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강남땅 날로 먹은 하림지주, 왜 그랬을까
[시사텔링] 강남땅 날로 먹은 하림지주, 왜 그랬을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1.22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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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쇼핑 인적·물적자원 이용해 '손 안 대고 코 풀어'
주식교환 시점 의구심…다음해 선거 일정 염두했나
오너일가 전횡 가능성 커…개발과정 감시·감독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부지 ⓒ하림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부지 ⓒ하림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와 홈쇼핑부문 계열회사인 NS쇼핑(엔에스쇼핑)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NS쇼핑을 하림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지배구조 단순화 등 명분을 내세웠으나 본질은 NS쇼핑의 자회사(분명하게는 NS홀딩스의 자회사)인 하림산업을 품에 안고, 현재 하림산업이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개발사업을 좌지우지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업계 중론인데요.

실제로 하림지주 측은 공시 직후 뿌린 보도자료에서 "이번 주식교환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으로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이하 양재동 개발사업)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함으로써 디지털 경제시대 필수적인 도시인프라를 제공하겠다"며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은 하림그룹이 신개념 융복합 서비스사업을 창출하는 생태계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한 하림지주의 기업가치 증대는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NS쇼핑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양재동 개발사업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음을 굳이 부인할 필요가 없다는 걸로 해석됩니다. 어차피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양재동 개발사업을 NS쇼핑이 수행하든, 하림지주가 맡든 같은 그룹사니까요.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의 이 같은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NS쇼핑은 현금창출력이 뛰어나 하림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업체입니다. 하림산업이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한 이후 수천억 원이 넘는 NS쇼핑발(發) 자금이 하림산업에 투입됐습니다. 올해만해도 지난 3분기 기준 NS쇼핑의 '연결기준' 누적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자회사를 제외한 NS쇼핑만의 실적(별도기준)은 여전히 흑자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NS홈쇼핑 임직원들이 실망했을까요. 그리고 이번에 하림지주가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꽂은 겁니다. NS쇼핑이 수년 간 막대한 인적·물적자원을 하림산업에 투입해 가까스로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양재동 개발사업을 하림지주가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으로 채 간 셈이기 때문이죠. 이게 과연 올바른 자본주의일까요.

하림그룹도 이 같은 지적이 나올 걸 미리 인지한듯 하림지주와 NS쇼핑의 포괄적 주식교환 관련 내용을 금요일 장 마감 후인 오후 4시께 공시했는데요. 그렇다면 하림그룹은 왜 논란이 될 걸 알면서도 이번 결정을 내린 걸까요. '등에 멘 배낭' 속에 있어 마음대로 다루기 어려웠던 '황금알'을 보다 관리하기 쉬운 '바지 호주머니'로 옮기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재동 개발사업은 용적률 800%(특혜 시비가 있었으나 지난 8월 감사원이 하림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판단했으니 별론으로 한다)가 적용돼 향후 조(兆)단위 수익이 예상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땅값이 약 4500억 원이니 정말 수익률이 엄청납니다. 아무리 같은 그룹사라지만 '하림산업→NS쇼핑→하림지주'로 한 단계 거치는 것보다는 '하림산업→하림지주'가 하림지주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올 수 있는 구조겠죠. 또한 그룹에 비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NS홈쇼핑 임직원들에 대한 불신 영향도 아마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림그룹 ⓒ 하림
하림그룹 ⓒ 하림

또한 건설·부동산을 주로 출입하는 기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앞으로 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부가적인 수익도 노린 조치로도 풀이되는데요. 대규모 개발사업에는 시공사는 물론, 투자사, 대행사, 현장 협력사, 자재사, '조경' 등 여러 용역업체들이 투입되고, 어느 업체에게 용역을 주느냐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토지와 사업권을 보유한 시행사가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양재동 개발사업의 시행사는 하림산업이죠. 우리나라 개발사업의 역사를 감안하면 권한을 가진 자들의 각종 이권 개입이 예상됩니다. 조단위 수익이 나는 프로젝트임을 고려하면 대장동 게이트와 흡사한 여러 가지 사회적 논란도 파생될 것으로 보이고요. 그런 차원에서 하림그룹의 공시 시점과 주식교환 시기가 참 미묘합니다. 하림지주와 NS쇼핑 간 포괄적 주식교환이 이뤄지는 건 오는 2022년 3월 1일로 예정됐습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2022년 3월 9일) 바로 앞이죠. 또한 그해 6월에는 지방선거가 실시됩니다. 일개 기업이 무슨 짓을 하든 관심이나 있겠습니까. 하림그룹이 의도적으로 일정을 이렇게 잡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에 대한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장님 보고자료 한국썸벧 및 지분이동-K소유 법인(한국썸벧)에 증여하는 것이 미성년자인 자(子)에 증여하는 것보다 과세 당국의 관심을 덜 유발시킬 수 있음'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관계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림그룹과 양재동 개발사업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하림그룹 오너일가의 전횡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하림산업은 NS홈쇼핑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이나 사실상 하림그룹 오너일가가 장악한 업체나 다름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김홍국 회장의 큰형 김기만씨가 대표이사로 있고, 김 회장의 심복으로 분류되는 재무통이자 하림그룹의 CFO로 평가되는 천세기 전무가 감사를 역임하기도 해서죠. 아울러 앞서 언급했듯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이권 개입 역시 염려되고요.

설마 하림그룹 오너일가가 그런 일을 벌이겠냐마는,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환경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반드시 개발 과정을 면밀히 감시·감독해야 할 겁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유통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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