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경제] 조선이 버린 연은 분리법과 오징어게임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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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경제] 조선이 버린 연은 분리법과 오징어게임의 역설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1.11.2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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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은 분리법 파장이 만든 조일전쟁의 역설
넷플리스의 흥행이 씁쓸한 이유와 오버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일본의 연은 분리법 적극 도입이 빚은 조일전쟁의 비극, 오징어게임의 최대 수혜자 넷플릭스의 성공이 씁쓸한 이유다. 사진(좌) 경복궁 근정전 사진출처=문화재청, 사진(우)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이정재 사진출처=아티스트 컴퍼니
일본의 연은 분리법 적극 도입이 빚은 조일전쟁의 비극, 오징어게임의 최대 수혜자 넷플릭스의 성공이 씁쓸한 이유다. 사진(좌) 경복궁 근정전 사진출처=문화재청, 사진(우)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이정재 사진출처=아티스트 컴퍼니

 

“외우는 것만 하는 공부가 나라를 망쳤다.”

영화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이 사농공상의 나라 조선의 신분제를 개탄하며 내뱉은 대사다. 정약전의 말대로 성리학 암기 천재들이 득실거리던 조선은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폐기해 버린 소시오패스 국가였다.

<연산군일기> 연산 9년 5월 23일 기사를 보자.

“승지 강삼(姜參)이 아뢰기를, ‘단천(端川)에서 나는 납의 성질이 강해 불리어 은을 만들 수 있으니, 해조(該曹)에서 사람들이 사사로이 캐는 것을 금하도록 하소서’하니, 그대로 쫓았다.”

은(銀), 16세기 당시 국제 화폐였다. 조선은 연산군일기 기록대로 함경도 단천에서 납을 은으로 제련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즉 연은 분리법이라고 불리는 은광석에서 납을 제거해 순은을 추출하는 게임 체인저였다.

하지만 조선은 사농공상의 나라였다. 세계 최고의 화폐인 은 추출법을 개발하고도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록에 나온 대로 백성들이 사사로이 은을 채취하는 것을 금하는 데만 열중했다.

오히려 은 채취 규제에만 몰두한다. <연산군일기> 연산 9년 11월 14일 기사을 보면 공조 판서 정미수는 납철로 은을 불린 수량을 보고하면서 “함경도는 역로(驛路)가 조잔 피폐하니, 백성들이 캐어 쓰고 관청에 세납을 바치게 해 불리려는 자에게는 행장을 주고, 감사 및 수령으로 하여금 검찰해 납을 캐게 한다면 서울에 소송하기가 어렵겠으니, 바라건대 사사로이 캐는 자를 저화를 위조한 자와 같은 죄를 줌이 어떠하리까?”라고 보고하자 연산군은 호조와 함께 의논해서 공사가 모두 온당하게 하라고만 지시했다.

실록 어느 구석에도 세계 최고의 은 채취 기술인 연은 분리법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아 연구개발과 채굴에 적극 나서겠다는 글귀를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조선이 내다 버린 연은 분리법의 가치를 인정해 이를 미래의 먹거리로 삼았다. 일본은 16세기 중엽 조선 상인들을 자국으로 초빙해 연은 분리법을 전격 도입했다. 마침 시마네현 이와미에서 은광이 개발되자 전국시대에 전쟁비용 마련이 급했던 다이묘들은 너도나도 연은 분리법 도입에 사활을 걸었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일전쟁의 비용을 연은 분리법을 활용한 은광 개발로 충당했다. 조선의 연은 분리법으로 채취한 은은 세계 최신예 무기인 조총수입에 쓰였다. 조선이 내다버린 연은 분리법이 조선 백성을 살육하는 데 사용됐다니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최근 넷플릭스의 웹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대한민국은 K드라마의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하며 세계 최고의 문화국가가 된 듯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미국의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불과 200억 원 대 예산으로 제작해 수십조 원을 벌어드린 드라마다. 황동혁 감독이 지난 2008년 처음 작품을 기획했으나 국내에서 외면당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달랐다. 연은 분리법의 가치를 알아본 16세기 일본 다이묘들처럼 말이다. 넷플렛스는 황동혁 감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넷플릭스의 명품을 구별할 수 있는 ‘넘사벽’ 안목과 글로벌 플랫폼, 과감한 투자 의지 등이 없었다면 오징어게임은 조선의 연은 분리법처럼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것이다. 더 기가 막힌 일은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올해 국감에서도 오징어게임이 화두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지난 10월 14일 국감에서 “오징어게임의 경우,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지원한 지식재산권(IP) 구조 탓에 작품이 아무리 흥행해도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달고나세트, 운동복, 무궁화 영희 인형 같은 굿즈에 대한 수입도 넷플릭스가 다 가져간다”며 “재주는 제작사가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구조”라고 질타했다. 앞으로도 오징어게임의 수익은 거의 넷플릭스의 몫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일본의 연은 분리법 적극 도입이 빚은 조일전쟁의 비극, 오징어게임의 최대 수혜자 넷플릭스의 성공이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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