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현미 무시한 금융위, 2021년 ‘집값·전셋값 폭등 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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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현미 무시한 금융위, 2021년 ‘집값·전셋값 폭등 유발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1.10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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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6·17 부동산대책)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17 부동산대책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집값 폭등 5적' 중 하나로 꼽히는, 현재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받고 있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마치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는 글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문재인 정권 초대 국토부 장관인 김 전 장관은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음에도 부동산 실정을 야기한 정책 책임자로서 국민들로부터 역대 최악의 국토부 장관, 무능한 장관이라는 오명을 산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번뜩이는 순간이 한 차례 있었다.

김 전 장관은 경질되기 한 달 전인 2020년 11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해 "전세자금 대출 금액이 늘어나니까 수요자들은 돈을 더 많이 빌려 좋은 곳으로 이동하고, 임대인들은 경쟁이 치열하니 전셋값 상승 요인이 생겼다. 전세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을 제한해 돈줄을 막으면 전세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논리다. 나아가 전세대출을 제한하면 갭투자를 견제하게 돼 전셋값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같은 달 10일 그는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규제지역을 피해서 투기를 하는 다주택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김 전 장관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계부처 중 핵심인 금융위원회가 전세대출 규제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 측은 "집주인이 전세금 인상을 요구했는데 대출을 막아 세입자가 돈을 조달하지 못하게 하면 사정이 어려워지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전세대출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가뜩이나 전셋값이 치솟은 상황 가운데 돈줄을 조이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김 전 장관의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금융위의 반발로 인해 그해 정부가 발표한 11·19 전세대책에 담기지 못했다. 그리고 시중은행들의 후한 전세대출은 지속됐고, 집값을 떠받드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면 지난달까지는 전세 보증금이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오르면 6억 원의 80%인 4억8000만 원까지 대출이 나왔다. 그럼 약 3억 원의 여윳돈이 생기는 셈인데, 이 자금 대부분이 아파트 갭투자로 활용됐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 1월부터 이달 1주차까지 누적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2.05%로, 전년 동기(4.86%) 대비 약 2.5배 뛰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도 약 1.6배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이 표본 수를 늘리기 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된 누적 통계를 봐도 매매가의 경우 지난해 1~6월 2.74%에서 올해 1~6월은 6.65%로 2.5배 가량 상승폭이 커졌으며, 같은 기간 전세가 상승률은 약 2.4배 뛰었다. 또한 1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과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DSR 규제에서 제외된 전세자금 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이후 8개월째 2조 원대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전세대출이 집값과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아직까지도 늑장을 부리는 눈치다. '매파'(hawks)로 분류되는 고승범 위원장이 부임한 이후 나온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이른바 10·26 대책에서 전세대출 규제가 제외된 것이다. 당시 금융위 측은 "이번 대책으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꺽이지 않으면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인하되거나 전세대출을 받은 후 추가 대출을 받을 때 DSR 계산에 전세대출 원금을 포함하는 방안(플랜B)을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불과 2주 가량이 흐른 뒤인 지난 7일 고 위원장은 "초고액 전세에 대한 지적은 SGI서울보증이 중심이 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15억 원 이상 고가 전세에 대한 SGI서울보증의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서야.

금융위는 전세대출 제한 타이밍을 놓쳐도 한참 놓쳤다. 지금 부동산시장 수요자들은 정부가 너무 단기간에 돈줄을 틀어막는 바람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만약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김 전 장관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조금씩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했다면 올해 집값·전셋값 상승폭은 한풀 꺾였을 것이고, 수요자들도 점진적인 환경 변화에 따라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현미를 무시한 금융위가 선의든 고의든 2021년 집값·전셋값 폭등을 유발하고, 시장 혼란을 야기한 것처럼 느껴지는 건 기자뿐일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는 이미 충분하다. 상승세가 소폭 꺾였다. 이제 남은 건 전세대출 제한해 갭투자를 완전 차단하는 일뿐이다. 단,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진작 나섰다면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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