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인니 법인, 환경법 위반으로 1심 벌금 선고…“고법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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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인니 법인, 환경법 위반으로 1심 벌금 선고…“고법 항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1.18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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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예방·진압 활동 소홀…환경 훼손·주민 피해 유발"
삼성물산 "주민 배타적 점유지서 火, 접근 자체 어려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지분 60%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법인 PT. Gandaerah Hendana 대형 팜 재배 농장에서 2019년 화재가 발생했다. 현지 법원은 삼성물산이 화재 예방과 진압 등에 소홀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불이 난 지역은 주민들이 사실상 사용권을 갖고 있는 곳이어서 화재 당시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며 즉각 항소했다 ⓒ 환경운동연합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지분 60%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법인 PT. Gandaerah Hendana 대형 팜 재배 농장에서 2019년 화재가 발생했다. 현지 법원은 삼성물산이 화재 예방과 진압 등에 소홀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불이 난 지역은 주민들이 사실상 사용권을 갖고 있는 곳이어서 화재 당시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며 즉각 항소했다 ⓒ 환경운동연합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인도네시아 자원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현지 법인인 'PT. Gandaerah Hendana'(이하 간다에라)가 환경법 위반으로 벌금형 18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며 즉각 항소에 나서는 동시에 지역 사회공헌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과 공익법센터 어필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렌갓 지방법원은 2019년 간다에라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근 산림과 환경이 훼손되고,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등 인도네시아 환경보호·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간다에라에게 벌금 약 6억6000만 원과 화재 지역 복구비 약 173억7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간다에라는 삼성물산이 바이오디젤사업에 진출하고자 2008년 인도네시아 아테나시티 홀딩스와 합작법인(S&G Bio Fuel Pte. Ltd.)을 설립해 인수한 수마트라섬 리아우주 소재 대형 팜 재배 농장이다. 전체 농장 규모는 인수 당시 기준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80배인 2만4000ha에 이른다.

현지 법원에 따르면 간다에라는 2019년 9월 3일 사업장에서 산불이 발생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화재 진압 장비와 담당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불이 난지 9일이 지난 후 뒤늦게 장비와 인원을 배치했으나 화재를 진압하긴 역부족이었으며, 21일이 지난 그해 9월 24일 내린 폭우로 불이 겨우 꺼졌다. 이로 인해 580ha에 달하는 인근 생태계와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게 환경운동연합의 설명이다. 실제로 현지 전문가들은 간다에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2300톤이 넘는 온실가스가 배출됐으며, 일대 토질의 산성, 유기질, 질소, 수분 함량, 토양 용적밀도, 토양 공극성 등이 모두 훼손됐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시 매연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고 환경운동연합은 부연했다.

법원은 화재 예방과 진압 활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결과를 간다에라가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환경 훼손 기준을 초과한 게 단순 부주의가 아니라 고의였다고 판단하고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선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화재가 난 지역은 농장을 인수할 때부터 현지 주민들이 과거 법제와 관행에 따라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며 배타적으로 거주·점유하던 곳이어서 화재 현장 접근 자체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간다에라는 화재가 발생한 곳은 사용권을 포기한 지역이기 때문에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며 지난 17일 뻬깐바루 고등법원 항소를 제기했다. 실제로 해당 지역은 간다에라와 지역 주민 간 토지 분쟁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토지 사용권을 돌려줄 것으로 요구했고, 간다에라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농장을 계속 운영한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간다에라가 해당 지역에 대한 사용권을 포기한 시점이 화재 발생으로 환경법 위반으로 기소된 후인 2019년 12월이라는 측면에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주민들이 배타적으로 거주·점유하던 지역인지라 현지 법인이 사실상 경작을 할 수 없어 권리관계 정리를 위해 화재 전부터 주민, 관계당국 등과 다양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관련 법률 미비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후 2019년 8월에 발효된 새로운 토지관리법에 의거해 주민 점유지에 대한 경작권을 정부에 반납할 수 있게 됐고, 현지 주민과의 권리관계 정리를 위해 경작권을 정부에 반납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지 산불 감시 시민단체인 지카라하리 측은 "2019년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토지뿐 아니라 지역주민들 또한 심각한 피해를 봤다. 간다에라는 즉각 항소를 취하하고 벌금을 납부해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산불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고통에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삼성물산 인니팜법인은 지속가능성 인증 취득, 환경사회정책 채택 등으로 친환경 이미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간다에라는 화재 발생 4개월 전에 환경사회정책을 발표해 무화재 정책과 생태계 보호 등을 약속했지만 결국 어느 것도 지키지 못했다"며 "삼성은 이제라도 화재로 훼손된 지역에 대한 복구와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 스스로 발표한 각종 사회책임 정책과 인증에 부합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센터 측도 "재앙에 가까운 산불에 책임이 있는 삼성물산 인니팜법인에 대한 인도네시아 법원의 유죄 판결을 환영한다. 삼성물산 인니팜법인은 사업장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지역 주민의 정당한 토지 사용권을 철저하게 외면해 왔다"며 "삼성물산은 토지 분쟁을 핑계로 화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게 아니라 나머지 토지 분쟁 지역에서도 지역 주민의 토지 사용권을 인정하는 등 지역 주민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사업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한 관계자는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교육·복구 지원 활동을 강화하는 등 지역 사회공헌에 더욱 노력할 방침"이라며 "현지 법인은 지역 주민들이 배타적으로 거주·점유하던 지역이라는 부분에 대해 향후 법 절차에 따라 소명을 지속하겠다. 또한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 수행과 지역 사회공헌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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