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수주하고 보자’ GS건설, 공약 공증까지 하곤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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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수주하고 보자’ GS건설, 공약 공증까지 하곤 ‘나 몰라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0.16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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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은행주공서 35층 랜드마크 약속…30층으로 사업시행인가 신청
과천주공6서 무상지분율 150% 약속…공사비 증가로 130%대로 추락
과천주공5에 차량 주출입로 2개 확보 제안…정비계획안엔 1개만 계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GS건설이 최근 수주한 경기권 재건축사업 현장에서 시공권을 확보하는 데에 주효하게 작용했던 입찰 제안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치열한 수주전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사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와 본지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경기 성남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하 6층~지상 30층, 39개동, 총 3190가구 규모 단지'라는 계획이 담긴 사업시행계획서(안)를 바탕으로 지난 7월 성남시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다. 성남은행주공 재건축사업은 당초 2018년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35층 랜드마크 확정' 공약을 앞세워 시공권을 딴 프로젝트다. 

해당 사업은 성남시 정비계획 최고 층수 제한인 30층에 묶여 조합 설계안도 30층이었고, 경쟁사인 대우건설도 30층을 반영해 제안했다. 그럼에도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입찰 당시 조망권 높이 규제는 2단 설계로 피할 수 있으며, 성남 지역 재건축 사례를 감안하면 35층까지 아파트를 짓는 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수주에까지 이른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결국 30층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경기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사업(과천 자이)도 GS건설이 시공사 선정 당시 조합원들의 환급금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무상지분율을 150%로 확정한다는 제안을 해 경쟁사(대우건설 149.4%, HDC현대산업개발 135.94%)들을 이기고 시공권을 확보한 프로젝트이나, 이후 설계변경과 공사비·사업비 증가 등으로 무상지분율은 130%대로 낮아졌다. 무상지분율은 아파트 재건축에 있어 시공사가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평형을 추가 부담금 없이 조합원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조합원들이 사업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공약을 앞세우고, 수주 후 말을 바꾸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다. 문제는 앞선 GS건설의 경우 두 사업장에서 대표이사 직인이 찍힌 공증까지 했음에도 약속을 어기고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데에 있다.

2018년 성남은행주공 재건축 수주전 당시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해당 조합 측에 보낸 '35층 랜드마크 확정' 관련 공증(왼쪽), GS건설이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 수주전 당시 조합에 보낸 확정지분제 150% 관련 공문. 각 조합원 제공 ⓒ 시사오늘
2018년 성남은행주공 재건축 수주전 당시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해당 조합 측에 보낸 '35층 랜드마크 확정' 관련 공증(왼쪽), GS건설이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 수주전 당시 조합에 보낸 확정지분제 150% 관련 공문. 각 조합원 제공 ⓒ 시사오늘

본지가 확보한 문건을 살펴보면 성남시는 2018년 11월 7일 성남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일부 시공사에서 임의로 층수를 변경해 홍보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출되고 있다. 정비계획은 도정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수립된 사항으로 시공사 등에서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님을 알린다. 혼선이 없도록 입찰 등 시공사 선정 업무 시 유의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자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같은 달 20일 '당사 제안은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 최고층수를 변경하는 사항으로 관련 법적 검토를 완료했다. 35층 랜드마크 혁신설계에 대해 책임질 것을 약속한다. 층수변경으로 인해 조합원에게 손실 발생 시 당사가 책임을 지겠다는 공증 인증서를 계약서에 첨부한다'는 내용의 공증 서류를 조합 측에 보냈다. 35층 랜드마크 확정 공약을 고수한 것이다. 이 서류에는 임병용 GS건설 대표, 김대철 당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의 직인이 날인됐다.

성남은행주공의 한 조합원은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대표이사 날인을 포함한 공증서까지 제시하며 35층 설계를 확정해주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걸 믿고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에 표를 줬다. 그런데 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된 지금 시공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불만을 갖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관계자는 '사업 지연을 막고자 기존 계획안대로 하는 것'이라는 식의 원론적 입장만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사업도 마찬가지다. GS건설은 2012년 3월 해당 사업 조합에 '당사는 확정지분제 150%로 입찰했으나 경쟁사에서는 지분율이 변동되는 것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확정지분율 150% 보장은 설계변경, 일반분양가 하락 등 조건 변경 시에도 150% 확정임을 명백하게 알린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또한 이 서류를 보내고 3일 뒤에도 '확정지분제 150% 확정 재확인의 건'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재차 발송하기도 했다. 두 공문 모두 허명수 당시 GS건설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혔다. 이를 신뢰한 조합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천주공6단지의 한 조합원은 "GS건설이 공사비를 3.3㎡당 420만 원 수준에서 520만 원대로 증액하면서 무상지분율이 추락했다. 시공사가 제안한 환급금보다 1억5000만 원 이상 손해를 봤다"며 "이제 곧 입주를 하는데 또다시 수백만 원의 추가 부담금이 더해질 거라는 말을 들었다.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GS건설은 과천주공5단지 정비계획 결정도상 차량출입불허구간인 곳에 부출입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조합원 제공 ⓒ 시사오늘
GS건설은 과천주공5단지 정비계획 결정도상 차량출입불허구간인 곳에 부출입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조합원 제공 ⓒ 시사오늘

이 같은 소문이 확산되면서 조만간 입찰을 앞둔 과천주공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내에서도 GS건설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차량 주출입구 2개 확보' 공약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GS건설은 해당 현장에서 차량 주출입로 2개를 확보해 교통 혼잡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홍보하며 상가 조합원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천시가 인허가한 정비계획안상에는 주출입로 1개만 계획돼 있다.

또한 '동일 평형 무상입주', '2평 환급 보장' 등 공약에 대한 뒷말도 나온다. GS건설이 과천주공5단지 조합원들에게 분양가 상한제 대책의 일환으로 동일 평형 무상입주와 2평 환급 보장을 약속했으나, 정작 입찰 시 제출된 계약서에는 관련 언급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과천주공5단지의 한 조합원은 "법적구속력이 없는 설명회에서 일반분양가가 하락하면 공사비를 깎아서라도 환급금을 주겠다고 구두로 홍보하고 있다"며 "나중에 문제가 되면 모른 척 하려는 꼼수라는 의문이 든다. 지금 과천주공6단지에서 비슷한 문제로 논란이 상당하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한 재건축 현장들에서는 서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갖은 수를 써서 거짓 과장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조합원들이 짊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시공사 선정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수주전에 참가한 건설업체들 대부분이 도정법과 입찰지침 등을 위반하기 마련이고, 비현실적인 설계변경 관련 제안들을 무분별하게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어차피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직접 제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나중에 문제가 불거져도 조합에서 이를 문제 삼아 입찰을 무효화하고 시공사를 교체하는 일은 최근에는 종종 있지만 드물다. 사업이 지연되는 걸 꺼려서다. 애초에 무리한 것으로 보이는 공약들은 거르고 판단하는 게 합리적인 결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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