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문석진 “서대문구, 사람 중심 행복 도시로 꾸준히 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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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포럼] 문석진 “서대문구, 사람 중심 행복 도시로 꾸준히 변화 중”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1.10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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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91)〉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11월 9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는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연단에 올랐다. ⓒ시사오늘
11월 9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는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연단에 올랐다. ⓒ시사오늘

모든 시선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쏠려 있지만, 2022년은 제8회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역할과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11월 9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는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연단에 올라 지방자치가 어떻게 도시를, 또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바꿔나가는지를 보여주면서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계단 없는 안산자락길, 구민 행복도 높여”


지방자치단체가 성과를 내는 가장 쉬운 방식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문 구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복지 1등구’, ‘사람 중심 구정’을 강조해왔다. 사람 중심 구정이 결국 ‘살기 좋은 도시’와 직결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의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물질 중심인 성장 지상주의가 여전히 우리나라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0년에 취임하면서 서대문구의 캐치프레이즈를 아름다운 변화, 열린 구정, 행복도시 서대문구로 잡았습니다. 구정 기조를 인간의 삶 중심으로 바꿨던 겁니다.

제가 처음 했던 일은 고가도로 철거였습니다. 홍제동 유진상가 앞쪽에 있던 고가도로와 아현 고가도로를 철거했습니다. 제가 고가도로를 헐어버리려고 하니까 사람들은 차가 막히지 않겠냐고 걱정하더군요. 하지만 차량이 더 정체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동네는 훨씬 깔끔하고 좋아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의 사고와 2010년도의 사고는 다릅니다. 1960년대에는 조금 빨리 가려고 신호 없애고 고가도로 만들면 좋은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고가도로는 사람 중심이 아니라 차가 빨리 가야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반대로 고가도로를 허는 건 사람이 중심이라는 뜻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큰 변화가 가능해지는 거죠.

또 2014년에 저희 서대문구가 행복도 조사에서 전국 2위를 했습니다. 1위는 강원도 양구였고요. 저는 이 소식을 교회에서 목사님께 들었는데, 처음에는 목사님이 뭘 잘못 알고 계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도시가 어떻게 행복도 전국 2위를 하겠나’ 그랬죠. 나중에 신문을 보고서야 정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안산자락길 걷고 내려오는 길목에서만 설문조사를 한 게 틀림없다’고요.

왜냐하면 안산자락길은 특징이 있습니다. 보통 등산을 가면 산 정상을 향해서 등산로를 따라 쭉 걷게 됩니다. 그러면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발을 향하게 됩니다. 안 그러면 넘어지고 다치거든요. 하산할 때는 더 자기 발을 쳐다보게 되고요. 그런데 안산자락길은 계단이 없습니다. 편하게 빙 돌아갈 수 있게 디자인이 돼있어요. 이렇게 내가 안전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사람은 시선이 정면을 향합니다.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죠. 이때 눈에 들어오는 게 숲, 초록 잎, 하늘입니다. 그렇게 30분만 걸으면 저절로 신체가 힐링됩니다. 힐링이 되면 행복도가 쫙 올라가게 돼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저 길을 걸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산자락길에는 또 하나 장점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산에 올라가려면 TV에서 보는 것처럼 2~3명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안산자락길에서는 장애인들도 휠체어를 타고 쭉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이 길을 건설했을 때, 휠체어를 타고 숲속에 들어온다는 사실에 감격해서 몇 분이 우시는 걸 봤습니다. 제가 그걸 보고 3년에 걸쳐서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고, 구비도 48억 원을 들여서 산 둘레를 빙 도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이러니까 올라가는 사람들도 편해지고, 서울 전망이 360도로 다 보이고, 숲에 있는 나무와 하늘과 돌도 다 보이기 때문에 훨씬 좋아졌습니다. 다 사람 중심 구정의 결과물인 거죠.”

 

“신촌 차 없는 거리·박스퀘어, 사람 중심 구정이 낳은 열매”


문 구청장은 ‘사람 중심 구정’을 강조했다. ⓒ시사오늘
문 구청장은 ‘사람 중심 구정’을 강조한다. ⓒ시사오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최근 몇 년 간은 볼 수 없었지만,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학교 방향으로 가는 ‘차 없는 거리’는 ‘축제의 장’이다. 물총 축제에서부터 맥주 축제에 이르기까지, 회색 도시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갖가지 이벤트가 열리곤 한다. 문 구청장은 이 역시 ‘사람 중심 구정’이 낳은 열매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신촌에는 차 없는 거리라는 게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조성하게 됐냐면, 한동안 신촌 상권이 많이 침체됐었습니다. 이때 제가 주민들하고 대화를 하다가 결론적으로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계속 이렇게 망해가고 있는데, 이왕 망하는 거 시험 한 번 세게 해봅시다. 아예 차를 안 다니게 하면 어떨까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기겁을 했습니다. 그래도 특정 기간만이라도 한 번 주말에는 차를 못 다니게 시험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까 550m의 광장이 생긴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문화공간도 조성되고요. 그 덕분에 유의미하게 교통사고가 감소했고, 보행자들이 증가하고, 매출도 오르는 일들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딱히 지원을 하지 않아도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광장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를 벌입니다. 여름철에는 물총 축제, 겨울철에는 크리스마스가 그렇죠. 맥주 축제도 있고요. 서울 시내에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모여서 행사를 하는 데는 여기밖에 없습니다.

신촌 기차역 옆에 가면 신촌 박스퀘어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는 신촌 거리 정비 과정에서 반발했던 노점상들과 아이디어 넘치는 청년들이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컨테이너 건물입니다. 노점상은 안전 문제나 보행자들의 불편 문제가 있고, 청년들은 임대료가 비싸니까 쉽게 창업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죠. 그래서 노점상들에게는 자영업자가 될 기회를, 청년들에게는 창업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게 신촌 박스퀘어입니다. 여기 자리를 만들어주고, 레시피도 같이 개발하고, 호텔 셰프 데려와서 가르쳐주기도 하고 여러 컨설팅도 해줬더니 결과가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국무총리상도 받았고요.

지금까지 여러 말씀을 드렸지만,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복 도시를 지향하면서 계속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지방자치의 힘은 바로 이런 부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12년 동안의 도시 행정 경험이 여러분께도 좋은 참고가 됐기를 바랍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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