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人] 노태우에 대해… 손영길 “생명을 같이 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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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人] 노태우에 대해… 손영길 “생명을 같이 한 친구”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1.10.29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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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회고록서…“한국 민주주의 돌아갈 수 없는 다리 건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故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오랜 투병 생활 끝에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마련됐다. 사진은 생전 노 전 대통령 뒷모습. ⓒ노태우 회고록 표지
故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오랜 투병 생활 끝에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마련됐다. 사진은 생전 노 전 대통령 뒷모습. ⓒ노태우 회고록 표지

“나하고 생명을 같이 한 친구다. 육사도 같이, 월남전도 함께 갔다. 둘도 없는 친구다. 마음이 심히 아프다.” 

구순을 바라보는 손영길 장군(수도경비사령부 참모장, 이하 전 참모장)은 지난 27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조문 후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고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고인의 생전 평가가 엇갈리듯 손 전 참모장도 그와 함께 했던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 보였다. 둘은 육사 동기다. 하나회를 만든 이로 알려져 있다. 별을 단 지 얼마 안 돼 박정희 정권 시절 쿠데타 음모에 휘말려 옥살이를 했다. 무죄로 판결 났지만, 군복을 벗게 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것이 한이 돼 육사 후배들이라도 못다 한 꿈을 이루라며 5억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손 전 참모장과 마찬가지로 고인의 장례식장 안에는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6공화국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장관, 심대평 전 행정수석 등 6공화국 인사들이 식장을 지켰다. 

국가장이지만, 조용하게 치러지는 분위기였다. 생전의 명암이 말해주듯 전두환과 함께 12·12 쿠데타를 일으켰다. 신군부 독재 체제, 5·18 광주 진압의 주동자다. 민주화의 물결을 꺾고 암흑으로 몰아넣은 혐의로 훗날 전두환은 사형, 고인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과가 크다. 그렇지만 6·29 선언을 통해 직선제를 받아들이고, 남북 관계 개선, 탈냉전 외교에 힘쓴 공은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또 5·18 희생자에 대한 사과 등도 평가해 볼 수 있겠다. 

이런 그는 생전 민주주의 체제의 오늘날에 대해 어떤 말을 남겼을까. 궁금해 2008년 펴낸 회고록의 마지막 장을 들춰봤다. 
 

1987 6월 항쟁 민주화 현장ⓒ노태우 회고록 표지
1987 6월 항쟁 민주화 현장ⓒ노태우 회고록 표지

 

“한국의 민주주의도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 전진하고 있다. 한국은 민중 혁명도 쿠데타도 불가능한 체제로 변했다. 1987년 민주체제는 한국의 성숙해가는 사회경제적 토양에 뿌리를 내린 나무였다. 좌파세력이 나무에 손을 대보았지만. 자를 수도 뽑을 수도 없었다. 

6·29 실천의 결과로 한국은 경성국가에서 연성국가로 변모했다. 경성국가는 지도자가 실패하면 민간부문의 자율과 자생력으로 국가와 체제는 위기를 극복한다. 성숙하지 못하고 연약하게 보이던 한국의 민주주의가 좌파 득세라는 역경 속에서 놀라운 생존력과 복원력을 보여 주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산고의 기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됐다. 

1987년 체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과 타협, 그리고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리하여 한국은 후진국, 개발도상국, 권위주의 정권이란 허울을 벗어던지고 생동하는 선진민주사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자유통일과 일류국가 건설이 이뤄질 것이다. 역사의 도전에 피·땀·눈물로써 응전하여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낸 우리 세대를 역사는 영원히 기억하고 감사할 것이다. 그런 위대한 한국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나의 행운이었다. 
- <조선뉴스프레스>출판사 <노태우 회고록> 에필로그 중-


고인은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북고등학교, 육군사관학교(11기)를 졸업했다. 중령으로 시작해 대장으로 전역했다. 제2정무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위원, 체육부 장관, 내무부 장관, 서울올림픽 조직위원장, 12대 국회의원, 민정당 대표와 총재를 거쳐 13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오랜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닷새간 국가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발인은 30일이다. 영결식은 같은 날 오전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거행된다. 장지는 파주 통일동산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고인은 마지막 유언을 통해 “국민에 봉사해 영광이고 과오는 용서 바란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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