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슬로우플레이션 우려 확대…집값은 어떻게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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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슬로우플레이션 우려 확대…집값은 어떻게 움직일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1.18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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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이 전(全)세계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슬로우플레이션은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비해 성장 둔화 속도가 완만한 게 특징입니다. 경기 하방 위험이 좀 덜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글로벌 경제가 슬로우플레이션과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 실정이긴 하나 침체 또는 정체 수준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스태크플레이션이 아닌 슬로우플레이션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죠.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5일 내놓은 '향후 미국 경제 및 통화정책 시나리오와 방향'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주요 투자은행(IB)의 기본 전망은 골디락스(성장 회복-인플레 안정화)"라면서도 "물가 상방 위험을 고려할 때 슬로우플레이션 시나리오 가능성이 가장 높고, 따라서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를 반영하면서 장기 금리는 완만히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경기와 물가 향방의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만큼, 높은 금리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팬데믹 이후 강한 성장 모멘텀은 지났으며 공급망 차질 지속, 부양효과 감소,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 등으로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물가지표는 최근가지 강세가 이어지고, 임금과 주거비 등 지속성이 큰 항목의 상승세도 확인되면서 고물가 장기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는데요.

ⓒ 시사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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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만약 이 같은 전망대로 슬로우플레이션 상황이 펼쳐진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집값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어그로'를 끌어서 죄송합니다만 그건 '며느리도 모를 일'입니다. 차기 대선, 대출 규제 등 변수가 너무 많으니까요. 그래도 다방면에서 원론적인 추측들을 한번 해봐야겠죠.

일반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슬로우플레이션에 직면하면 집값은 떨어집니다. 경기 악화로 급매물은 많이 풀리는데, 물가와 실업률이 상승해 주택을 구입할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97년 IMF, 2007~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시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었을 때 우리나라 주택 거래량이 줄었고, 가격도 하락했었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학습효과가 생겼다는 겁니다. 경기가 악화돼 잠시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이 주춤해도 금방 회복하더라, 되레 더 오르더라는 인식이 각인된 상태라는 거죠. 물가가 뛰고, 경기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현금을 갖고 있는 게 손해니까 안전자산에 돈을 묶기 마련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부동산이기도 하고요. 예상보다 수요 감소폭이 크진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집값이 폭등한 걸 보면(부동산 실정 영향이 크지만) 일리가 있는 견해라는 생각도 드네요.

다른 측면에서도 예측해 봅시다. 작금의 슬로우플레이션 우려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반한 겁니다. 원유, 철광석(철근), 시멘트, 목재 등 원재료 수급 불안정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건설사 등 공급자들은 주택, 토목 등 모든 분야에서 공사비나 분양가 따위를 올릴 공산이 큽니다. 이는 집값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특히 대지비가 싼 지방 부동산시장이 과열될 여지가 상당해 보입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집값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미국 테이퍼링 일정과 위드 코로나 등을 감안했을 때 원자재 시세도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변수가 존재합니다.

거시적으로도 접근해 볼까요. 슬로우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또 다른 이유 바로 금리 문제를 살펴봅시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시장이 위축된다고 합니다.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줄고, 이자 부담도 커져 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꺾인다는 거죠.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2004~2006년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자 참여정부 당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2007년 8월 기준 5.00%까지 올렸는데요. 그럼에도 집값 상승세는 요지부동이었죠. 

금리 인상은 단순히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이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공급자들이 부동산을 개발하고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면 금융 비용 부담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다들 공기 단축에 혈안이 되는 건데요. 금리가 조금 인상되는 것만으로도 전체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기업들은 공사비를 증액해 수요자들에게 비용 부담을 상당 부분 전가하겠죠. 가격이 오르는 겁니다. 그럼에도 왜 수요자들은 노무현 정권 시절 집을 매수했을가요. 금리가 인상되면 분명 수요가 위축되는 부분이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상태에서는 높아진 가격에 금융 비용 부담까지 감수하더라도 주택을 매수하려는 심리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리는 부동산 정책의 보완책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

또한 국제금융센터는 앞선 보고서에서 "예상을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서 연준은 오는 2022년 중반 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연말까지 추가 1~2회 인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경기회복 기간은 짧아지면서 정책금리 고점이 1.5%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라며 "조기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단기 금리가 추가 상승하고, 장기 금리는 인플레 압력 지속과 성장세 감속(낮은 정책금리 고점) 요인이 상쇄돼 소폭 상승에 그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이 같은 전망대로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금리 인상폭은 크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금리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겁니다.

다소 편향됐나요. 편향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게 정말 세계적으로 슬로우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스태그플레이션으로까지 확대된다면 내수 규모가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큰 충격을 입을 겁니다. 그때 버팀목 역할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하게 확대된 부동산시장이 맡게 될 공산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단기간에 너무 빠른 속도로 폭등했기 때문에 연착륙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계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고, 부동산 자산이 비중이 높은 기업들도 어려움에 처하게 되며, 금융이 무너집니다. 정부의 세수 확보도 힘들어지겠죠. 많은 전문가들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집값 조정은 최대 20~30%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 정권 출범 전 주택 가격이 다시 목격되는 날은 대한민국 경제가 사망한 날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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