜만에 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기자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친척 어른들께서 방송·신문 뉴스가 아닌, ‘유튜브’에 대한 대화를 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오랜만에 가족들과 만난 기자는 이 급속한 변화를 보며 당황스러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친척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자는 ‘패러다임이 바뀌었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더 이상 방송·신문의 뉴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포털에 실린 뉴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느덧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관점으로 ‘핫’한 이슈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유튜버들의 입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방송과 신문이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독점력 때문이었습니다. 방송과 신문은 규모 면에서나 성격 면에서나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자연스레 자본력을 갖춘 몇몇 기업이 언론 시장을 독과점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이크’를 쥔 사람이 제한적이었으니, 당연히 그들은 높은 영향력을 지닐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개막하면서 개인들도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게 됐고,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기자이자 앵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여기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개인도 ‘잘만 하면’ 방송국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줬죠.

이러다 보니 기성 언론은 제한된 시청자를 두고 개인 미디어와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습니다. 독과점 시장이 경쟁시장으로 변화한 겁니다. 하지만 관성에 젖은 기성 언론은 ‘무한 경쟁’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개인들은 ‘콘텐츠 전쟁’에 뛰어들었는데, 기존 언론들은 독과점 시장에서 해왔던 기존 문법을 답습하고 있었던 겁니다.

기성 언론이 맞은 위기의 본질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의 요건을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로 요약합니다. 실제로 이미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유튜버들은 흥미로운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거나, 아예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서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반면 기성 언론은 그 어느 부분에도 경쟁 우위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방송·신문의 뉴스는 여전히 ‘딱딱한’ 포맷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점력을 상실한 데다 지루하기까지 하니, 사람들은 굳이 방송·신문 뉴스를 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기성 언론에서만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튜브에 진입해 있는 상황에서, 기성 언론이 더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이러다 보니 기성 언론의 역할은 ‘정보 전달자’에 국한되고, 사람들은 ‘날 것’의 데이터를 더 풍부하게 가공해 풀어내는 유튜버들에게 집중합니다.

이러니 현실적으로 취재원과 시청자·독자를 매개하는 역할을 했던 기성 언론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도, 존재할 수도 없는 구조가 됐습니다. 취재원이 알리고 싶어 하는 소식은 직접 유튜브에 공개하면 그만이고, 기자들의 취재가 필요한 부분은 기자들보다 전문성이 높은 유튜버들이 나서는 게 훨씬 효과적이니까요.

이 같은 콘텐츠 경쟁 시대에 기성 언론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경쟁의 법칙’을 따르는 겁니다. 과거 언론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었을 때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모아 ‘뉴스’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어 소비자에게 일방향적으로 공급하는 모델로도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자의 수가 늘어나고, 유튜버들도 일정 부분 언론의 역할을 하게 된 지금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언론도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라면을 먹으려 할 때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고, IT 정보가 필요할 때 특정 유튜버를 찾듯이 언론도 확실한 브랜드를 갖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일선 기자들도 브랜드를 가진 전문가가 돼야 함은 물론입니다.

또한 언론의 신뢰 회복도 필요합니다. 규제 사각지대인 유튜브는 기성 언론에 비해 신뢰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게 되면,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주는 ‘팩트체커’를 필요로 하게 마련입니다. 때문에 기성 언론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유튜브에 떠도는 ‘가짜뉴스’의 확인 창구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한 지금, 기성 언론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과거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도래한 ‘무한경쟁’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언론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특화시켜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언론 종사자들 모두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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