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보수의 독재적 능력주의와 국민의힘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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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보수의 독재적 능력주의와 국민의힘 경선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10.3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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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진짜 초대자, 보수 당신이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다수의 국민들이 왜 국민의힘을 ‘국민의적’이라고 조롱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사진(우) 국민의힘 대선후보들 사진제공=국민의힘 홈페이지
다수의 국민들이 왜 국민의힘을 ‘국민의적’이라고 조롱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사진(우) 국민의힘 대선후보들 사진제공=국민의힘 홈페이지

“관습은 사람들이 만들고 지켜온 행동 규칙의 타당성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관습은 이성적인 토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일반적인 인식 때문에 이런 속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것은 이성보다 감정의 문제이며 따라서 이성은 필요하지 않다고 믿어왔다.”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관습’의 속성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이다.

밀은 이런 믿음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타인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그 감정이 각자의 행동을 규율하는 실제 원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어떤 한 계급이 떠오르는 곳에서는 그 것의 이익과 우월 의식이 그 사회의 도덕률을 크게 좌우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 보수 정치권은 73년간의 헌정사 중 무려 58년을 집권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헌정사는 보수의 역사라도 해도 지나침이 없다. 독립과 반공, 근대화, 절반의 민주화 등으로 대표되는 보수의 또 다른 모습은 ‘독재’다.

독립 영웅 이승만과 근대화의 영웅 박정희 시대는 독재의 과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신군부의 전두환, 노태우 시대도 정보화와 북방외교라는 공도 있지만 군부독재의 후예로 평가받는다. 밀이 지적한대로 독재는 한국 보수가 갖고 있는 ‘나쁜 관습’의 다른 이름이다.

일부 보수 논객은 ‘개발 독재’라는 미명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이 망령은 보수의 정치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상최초의 대통령 탄핵의 주역은 독재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보수정치권이다.

보수 지지자들은 흔히 “누구 덕분에 이렇게 잘 먹고 살고 있는데?”라는 말을 달고 산다. 보수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훈장이기 때문이다. 박정희와 같은 지도자가 능력 있는 참모들을 지휘해 근대화를 성취했다는 것을 절대 선으로 알고 있다. 보수의 성공은 능력주의가 낳은 결실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전혀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신생독립국 중 대한민국은 개발독재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아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근대화가 없었다면 현재의 민주주의가 가능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 앞선다.

하지만 훌륭하고 능력 있는 국민들이 진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보수만 능력있고 잘나서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것이라는 독재적 사고와 알량한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 세계 최고 부자 나라 미국이 못 살아서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즘의 화신에게 4년을 맡겼겠는가 싶다. 미국의 석학들은 트럼프의 집권을 ‘능력주의’가 낳은 폐단으로 인식한다.

대니얼 마코비츠 예일대 법대 교수는 <엘리트 세습>에서 “능력주의가 빚어낸 불만 때문에 관용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에 필요한 덕목이 갈 곳을 잃는다. 불만과 원한의 골이 깊어진 부유층과 나머지 계층은 언뜻 보기에 매력적이지만 더 거센 폭풍의 원인이 될 뿐인 차악을 선택하고 만다”며 미국이 이를 자각하지 못한 탓에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보면 보수의 나쁜 관습 ‘독재’와 ‘능력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종 경선에 오른 4인의 스펙은 능력주의의 롤모델이다. 4인 모두 서울대 법대, 서울대 경제학과, 고려대 행정학과 등 명문대 출신이다. 또한 전직도 화려함의 극치다. 전직 대선후보 2명, 검찰총장, 도지사 등 일반 국민은 근접할 수 없는 스펙의 소유자들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인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벌이고 있는 ‘나만이 잘났다’는 이전투구의 작태를 보면 대니얼 마코비츠 교수가 지적한 ‘관용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에 필요한 덕목’이 어디로 갔는지 씁쓸한 감정을 누를 수 없다. 또한 자신만이 옳다는 독재적 사고는 밀이 주장한 ‘그 계급의 이익과 우월 의식이 그 사회의 도덕률을 크게 좌우하게 된다’는 말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들의 작태를 보면 혹시라도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이들의 논공행상에 ‘국민’이 존재할지 매우 궁금하다. 아마도 자신들만의 독재적 사고와 계급적 이익에 충실한 능력있는 자들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가 된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포퓰리즘을 욕하지 전에 자신들이 진짜 포퓰리즘의 초대자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 다수의 국민들이 왜 국민의힘을 ‘국민의적’이라고 조롱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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