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폭등, 대장동, 장릉…‘다시 후분양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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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폭등, 대장동, 장릉…‘다시 후분양제가 답이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1.1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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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치르는 과정서 재논의 필요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우리나라의 선분양·후시공제는 건설업계와 수요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부동산시장에 뿌리내렸다. 건설사들은 주택을 분양받은 자들로부터 공사에 투입될 비용을 얻음으로써 금융 부담을 덜게 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집을 짓는 내내 분양 가능해 미분양 리스크도 경감시킬 수 있다. 수요자(투기세력이라고도 부르는)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분양권을 사들인 후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해 선분양·후시공제를 선호하는 편이다. 자본논리로 인해 정착하게 된 시스템인 셈이다.

하지만 어느 시장이든 자본논리에만 매몰되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국민 주거 안정 차원에서 일정 부분 공공성이 인정돼야 하며 어느 정도 국가 개입이 요구되는 부동산시장에서는, 특히 공급자가 절대 우위에 있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는 상당한 사회적 논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벌어진 전국적인 집값 폭등 현상,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대장동 게이트, 3401가구에 이르는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김포 장릉 아파트 사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결국 전면적인 선시공·후분양제로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면적 후분양제는 전매, 갭투자 등을 방지할 수 있어 매매가, 전월세가 안정화에 기여 가능하다. 분양가 상한제만으로는 관리하기 어려운 과도한 개발이익을 관리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아울러 집이 100% 또는 어느 정도 지어진 뒤 수요자들이 구입을 결정하기 때문에 인허가 문제와 하자보수, 시행사·시공사 부도 등에 따른 각종 분쟁과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다. 대표적인 단점으로는 공급자들이 부담하는 이자와 각종 리스크가 초기 가격에 반영됨에 따른 분양가 상승 현상이 꼽힌다. 하지만 이미 집값이 폭등한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수요자들에게 크게 해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또한 업계에서는 전면적 후분양제 도입 시 상대적으로 금융 부담이 큰 중견건설사들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면밀한 사업성 검토가 이뤄지게 돼 개별 업체들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주택품질 개선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정부여당도 한때는 후분양제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후분양제는 소비자 보호와 국민 주거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이다. 향후 시장 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18년 '아파트 후분양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추진 과정에서 보듯 전면적 선시공·후분양제는 현 정권 하에서는 요원한 일이 됐다. 오는 2022년까지 전체 공공분양 물량 중 70% 가량을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는 정부 로드맵은 사실상 폐기된 실정이다. 일례로 해당 로드맵 발표 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단지 48개 중 후분양이 이뤄진 건 5개에 그쳤다.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도무지 종을 잡을 수 없는 정권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주요 정당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후분양제에 대한 내용이 그닥 눈에 띄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등 몇몇이 공약집에 후분양제를 담긴 했지만 이를 특별히 강조한 사람은 후보는 단 하나도 없다. 모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 핵심 사항이 빠진 공급 문제와 자신들의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는 세제 문제만 거론하고 있는 형국이다. 공급, 세제 등도 중요하지만 후분양제를 비롯한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등 시스템 개선 문제도 부동산시장을 위해, 특히 실수요자들 위해 숙의가 필요해 보인다. 오는 2022년 대선을 향한 릴레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후보 간 토론을 통해 전면적 선시공·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재논의가 꼭 이뤄졌으면 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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