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서거 6주기①] 김덕룡 “이런 나라 만들려 민주화를 했던가 자괴감”
[YS 서거 6주기①] 김덕룡 “이런 나라 만들려 민주화를 했던가 자괴감”
  • 윤진석 기자,정진호 기자,조서영 기자
  • 승인 2021.11.22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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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인사가 만사’ 기억할 것”
윤석열 “YS 향한 초당적 추모 기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윤진석·정진호·조서영 기자)

11월 22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는 YS 6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시사오늘 김유종
11월 22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는 YS 6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시사오늘 김유종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논쟁적인 인물이다. 혹자는 IMF 외환위기로 대표되는 과(過)에 집중하는 반면, 누군가는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실시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진 ‘개혁 대통령’으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영을 막론하고, YS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는 대목이 있다. 그가 ‘통합’의 지도자라는 점이다. 그는 영남 출신이었지만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와의 야권 통합에 힘을 쏟았고, 군정 종식을 위해 한때는 박정희 정권의 ‘2인자’였던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명예를 회복시켰으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특정 지역이나 이념을 위해서가 아닌, 전 국민을 위한 정치의 본보기가 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11월 22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YS 6주기 행사에는 여야 대선주자와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국민이 반으로 나뉘고, 유력 대선주자들이 서로를 ‘범죄자’ 취급하는 극단화된 정치 지형 속에서 이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YS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YS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와 YS의 손자 김인규 윤석열 캠프 부대변인은 추운 날씨 속에서 참배객들을 맞았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YS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와 YS의 손자 김인규 윤석열 캠프 부대변인은 추운 날씨 속에서 참배객들을 맞았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명·윤석열 등 여야 대선주자 ‘총출동’


눈발이 휘날리고 세찬 바람이 귓불을 때리는 추운 날씨 속, 행사장에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YS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와 YS의 손자이자 김현철 이사의 아들인 김인규 윤석열 캠프 부대변인이었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행사장이 마련된 묘역에 올라 스태프와 취재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다음으로 도착한 사람은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이날 사회를 맡은 정병국 전 의원이었다. 김덕룡 이사장은 YS와 민주화투쟁을 함께 했던 동지로, 5선 의원과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마찬가지로 5선 의원 출신인 정병국 전 의원은 통일민주당 총재 비서로 YS를 보좌하며 정계에 입문한 상도동계 막내뻘 인사다.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추모식에 참석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추모식에 참석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후 이인제 전 의원, 김무성 전 의원,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 정진석 국회부의장, 박진 의원, 권영세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김부겸 국무총리, 나경원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차례로 행사장에 들어섰다.

조용하던 행사장이 시끄러워진 건 행사를 5분여 앞둔 1시 54분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나타나면서였다. 윤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취재진들이 운집했고, 사진기자들은 “(윤 후보가 안 보이니) 비켜 달라”며 소리쳤다. 한 시민은 “왕이 왔다”고 외쳐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윤 후보 뒤를 이어 행사장을 찾았다.

1시 58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차에서 내렸다. 행사 시작 직전 도착한 이 후보는 바삐 걸음을 옮겼고, 행사장을 찾은 몇몇 지지자들은 이 후보를 향해 “힘내세요”라며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대장동’ 이야기를 꺼낸 한 시민과 “막말 하지 말라”는 이 지사 지지자 사이에서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덕룡 이사장은 한 자리에 모인 대선후보들 앞에서 강한 비판을 담은 당부를 전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덕룡 이사장은 한 자리에 모인 대선후보들 앞에서 강한 비판을 담은 당부를 전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덕룡 “이런 나라 만들려 민주화를 했던가 자괴감”


본 행사는 2시 5분이 돼서야 시작했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모두 모인 만큼, 수많은 취재진과 유튜버들이 모여들면서 행사 진행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렵사리 시작한 추모식에서, 추모위원장을 맡은 김덕룡 이사장은 한 자리에 모인 대선후보들 앞에서 강한 비판을 담은 당부를 전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일인데, 이별하고 난 뒤에야 더 크게 우러러 보이는 사람이 있다. 제게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런 분이다. 특히 오늘의 정치 현실이 답답하고 꽉 막혀 있기에 김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이라는 담대하고 큰 걸음걸이가 새삼 절실하고 그립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제1대 사건이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30여 년에 걸친 군사정치문화를 청산하고 1993년 2월 25일 이 땅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문민정부를 세운 것은 그에 버금가는 제2대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헌정사에 다시는 정치적 밤이 없을 거라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하나회 척결로 지켜냈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서 금융실명제를 단행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를 전면 실시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완결했다. 또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함으로써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과거사 청산의 모범을 내외에 과시했다. 또 문민정부가 기미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정통을 잇고 4·19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는 정부임을 분명히 했다. 그렇게 해서 문민정부를 시작으로 이 나라에 민주화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런데 문민정부로부터 비롯된 민주화 대장정이 30년이 채 되기도 전에 우리 민주주의와 정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도덕적 세력이라고 자부했던 민주화 세력은 내로남불의 거짓과 위선으로 비난받고 있다. 내가 민주화 투쟁을 했노라고 말하기가 쑥스러울 지경이다. 우리가 이런 나라를 만들려고 민주화 투쟁을 했던가 자괴감이 들 정도다. 지금 우리는 차기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지금 경쟁하고 있는 후보들을 보면서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더 높다. 차악을 뽑는 선거다. 되어서는 안 될 사람, 깜이 안 되는 사람들이 벌이는 선거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검찰 수사 결과가 결정하는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지는 사람이 감옥에 가는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돈다. 그렇기에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런 세태를 볼 때, 새삼스럽게 김 전 대통령이야말로 한 시대를 당당하고 떳떳하게 개척했던 우리 시대의 거인이었다는 추모의 염이 더욱 간절해진다. 지금 김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 계신다면 오늘의 이 현실을 어떻게 질타하실지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이 땅에 민주화를 일궈주시고 마지막 유언으로 국민 화합을 말씀하신 김 전 대통령에게 저는 죄인 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우리 모두가 김 전 대통령이 걸었던 그 길 그 자세를 배우고 따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생각해보는 그런 자리가 됐으면 한다.”

