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시장 대세, 소형인가 대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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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시장 대세, 소형인가 대형인가
  •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
  • 승인 2010.02.08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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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만해도 대형아파트값이 인기를 끌더니 요즘은 오히려 소형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소형 쏠림현상이 대세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반짝 현상인가. 만약 소형 쏠림현상이 대세라면 많은 샐러리맨들이 꿈꾸는 ‘평수 넓히기’는 재테크차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소형 주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 궁금한 해답을 찾아 조목조목 짚어보자.
 

<3년 가까이 지속된 소형 쏠림현상>

최근 소형아파트값 오름세는 가파르다. 2006년 4분기까지는 소형 강세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평형에 관계없이 고른 상승세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당시 은평 뉴타운 고분양가 후폭풍이 나타나면서 불안을 느낀 무주택서민들이 소형 아파트 매입에 나서면서 저가-소형 강세가 심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지역에서 20평형대 미만 아파트 가격지수(재건축 제외 일반아파트)는 2009년 11월 말 현재 141.86(2006년 1월 1일=100 기준)으로 상승폭이 가장 크다. 약 4년 전에 비해서 41.86% 올랐다는 얘기다.
 
그 다음으로 20평형대 133.31, 30평형대 126.89, 40평형대 120.90, 50평형대 117.53으로 나타났다. 아파트값 상승세는 평형이 작을수록 높아 크기와 상승률 간에는 반비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형 강세 원인... 따져보니 너무 많네>
소형 강세 원인은 대략 6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첫째, 1~2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현재 1~2인가구는 728만4684가구로 전체가구의 43.06%에 달한다.
 
이는 9년 전인 2000년(34.65%)에 비해 8.4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2030년이 되면 1~2인가구는 전체의 51.81%로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1~2인가구의 증가는 곧바로 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더라도 소형 수요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구구조상 우리나라보다 15년 정도 앞선 일본에서는 요즘 4인 가족 용 ‘패밀리형 주택’이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이혼자, 미혼 싱글족 등 소형 수요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추세를 봤을 때 우리나라 역시 대형보다는 중형, 중형보다는 소형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인구로 소형 강세 현상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바로 두 번째 요인인 공급부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수도권에서 20평형대 이하 아파트는 6만9731가구가 신규로 입주를 하여, 40평형 이상의 대형 입주물량(3만660가구)의 2배를 넘었다.
 
이러한 추세는 2006년까지 이어졌다. 이러다보니 대형아파트는 희소가치가 부각되는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까지 겹쳐 인기가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2007년부터 역전돼 오히려 소형 희소가치가 커졌다.
 
그 해부터 2009년까지 소형 입주물량보다 대형 입주물량이 훨씬 많아진 것이다. 2009년 20평형대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7650가구로 40평형대 이상의 대형(3만5274가구)의 절반에 불과하다. 건설업체들이 소형 아파트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설을 기피한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도 소형공급 부족 현상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서울지역 공급물량 27만2531가구 중 60㎡ 이하는 4만8079가구(17.7%), 85㎡ 이하는 3만8155가구(14.0%)로 전체의 절반이 되지 않았으며 85㎡ 초과가 68%에 달했다.
 
셋째, 뉴타운, 재개발 이주수요이다. 최근 들어 뉴타운, 재개발 철거가 본격화한 것도 소형 수요를 늘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넷째, 소형 아파트 대체재인 다세대, 다가구주택, 오피스텔의 위축도 소형아파트의 몸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섯째,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주택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경기불황일수록 ‘실속소비’ 성향이 강한데 이번에도 소형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가 201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된 것도 소형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거래활성화를 통한 시장 시스템 정상화에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과거 노무현정부의 유산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1가구 2주택자 50%, 3주택자 60%)를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설사 다주택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더라도 노무현 정부 때처럼 ‘융단 폭격식 벌칙’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자는 “이런 점 때문에 최근 ‘똘똘한 주택 한채 갖기’ 움직임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 서울지역 아파트가격 지수 및 입주량 추이     © 사진제공:부동산1번지

<대형 강세로 갈 가능성은 없나> 
 
1인당 주택연면적으로 볼 때 한국은 2005년 기준으로 22.8㎡다. 7평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고, 좁게 산다는 일본의 30.7㎡의 74% 정도에 그친다.
 
심지어 미국에 비해서는 41% 가량의 면적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에서 1인당 주택연면적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좀 더 넓은 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른바 ‘쌍봉세대’인 40~50대 인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령대에서는  자녀들이 커가고 소득도 늘면서 집을 넓히려는 욕구가 왕성할 때다. 중대형 아파트 핵심 수요층이라는 얘기다.
 
통계청 추계인구에 따르면 전국의 40~50대 인구는 2016년에 1635만 명으로 피크를 이룰 전망이다. 더욱이 수도권의 경우에는 882만 명을 기록하는 2022년에 정점을 이룬다. 전국의 40~50대 인구 정점보다는 6년 정도 늦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은 중대형 수요가 위축돼 있지만 앞으로 언제든지 시장 주도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인구구조가 고령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대형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럴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집을 줄이는 시기가 60대 중반으로 선진국에 비해 10년 정도 늦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시작인 1955년생들이 올해부터 본격 은퇴를 한다고 하지만 아직 대형아파트 처분 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인구보다는 수급과 세제에 염두에 둬야>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모두 소형과 대형 모두 상승요인이 있다. 대형은 주로 인구통계적인 측면에서지만 소형은 인구통계는 물론 공급부족과 불황 및 재개발, 뉴타운철거 등 일시적인 수요증가 등 여러 가지 겹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소형 강세 원인을 인구론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 3년 전 똘똘한 주택 한 채 갖기 바람이 불었을 때도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었다. 대형이 뜰 때에는 1~2인 가구 증가 얘기는 안하더니 소형이 뜨니까 1~2인가구를 얘기를 꺼낸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인구는 초장기 시계열이다. 단시간에 달라진 것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공기와 같은 존재이다. 때문에 인구만 가지고 소형 강세 원인을 분석할 경우 주택수요 결정 변수 중 특정 변수를 확대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아주 멀리 보면 소형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수도권에서 인구 충격에 의해 대형아파트가 폭락할 가능성은 낮다. 아직까지 쌍봉세대를 중심으로 한 수요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택경기는 멈춰있지 않고 순환하는 법이다.

그래서 지금은 초장기 변수보다는 중단기 변수, 즉 수급과 정책변수에 더 주목을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앞으로 소형 공급이 어느 정도 늘어날 것인지를 체크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소형 강세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다주택자 세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제가 달라지면 단기적으로 주택 수요패턴이 또 달라질 수 있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가격이다. 향후에 소형 아파트 가치가 아무리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비싸다면 메리트가 없다. 최근 소형아파트 가격이 많이 치솟았다. 이 바람에 수도권에서는 대형아파트가 훨씬 더 가격경쟁력이 있는 지역도 많다.
 
실물경기도 회복되고 있어 대형아파트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 이런 곳에서는 집이 좁아서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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