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항 용흥4, 재개발 브로커에 춤추나…사업 혼란 우려
[기자수첩] 포항 용흥4, 재개발 브로커에 춤추나…사업 혼란 우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0.12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흥기업 시공사로 신탁방식재개발 진행 중인데…토지 불법적 매입해 공동시행으로 바꾸려 시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pixabay
ⓒ pixabay

온나라가 화천대유발(發) 부동산 개발 이슈로 떠들썩한 요즘, 포항 용흥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이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져 물의를 빚고 있는 눈치다. 재개발 브로커로 추정되는 비조합원 세력이 개입, 조합원들을 현혹시켜 토지를 매입하려고 하고 아예 사업 성격을 바꿔 개발이익의 흐름을 자신들 쪽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포항 용흥4구역 재개발사업은 경북 포항 북구 용흥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9층, 총 870세대 규모 공동주택을 짓는 프로젝트로, 지난해 9월 진흥기업이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으며 그해 12월 우리자산신탁이 신탁사로 선정돼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업시행계획인가가 승인되기도 했다. 해당 사업은 조합원 수가 74세대에 불과한 반면, 일반분양 물량이 796세대에 달해 순리에 따라 진행한다면 모든 조합원들이 높은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지역 내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시행권을 노린 A씨 등 비조합 인사들이 시행법인을 설립하고 '재개발 방식 대신 공동시행 방식으로 전환하면 수익이 더 좋다'는 식으로 조합원들을 흔들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시공사(진흥기업)와 가계약을 마친 상태인지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는 등 시공사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는 현실"이라며 "조합원 자격이 없는 시행 법인이 다른 시공사를 접촉하며 '시공참여 의향서'를 받고 있는 건 명백한 월권행위로 보인다"고 본지에 호소하기도 했다.

A씨 등이 이 같은 시도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당초 용흥4구역은 이들이 조합원들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뒤 자신들이 개발하는 방식의 '개발사업'을 추진했던 곳이다. 하지만 A씨 등은 자금 부족 문제로 토지 매입을 제대로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되자 개발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재개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큰 수익을 거머쥘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다시 현장에 나타나 사업방식을 바꾸자며 조합원들을 현혹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 중론이다.

나아가 이들은 개발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자금이 부족한 상태인 만큼, 향후 기존 시공사인 진흥기업이 아닌 다른 건설사와 손잡고 시공권을 조건으로 내걸어 땅을 사들인 다음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도시정비사업 관계자는 "조합 지분이 전혀 없는 시행법인이 다른 시공사와 접촉하면서 공동시행을 하겠다는 건 집주인도 아닌데 집주인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업이 순항하자 불법적으로 편승해 수익을 챙기겠다는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봐도 현재 이미 시공사로 선정된 진흥기업과 가계약을 마친 데다, 앞선 조합원의 말처럼 시공사와 조합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구축된 상황 가운데 사업방식 전환, 시공사 교체를 언급하는 건 무리한 발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사업 차질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도시정비사업에 있어 시공사 선정·교체 문제는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만약 시공사가 바뀐다면 기존 시공사인 진흥기업이 그냥 넘어가겠는가. 불법 소지가 농후한 토지 매입 시도, 비합리적인 시공사 변경에 대한 법정공방이 펼쳐지고, 사업이 표류할 공산이 커 보인다. 관례와 상식에 어긋난 재개발 브로커의 수상한 논리에 관계자들이 허우적대며 춤을 추다 모두 수렁에 빠질 여지가 상당하다.

용흥4구역 조합원들 입장에서도 사업방식 변경은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일반분양이 많아 큰 수익이 예상됨에도 굳이 토지를 매각하고 사업권을 다른 데에 넘기는 선택을 하는 것이어서다. 금전적 불이익은 물론, 심리적인 충격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용흥4구역은 2009년 7월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이후 1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연됐다가 이제서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지역이다. 조합원과 지역 주민들에게는 숙원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미 늦어질 대로 늦었다. 또 다른 변수의 등장으로, 특히 재개발 브로커의 등장으로 또다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건설업계의 룰 파괴는 선례가 생기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조합원들에게는 현명한 선택이, 관계당국에게는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