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오일쇼크 악몽과 탄소중립 역풍
[역사로 보는 경제] 오일쇼크 악몽과 탄소중립 역풍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10.24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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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 전 대체 자원확보 우선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탄소 중립으로 가기 전에 대체 자원확보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좌) 에너지 제왕 석유 시추현장, 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사진(우) 에너지수급 대책에 몰두하고 있는 당국자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탄소 중립으로 가기 전에 대체 자원확보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좌) 에너지 제왕 석유 시추현장, 사진제공=한국석유공사 사진(우) 에너지수급 대책에 몰두하고 있는 당국자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1970~8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는 전 세계를 경악시키며 대혼란에 빠뜨렸다. 지난 1973년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일방적인 원유의 가격인상과 원유생산의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에 불과했던 아랍 국가들의 자원민족주의가 낳은 참사였다. 석유 벼락부자들의 반란으로 전 세계는 원유 부족으로 경제적 대혼란을 겪었다. 

가장 큰 원인은 중동전쟁이다. 1973년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등 이슬람 국가와 이스라엘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 문제는 미국이 아랍 산유국의 적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한 데 있었다. 아랍 산유국들은 미국을 향한 보복조치로 석유감산과 가격 인상을 전격 시행했다.

20세기 산업화의 최대 에너지원인 석유에 절대 의존하고 있던 전 세계 국가들은 인플레이션과 불황을 동시에 겪게 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아랍 산유국들은 이 점을 노렸다.

만만하다고 무시했던 아랍 국가들의 에너지 쿠데타로 자본주의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즉 세계 대공황을 해결했던 수정자본주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정부의 개입으로 어떠한 경제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맹신했던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는 자원민족주의에 완패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희대의 괴물을 만난 셈이다.

자원빈국의 대명사 대한민국도 석유파동의 태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정부는 1973년 12월 4일 석유류 값 인상과 공산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정부가 극도의 에너지난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견디다 못해 물가 조정에 나선 것이다. 

유가 인상의 파급 효과로 전체 공산품 가격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화물 수송비 인상이 잇따랐고, 축산업계도 사료값, 비료판매가격 인상으로 축산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서민들만 물가와 불황의 고통을 동시에 짊어지게 됐다. 결국 유가 인상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고,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마스크 대란이 터진 것처럼 석유를 사기 위해 주부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졌다.

아랍 산유국의 자원민족주의 만행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1978년 이란 팔레비 왕조 붕괴에 따른 석유생산 축소와 수출 중단으로 제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고 글로벌 경제는 지옥행 열차를 다시 경험하게 됐다. 

최근 글로벌경제는 국제유가 급등의 역풍을 맞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21일 발표한 <국제유가 및 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국제 유가는 천연가스 대체 석유수요 지속, OPEC+와 미국의 추가 증산 제한, 2022년 석유수요 상승 전망, 원자재 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등으로 상승했다.

로이터 통신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증함에 따라 발전 및 산업부문에서 사용되던 가스수요 일부가 석유로 대체되며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현재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천연가스 대체 석유수요는 25만~75만b/d 수준이며, 이러한 현상이 내년 3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유가 폭등이라는 데 있다. 아직 탄소중립을 가기 위한 첫 발을 디딘 상황에 석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과잉 수요에 따른 유가폭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특히 미국 셰일 업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투자자의 배당 상향 요구 등으로 증산을 위한 투자를 꺼리고 있어 미국 현재 원유 생산량은 2019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도 지난 1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각의 추가 증산 요청에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했고, 현재 진행 중인 계획적인 증산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물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유럽으로의 추가적인 가스공급 의사를 밝혔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카타르의 천연가스 생산설비는 이미 최대치로 가동되고 있지만, 정작 OPEC+와 미국의 단기적인 추가 증산 가능성이 낮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유가폭등의 여파로 7년7개월 만에 수입물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12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향후 인플레이션 압박과 국내소비자물가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분명히 탄소중립은 반드시 우리가 가야할 지향점이다. 하지만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할 친환경에너지원이 절대 부족한 상태에서 터진 국제유가 폭등은 인플레에션 공포 엄습 우려를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재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우리도 탄소 중립으로 가기 전에 대체 자원확보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석유 가진 자가 ‘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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