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서울·경기 빌라값 상승세…“전세대출 회수 규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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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서울·경기 빌라값 상승세…“전세대출 회수 규제 영향”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0.2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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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서울·경기권 빌라(연립·다세대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집값 폭등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세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R-ONE 부동산통계 뷰어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 2~6월 1억5000만 원대를 유지하다가 7월을 기점으로 1억4000만 원대로 추락했고 지난달 1억4100만 원을 기록했다. 반대로 서울 지역의 경우 2억3000만 원대에 머무르다 지난 7월 2억8000만 원으로 치솟더니 지난달에는 2억8200만 원까지 상승했다. 전국 평균치보다 낮은 매매가에 머물렀던 경기 지역도 지난 9월 1억4000만 원까지 뛰며 지난 7월 이후 지속 상승했다.

이 같은 서울·경기권 빌라 가격 오름세는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7월 연립·다세대주택 통계 표본을 재설계했기 때문으로 풀이되나, 민간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상승 흐름을 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9월 서울 지역 연립주택 매매가 누적 상승률은 6.21%, 경기 지역은 6.61%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5.57%)보다 1%p 가량 높고,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1~2%p 가량 오른 수준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달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인 1.42%를 기록하기도 했다.

거래량도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원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8월 체결된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건수는 4만6868건으로 2019년 동기 대비 75.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수치(65.27%)보다 약 10%p 높은 수준이다. 경기 지역의 경우에는 2019년 1~8월 2만8868건, 2020년 1~8월 4만4992건, 2021년 1~8월 4만5933건으로 매년 늘었으나 2019년 대비 2021년 증가율은 전국보다 낮은 59.11%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요자들이 대체재인 빌라로 발걸음을 옮겨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는 최근 서울·수도권 지역 빌라 가격 상승세에 대한 자료를 내면서 "아파트 매매가 상승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빌라 등 대체 주거상품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대비 상품 경쟁력은 약해도 입지 경쟁력을 갖춘 도심 인근 지역 비(非)아파트에 관심이 쏠렸다"며 "아파트를 따라 빌라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보는 수요자들의 기대감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빌라 가격이 치솟은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빌라값 오름세의 근본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전세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에 있다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 정권은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에서 아파트에 대한 전세대출 회수 규제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에는 일부 예외(직장이동, 자녀교육 등)를 제외하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 전세대출보증 이용을 제한하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규제 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면 해당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빌라 등은 '갭투자 우려가 높은 아파트 대상이기에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해당 규제에서 빠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빌라 가격 상승세는 3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 물량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값이 뛰면서 서울·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이 대부분 3억 원을 넘긴 상황인지라 아파트를 사면 전세대출이 즉시 회수돼 실수요자, 투자자들이 매수를 결단하기 어렵다"며 "반면, 빌라는 9억 원 이하 매물이면 전세대출이 있더라도 구매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그래서 현재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3억 원 초과, 9억 원 이하 빌라들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서울 집값이 약보합세에 들어간 것도 이와 비슷하다. 갭투자 후 그 아파트에 들어가서 실거주하려면 전세보증금을 뱉어야 하는데, 이게 지금 제도적으로 막힌 실정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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