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차르’의 복귀와 ‘정치’의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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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차르’의 복귀와 ‘정치’의 후퇴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1.20 11: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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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권위주의 리더십, 민주 정당에 어울리지 않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여의도 차르(tsar)’의 복귀가 임박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여의도 차르(tsar)’의 복귀가 임박했다. ⓒ시사오늘 김유종

‘여의도 차르(tsar)’의 복귀가 임박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15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정치 개혁뿐 아니라 국가 대개조가 필요한 시점에 김종인 박사께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온다고 생각한다”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합류를 공식 요청했다.

이러자 김 전 위원장도 “그럴 계기가 있으면 도와줄 수도 있고 그런 것”이라며 수락 가능성을 내비쳤다. 굳이 두 사람의 발언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자리에 앉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대선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던 여의도 차르가 다시 한 번 돌아온 것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김 전 위원장은 천군만마(千軍萬馬)나 다름없다. ‘정치 신인’을 대선후보로 내세우게 된 국민의힘에게 ‘선거 전문가’인 김 전 위원장은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80대의 노장(老將)임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통찰력과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그는 정치 경험이 없는 윤 후보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복귀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 전 위원장은 ‘여의도 차르’로 불린다. 차르는 러시아 전제군주를 뜻하는 단어다. 전권을 쥐고 휘두르는 강한 리더십의 이미지를 반영한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다양한 이견(異見)을 조정하기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고 ‘밀어 붙이는’ 리더십으로 성과를 내왔다.

아마도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리더십을 보여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런 리더십은 민주 정당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민주 정당이라면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이것이 의사 결정에 반영돼야 한다. 특정 개인이 비대한 권한을 틀어쥐고 자신의 판단대로 당을 이끌고 가는 것은 효율성을 민주성의 앞에 두는 전근대적 방식이다.

김 전 위원장의 리더십은 지도자가 결정하면 관료는 집행하고 국민은 따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것과 닮았다. 민주화가 찾아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대한민국 정당은 민주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뜻이다. 구성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가 필요한 시대에,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 무장한 ‘차르’의 복귀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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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먹어라 2021-11-20 21:41:18
시사야!
니들은 야당에서하니 안되고 지금 민주당에서 하면 당연히 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