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건설 매각, 집중 감사해야 하는 이유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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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우건설 매각, 집중 감사해야 하는 이유 넷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0.07 14:34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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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우건설 M&A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흥건설그룹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우건설 인수합병을 위한 실사작업이 이달 중순께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금교섭 타결·총파업 중단 이후에도 집행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반(反)중흥 투쟁을 지속하던 대우건설 노조도 최근 들어 잠잠한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대우건설은 연내 중흥건설그룹의 품에 안길 전망이다. 남은 관문은 단 하나, 오는 15일로 예정된 KDB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로 보인다. 이 부분을 인식이라도 한 듯 이번 매각을 주도한 산은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의 이대현 대표는 지난 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우건설 매각 관련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등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사안은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들이 상당하다.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가 적어낸 입찰가가 어떤 경위로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지다. 이대현 대표는 KDB인베스트먼트 내에서는 2명의 담당자만이 입찰가를 확인했다며 중흥이나 DS, 또는 대우건설 전(前)임직원들이 가격을 알렸을 거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매각주관사는 산업은행 M&A실과 BoA메릴린치다. 두 번째는 중흥건설의 요청을 수용해 재입찰을 단행한 이유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재입찰에 대해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재입찰이 아니라 입찰제안서 중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중흥건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이해하기 힘들다. 3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건설이다. 이미 헐값이다. 그런 이유라면 매각 자체를 연기했어야 했다. 마지막 의문점은 제도와 책임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이 자회사를 통해 진행된 만큼, 국가계약법이 적용되지 않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이번 M&A에 대해 산업은행은 제3자 위치에 있어 관여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다. 국책은행이 내놓을 입장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 케이디비산업은행 CI
ⓒ 케이디비산업은행 CI

국회 정무위는 대우건설 M&A에 대해 반드시 집중 감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열거한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대우건설이 중흥건설에 인수되는 걸 막아야 하기 때문도 아니다. 국감은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 국정 전반과 국가기관들을 감찰하고 비판하는 자리로, 이를 바탕으로 법망의 허술함과 제도의 빈틈으로 인해 현재 발생한 부적절한 현상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입법적으로 보완하는 데까지 가야 진정한 의의가 있다. 또한 국감을 통해 감시·견제 기능 부족, 잘못된 법 해석, 입법 미비 등 때문에 앞으로 문제가 될 공산이 큰 부분을 사전에 파악해 사회적 논란과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대우건설 매각 이슈는 집중 감사를 받아야 할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가계약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다. 최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산업은행은 현행법에 의해 지정된 기타공공기관이며, 기타공공기관의 운영규정에 따라 주식 양도계약 체결은 일반경쟁에 붙여져야만 한다.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게는 대우건설의 구조조정, 기업가치 제고, 출자지분 매각 절차 업무 등을 위탁·대행시킨 것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은 국가계약법 적용을 받지 않은 자회사가 진행한 매각이라는 핑계로 매각대금을 2000억 원까지 낮추면서 수의계약에 의해 매수의향자(중흥건설)에게 대우건설 주식 매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KDB인베스트먼트가 사적 주체로서 실시하는 거래로 민법상 사적자치, 계약 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게 맞다. 일반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는 공공계약과 법적 성격이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직접 내비치기도 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또한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기업 매각에서 특정 인수 후보가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실시해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딜 클로징에 이르는, 즉 '역(逆)프로그래시브딜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지정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는 측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향후 비슷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국가계약법을 손보고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에 대한 책임 소지를 조율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 매각 관계자들을 국감장에 불러들여 세부 과정에 대해 꼼꼼하게 추궁해야만 한다.

