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ESG경영’ 자랑…그 기준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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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ESG경영’ 자랑…그 기준이 뭔데?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1.10.20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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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검증·평가 프로세스 부재로 '그린워싱' 확산…과대포장 논란으로 금융회사 이미지훼손·가치↓
글로벌 운용사의 130개 ESG펀드(운용자산 670억 달러)의 72%가 파리기후협정 목표와 불일치해
ESG 검증과 판단을 위한 외부평가 기준과 규제 도입하기 전 금융사 내부검증 시스템 마련 필요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자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성과를 연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의 '진정한' ESG 경영을 검증·평가할 기준과 규제가 없으니 먼저 기준을 세우고 규제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0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ESG 경영을 엄격하게 가려낼 수 있는 판단 기준과 규제가 미비하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그린 ESG를 검증하기 위한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FDR)'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SFRD의 규제 대상인 금융회사는 SFDR의 세부 기준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고 실행방안도 구체적이지 않다. 따라서 ESG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린워싱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존재해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됐다. 그린워싱이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과 거리가 멀지만 '친환경 이미지로 세탁'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ESG를 판단하고 검증하는 기준과 규제의 '부재'로 인해서 금융회사는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일 경우 객관적으로 '아니다'라고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금융사의 평판·이미지 훼손으로 영업력이 위축되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등의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독일은행 도이체방크 계열 운용사인 DWS는 기준에 부적합한 펀드를 ESG 상품으로 분류해 ESG 투자 규모를 허위로 공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DWS는 지난해 지속가능한 보고서에서 전체 운용자산(9000억 유로)의 약 50%인 (4590억 유로)가 ESG 자산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전 DWS 책임자가 DWS가 적절한 ESG 평가시스템을 보유하지 않고, 실제 ESG 기준에 적합한 펀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ESG 자산 50%'는 허위 공시라고 고발했다. 이에 미국과 독일 금융당국이 지난 8월 조사에 착수하면서 DWS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 8월 25일 DWS 주가는 41.72에서 다음날 36.02유로로 떨어지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14% 가까이 급락했다. ESG 검증·평가 기준이 없으니 금융회사가 객관적으로 반박도 못 하고 이미지 훼손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금융회사들이 ESG 상품 개발 노력을 강화하지만, 규제환경이 정립되기 전까지 '그린워싱' 논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ESG 평가·검증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린워싱'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됐다. 금융회사가 국제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ESG 성과를 허위공시하는 것부터, 부적합한 금융상품을 ESG로 분류하거나 이름만 바꿔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현재 블랙록·UBS 같은 글로벌 주요 운용사의 130개 ESG 펀드(운용자산 670억 달러)의 72%가 파리기후협정 목표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고서는 ESG 기준과 규제의 '미비'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금융사 내부검증과 예방 시스템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린워싱' 논란은 그동안 금융사가 노력했던 ESG 경영성과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체계 평가가 완성되기 전이라도 내부 검증 시스템 마련과 적용이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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