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쿠바 혁명과 요소수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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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경제] 쿠바 혁명과 요소수 대란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11.07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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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경제, 스스로 역량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자립경제는 스스로의 역량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사진(좌) 쿠바혁명의 주역 카스트로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우)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자립경제는 스스로의 역량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사진(좌) 쿠바혁명의 주역 카스트로 사진제공= PIXABAY 사진(우)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혁명은 경제 반란이다. 프랑스 대혁명이 구체제의 모순에시 비롯됐다지만 루이 16세가 국민을 배부르게 해줬다면 누가 시민계급의 혁명에 동참할 수 있었을까? 러시아 혁명도 똑같다. 로마노프 왕조가 국민의 배고픔을 외면하고 왕족과 소수의 귀족들의 탐욕만 채우는 데만 몰두해 총살형이라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즉 경제가 혁명의 주된 원인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이슨 생커는 <반란의 경제>에서 “국민은 굶주림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동요한다. 살기 위한 투쟁에 나서며 목숨을 위협하는 총칼에 맞선다. 역사적인 혁명의 바탕에는 늘 배고픔이 있었다. 경제적 빈곤이 역사를 이끌고 바꾸었다”고 역설했다.

생커는 지난 1959년 터진 쿠바혁명에 대해서 ‘경제종속에서 벗어나려는 투쟁’이라고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반식민지 혁명이라기 보다는 경제 상황 개선이 혁명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쿠바 경제의 핵심인 사탕수수와 토지는 쿠바 국민의 소유가 아니었다. 쿠바는 미국 자본에 종속된 사탕수수 단일작물 재배 경제에 지배됐다. 대농장의 지주도 미국 자본과 결탁한 바티스타 정권의 소수 쿠바인이 독점했다. 쿠바는 겉으로만 독립국이었지 미국의 경제식민지 신세를 면치 못했다. 

쿠바인들은 바티스타 정권의 독재와 부패를 무너뜨리고자 수차례 민중봉기를 일으켰지만 정복자 미국의 비호로 실패했다. 카스트로는 혁명의 실질적인 목적을 경제 개혁에 뒀다. 바티스타 정권과 결탁한 미국의 경제 식민지를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투쟁에 나섰고, 마침내 1959년 바티스타 정권을 내쫓았다.

카스트로는 사회주의 경제 개혁을 단행해 미국인 소유의 사탕수수와 석유회사 등 모든 재산을 몰수했고, 독점 대지주의 토지를 빼앗아 국유화했다. 카스트로의 쿠바는 미국과의 경제 종속을 끝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쿠바는 자립 경제의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미국에 의한 경제종속이 한 순간의 정치혁명으로 일순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 보복을 받자 소련과 동맹을 맺어 경제 원조로 겨우 생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쿠바는 1990년대 소련의 붕괴로 원조가 중단돼 경제적 위기에 봉착하자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섰다. 카스트로가 권좌에서 물러난 지난 2015년 쿠바는 미국과 재수교했고, 이듬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는 등 경제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은 요소수 대란 공포에 떨고 있다. 조만간 비축량이 고갈될 수 있어 화물대란이 예상된다. 소방차와 응급차량 운행이 중단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중국이 자국의 석탄 부족을 이유로 화물차 운행에 필수인 요소수 수출을 제한한 탓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한 우리 정책당국과 산업계의 안일함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다. 

우리는 쿠바혁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쿠바는 경제위기로 사회주의 혁명과 자본주의와의 화해 모두를 경험했다. 경제가 두 반란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재확인 한 셈이다. 우리는 쿠바 혁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자립경제는 스스로의 역량이 없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아직 요소수 대란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여유도 없다. 에너지 종속이 낳은 요소수 대란, 몇 년 전 중국의 희토류 보복으로 곤란을 겪었던 쓰라린 경험을 잊은 대가치곤 너무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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