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대마불사 신화를 무너뜨린 대우그룹과 헝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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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경제] 대마불사 신화를 무너뜨린 대우그룹과 헝다 사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09.26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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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확장에 주력하는 일부 대기업, 헝다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최근 외형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이 헝다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외형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이 헝다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대마불사(大馬不死).’, 대기업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경제 용어로 잘 알려져 있다. 원래는 쫓기는 대마가 위태롭게 보여도 필경 살 길이 생겨 결코 죽지 않는다는 바둑 격언이다. 

현실은 다르다. 천재 기사들도 ‘대마불사론’에 빠져 몰살당하는 패착을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마불사가 대마필사가 되는 사례를 보면 세상사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교훈이다.

우리 경제사에도 대마불사론이 무너진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우그룹은 세계경영을 내세워 70~90년대 고도 성장기의 주역이었다. 당시 김우중 회장의 대우그룹은 1998년 삼성을 제치며 재계 2위까지 오르며 현대를 위협했던 대마 중의 대마였다. 

한때 한국 중산층은 대우건설이 지은 아파트에 살며, 대우전자 TV로 드라마를 시청하고, 대우자동차를 타고 여가를 즐겼던 시절이 있었다. 대우는 대한민국 중산층의 삶에서 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면 대우그룹은 한국 경제가 가진 대표적인 적폐를 가진 존재이기도 했다. 한국 대기업의 고도성장에는 대기업 간판을 무기로 은행을 통한 손쉬운 자금조달로 대기업의 선단식 경영이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우리 경제계가 숨기고 싶은 치부인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모럴 해저드가 낳은 암이었다. 결국 대우와 같은 대기업들은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는 고질병의 징후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한 셈이다. 이는 IMF를 자초했다.

대우는 이 모든 징후들을 거의 다 안고 있으면서도 IMF체제에도 쌍용자동차 인수 등 해외 현지공장 인수 등 은행 빚을 통해 외형확장에 주력했다. 이에 대우는 1998년 삼성을 제치며 재계 2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는 잠시잠깐의 신기루였다. 

대우는 IMF체제로 인한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세계 시장 위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무리한 쌍용자동차 인수와 대우전자-삼성자동차 빅딜협상 실패로 대우는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해체됐다. 한국 기업의 대마불사 신화도 함께 무너졌다.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전 세계 경제계를 강타하고 있다. 헝다그룹은 350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부채 위기에 빠져 연일 달러채 이자를 갚지 못하며 해체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판 대마불사 신화가 무너지기 직전인 듯하다. 

헝다그룹은 지난 2000년대 중국을 강타한 부동산 붐을 타고 급성장한 부동산재벌이다. 현재도 중국 280여 개 도시에 1300개가 넘는 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헝다 파산설이 돌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헝다 파산설이 터지자 지난 20일 뉴욕 나스닥은 2.19%, 다우존스는 1.78%나 급락했다. 세계 경제계는 헝다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헝다파산위기는 중국 정부의 ‘레드라인’ 경고를 무시한 데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20년 8월 중국 주택건설부는 부동산 기업 융자 관리 3대 레드라인을 통해 자산부채율 70% 이상, 순부채율 100% 이상, 현금 대비 단기차입금비율 1 미만일 경우 구조조정과 공급 개혁을 골자로 한 재무 건전성 강화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인민은행도 올해 1월부터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를 통해 규모와 그룹별로 대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헝가그룹은 중국 정부의 경고와 규제에도 아랑고하지 않고 천문학적 부채를 해결하지 못했다. 헝다그룹의 총부채는 1조9665억위안, 한화로 359조4762억원에 육박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규모라고 한다. 결국 헝다그룹은 20여년전 대우그룹을 해체시킨 심각한 돈가뭄에 빠진 것이다.

헝다그룹의 파산이 현실화된다면 대마불사신화는 또 다시 깨지는 셈이다. 대마불사는 오만방자한 자만심이 자초한 불행이다. 최근 외형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이 헝다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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