이날 행사장에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총출동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날 행사장에는 여야 대선주자들이 총출동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여야 대선주자들 역시 YS와의 인연을 상기하며 YS 정신을 잇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YS 정신을 해석하는 방식은 저마다 달랐다. 우선 이재명 후보는 ‘인사가 만사’라는 YS의 발언을 언급하며 ‘탕평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부터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불의를 청산하기 위해 싸운 것은 평생에 걸쳐 배울 가치라고 생각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과감한 결단으로 쉽게 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해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 것은 대단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인사가 만사라는 말씀을 자주 차용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좋은 사람들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인을 영원히 기억하고 지난한 투쟁과 성과를 계속 기억하겠다.”

윤석열 후보는 YS 추모식을 계기로 여야 대선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거론하며, YS의 통합 정신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정치의 큰 산이었던 김 전 대통령의 6주기를 맞아 정치권에서 초당적으로 추모하는 행사를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김 전 대통령은 제가 학창시절이던 1970년에 40대 기수론으로써 야당의 동력을 활성화시켰다. 대학 1학년이던 1979년에는 신민당 가처분 사건과 국회의원 제명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도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로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엄혹한 시절인 1984년에는 23일간에 걸친 단식투쟁으로 민추협을 결성해서 2·12총선을 이끄셨고, 언제나 민주화를 위해 선봉에서 투쟁하셨다. 대통령이 되신 후에도 하기 힘든 결단을 해서 한국 사회를 엄청나게 개혁하셨다. 생전의 모습들을 기억하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이 나라 발전을 위해서, 이 나라 전진을 위해서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심상정 후보는 YS가 ‘청년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시대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갖고 있다. 26살에 지역구 국회의원이 됐다. 청년 정치인의 원조였다. 청년의 불굴의 투지와 의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돌진했다.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군부를 청산하고 문민정부를 여셨다. 김 전 대통령께서 당당하게 일궈 오신 대도무문의 길을 따라 반드시 정권교체, 시대교체를 하겠다. 청년들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어내겠다.”

대선주자들이 YS 추모식에서 분향하는 모습.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선주자들이 YS 추모식에서 분향하는 모습.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안철수 후보는 YS가 국민 통합의 상징이었다며, 양극화된 지금의 정치 지형을 깨기 위해서는 돌아가며 정권을 ‘나눠 먹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한다고 주장했다.

“6년 전 국회 앞에서 하던 영결식이 생각난다. 영결식이 시작되자마자 큰 눈이 내렸다. 끝날 때까지 계속 하늘이 울었다.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거짓말처럼 날씨가 개었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그 말씀 때문에 국민들은 희망을 가지고 민주화를 기다렸다. 김 전 대통령은 개혁의 상징이셨다. 하나회 척결, 공직자 재산 등록, 금융실명제, 어느 하나도 하기 힘든 개혁들을 모두 다 해내셨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께서는 국민 통합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더욱 지금 대통령이 그립다. 지금 나라는 반으로 쪼개져있다. 서로 정권을 바꿔가면서 국민들의 반을 적으로 돌리는 악순환이 언제까지 반복돼야하나. 김 전 대통령의 국민 화합, 국민 통합의 마음을 되새기면서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김동연 후보는 YS의 개혁 정책을 ‘기득권 깨기’로 정의하며, YS의 정신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다시 상기되는 이유는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회 해체, 지방자치제 실시, 공직자 재산등록제 등 기득권 깨기가 중심이 된 개혁 조치를 하나씩 이뤄나갔다. 대통령님의 민주화를 위한 의지, 개혁을 위한 추진력을 기억하고, 저와 새로운 물결은 기득권공화국을 기회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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