둘째로 대우건설 매각 사안을 놓고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돌고 있는 여러 확인되지 않는 얘기들을 일축시키기 위해서다. 이번 일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이후 여의도 정가에서는 여권의 거물급 정치인 몇몇이 대우건설 M&A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괴소문이 확산된 바 있다. '아무개가 산업은행에 연락했더라'라며 실명까지 거론된 지라시까지 나오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본격 대선정국에 돌입한 상황이다. 각 정당 대통령 후보 경선 릴레이가 막바지로 향한 시점이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확인되지 않은 소문의 영향력은 커지기 마련이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만 한다. 아울러 금융권에는 이동걸 회장은 은행연합회장직을, 이대현 대표는 대우건설 회장직을 두고 중흥건설과 거래를 한 것이라는 풍문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앞선 인터뷰에서 자신과 이 회장을 둘러싼 소문은 모두 사실무근이며 의도적인 음모론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정권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정권재창출이 이뤄지든, 정권이 교체되든 금융권엔 인사 피바람이 몰아칠 여지가 상당하다. 이 같은 괴소문을 빠른 시일 내 일축시키지 않는다면 얼마나 뒷말들이 많이 나오는겠는가. 이를 예방하려면 이번 매각 관계자들을 국감장에 불러들여 사실관계를 낱낱이 따져 물어야만 한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셋째로 대우건설은 이미 M&A 흑역사가 있는 업체라는 점을 감안해서 또다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 원에 사들인 후 '승자의 저주'에 시달렸고, 그로부터 약 3년 만에 대우건설을 재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외부 차입금에 의존한 몸집 부풀리기에 따른 유동성 압박, 금융위기라는 외부 요인 등 영향으로 대우건설을 다시 뱉어낸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떠했나. 혈세는 혈세대로 낭비됐고, 한때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라는 재벌 대기업이 중견기업 수준으로 몰락했다. 많은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수십조, 수백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지금이라고 그때와 다를까. 아무도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중흥건설그룹은 유동성이 풍부한 중견업체로 평가되고 있으나 최근 들어 공공택지가 줄고 벌떼 입찰도 어려워지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HMM,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 쌍용자동차 등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매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업황도 좋은 흐름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외시장이 위축됐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출 규제 등으로 국내 주택시장도 형편이 어렵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이번 매각 관계자들을 국감장에 불러들여 여러 잠재적 리스크들을 하나하나 파악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국격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다. 이번 대우건설 M&A는 중흥건설, DS네트웍스, 호반건설 등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 운용사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중국 건설업체인 중국공정총공사 등 해외 기업들도 관심을 보였다. 2016~2017 매각 작업 당시에도 중국, 중동, 인도네시아 등 해외 업체들이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비록 입찰까지 이르진 않았으나 대우건설은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풍부한 건설사라는 측면에서 매물로 나올 때마다 해외 회사들이 M&A를 타진하고 있다. 보는 눈이 많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팔리면 국부 유출이라며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외 M&A가 활발해져야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글로벌 시장 진출과 해외 M&A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포스트 코로나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국책은행이 사실상 지휘하는 기업 매각 작업이 구설수에 오르고,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사회적 논란이 발생한다면 과연 우리가 글로벌 M&A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겠는가. 투자를 꺼리진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이번 매각 관계자들을 국감장에 불러들여 전말을 샅샅이 캐서 '사실은 이렇습니다'라고 알려야만 한다.

이미 금융위원회가 경고 조치를 내린 사안이다. 관계자들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하지 않거나, 감사를 게을리한다면 국회 정무위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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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2021-10-08 17:57:26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기자님 기자님의 기사가 카페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파헤쳐야합니다

Hmmhmm 2021-10-08 00:09:00
산은장은 공매도를 사주해 주가를 폭락시켜 소액개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습니다. 다음 기사는 이 비리를
파헤쳐 주세요.. 몸집을 줄여 단계적 매각.. 주식전환하지 않으면 배임.. 이라는둥.. 주옥같은 hm주가폭락 어록의 주인공이바로 산업은행장입니다

공매도척결 2021-10-07 23:59:43
대우건설 매각.. 새우가 고래를 삼켰으니 말이 많지오
정상적인지 않은 매각절차.. 대우건설 직원 주주분들
얼마나 열받으실지..산은장 정말 문제 많네요
이번 국감에서 비리가 파헤쳐지길요

이보미 2021-10-07 23:35:58
산업은행이 손대는 기업들 중 제대로 된게 없는것 같습니다.
명명백백히 쟐못을 가려내어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네만 성과급 파티 진짜 다시 곱씹어도 어이없네요.

Tlsur 2021-10-07 23:12:45
대우건설 매각도 이해가 할 수 없는 매각인데 HMM은 얼마나 심할지 걱저걱정입니다. 꼭 조사하여 천벌 받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