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역선택’ 논란이 만든 국민의힘 경선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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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역선택’ 논란이 만든 국민의힘 경선 흥행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1.06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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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세론 흐르던 국민의힘 경선, 홍준표 급부상으로 흥행 성공…민주당 지지자 역선택, 국민의힘에 호재로 작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홍준표 의원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오히려 국민의힘을 돕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사오늘 김유종
홍준표 의원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오히려 국민의힘을 돕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윤 전 총장은 5일 서울시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본경선 최종득표율 47.85%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홍준표 의원이 41.50%로 선전했지만,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전에 없었던 이슈가 선거전을 달궜습니다. 바로 ‘역선택’ 논란이었습니다. 다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사람들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홍 의원을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것이 ‘민주당 지지자들이 본선에서 더 쉬운 상대인 홍 의원을 전략적으로 밀어줬다’는 해석을 낳은 겁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말 이런 이유로 홍 의원을 지지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유야 어쨌든 민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 오히려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겁니다.

초반까지만 해도 이번 국민의힘 경선은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 같았습니다. 일찌감치 윤 전 총장 ‘원톱’ 체제가 형성되다 보니, 국민들은 ‘결과가 뻔한’ 경기에 굳이 관심을 보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초반 흐름이 끝까지 이어졌다면, 국민의힘 경선은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을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홍 의원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국민의힘 경선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홍 의원이 ‘골든크로스’를 이뤄냈다는 여론조사까지 발표되자 언론은 온통 국민의힘 경선 이야기로 뒤덮였습니다. 한동안 기자들은 ‘윤석열·홍준표 중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마치 인사처럼 들어야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미 링 위에 올라가 있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스포트라이트에서 멀어졌고, 흥행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컨벤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칫 싱겁게 끝날 수도 있었던 국민의힘 경선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홍 의원 지지로 ‘흥행 대박’을 치게 된 겁니다.

홍 의원은 경선 패배가 확정된 직후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들 관심을 끌어주었다는 역할이 제 역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지지자들 역시 홍 의원이 이 역할을 십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운 셈이 됐습니다. 이래서 정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건가 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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