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김영란 “법관의 다양성, 확증편향 막고 공정성 높일 것”
[북악포럼] 김영란 “법관의 다양성, 확증편향 막고 공정성 높일 것”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10.27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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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89)〉 김영란 전 대법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김영란 전 대법관이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강연했다.ⓒ시사오늘

“과거에는 사회가 굉장히 단순했고, 공정의 기준이 명확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공정의 기준은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사회가 변화하고 공정의 기준이 헷갈릴 때면, ‘어떻게 판결을 해야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고민에 빠집니다. <판결과 정의>는 정의를 알지 못한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한 석좌교수, 바로 김영란 전 대법관이다. 그런 그가 덤덤히 ‘정의로운 판결’에 대한 고민을 고백했다.

법조문을 그저 잘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들을 판사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10월 26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은 김영란 전 대법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연 주제는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한 ‘판결과 정의’다.

 

“어떤 판결이 정의로운 판결일까?”


국가가 개인의 사적 계약에 개입하기 위한 이론이 있다. 서양에서는 인종 차별 문제가 심했던 시대에 ‘국가행위의제론’을 통해 국가 개입을 정당화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민법 제103조에 근거해 ‘간접적용설’을 통해 국가 개입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김영란 전 대법관은 한 판결을 소개했다.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의 자녀 채용에 대한 단체 협약 정당성 여부가 쟁점이었다.

“대기업과 노조가 자율적으로 ‘산재로 사망 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자녀를 채용한다’는 단체 협약을 맺었습니다. 손해 배상도 받는데 취업까지 책임지는 것은 공정한 문제일까, 또 불특정 다수의 취준생의 평등권 침해는 아닐까,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대법원은 1심, 2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이를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일로 보고, 채용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렇듯 정답이 없는 사건에 대해 판사는 무엇을 갖고 판단하느냐가 고민의 핵심입니다. 우리 사회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제 판결이 옳은 것일지 늘 고민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판결을 해야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판사들의 판결 기준은 크게 9가지로 분류됐다. 사법 행태에 관한 9가지 이론은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구분됐다.

“‘가치 개입 이론’은 판사가 갖고 있는 정치적 선호, 자유나 평등 중 중시하는 가치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입법 반응 등을 전략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접근 이론’, 법학적 역학 관계를 고려한 ‘사회학적 이론’이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법관 개인이 갖고 있는 선입견이 작용한 ‘심리학적 이론’이나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학적 이론’, 조직 내 평가 등을 고려한 ‘조직 이론’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판결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따지는 ‘실용주의 이론’, 법관의 의식이나 경험에 투영되는 것을 추적하는 ‘현상학적 이론’, 문자 그대로 삼단논법을 통해 결론을 내는 ‘법규주의 이론’이 있습니다.”

 

“정치적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늘어나”


ⓒ연합뉴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연합뉴스

판결에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하는 비판은 ‘정치 판사’다. 그러나 김 전 대법관은 이러한 비판에 “정치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늘어났다”고 반박하며, 이를 ‘정치적 판결’이라 칭했다.

“정치적 판결은 현실 정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도덕적 쟁점의 문제입니다. 즉 문헌적 해석인 법규주의로는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는 결국 판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판결이 바로 정치적 판결인 셈입니다.

이러한 판결은 토론을 통해 동료를 설득하는 ‘심의 모델’과 토론해서 끌어들일 수 없는 가치 문제의 경우 표결을 통해 결정하는 ‘표결 모델’로 나뉩니다.”

그렇다면 판사들이 정치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판결을 조금 더 공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 전 대법관은 이를 ‘다양성’에서 찾았다.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법관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법률이 없거나 혹은 시대에 뒤떨어져 모순돼있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할 것이냐 아니면 놔둬서 입법에 맡길 것인가에 대해 판사들은 정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판사들의 판결과 표결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차별 인정 여부의 경우 공화당 추천 판사는 평균 35%, 민주당 추천 판사는 51%가 찬성합니다. 그런데 공화당 추천 판사 2명과 민주당 1명 혹은 민주당 2명과 공화당 1명 판사가 모일 경우 42%로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집니다. 반면 공화당 판사 3명일 경우 31%, 민주당 판사 3명은 75%로 쏠림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렇듯 다양한 생각을 하는 판사를 섞어두면 타협을 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모아두면 확증편향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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