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20조 투자 배경에는…시스템반도체 1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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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美 20조 투자 배경에는…시스템반도체 1위 ‘도전’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1.11.24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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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공급망 위해 삼성에 손짓…테일러市 세제 혜택 1.2조 추정
이재용 부회장 “시스템반도체 2030…굳은 의지로 확실한 1등 이룰 것” 
삼성전자,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생산과 R&D 분야에 171조 투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17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를 투자해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는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17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를 투자해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는다. 그 배경에는 오는 2030년까지 대만 TSMC를 넘어 파운드리 및 시스템반도체 1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야심이 깔려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170억 달러(한화 약 20조 원)를 투자해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는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현지 투자 계획을 공식화한 지 6개월만의 결정이다. 특히 이번 투자 계획은 이재용 회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정계 인사들을 만나 매듭을 지었다. 기존 메모리반도체 편중에서 벗어나, 오는 2030년까지 대만 TSMC를 넘어 파운드리 및 시스템반도체 1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야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왜 테일러로 정했나?…표면적 이유는 미국 구애와 市 혜택


24일 삼성전자는 미국 내 제2의 파운드리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 측은 공시를 통해 “신규 라인 투자와 관련해 미국 테일러시 등과 협의를 완료했다”며 “이번 투자틀 통해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대해 첨단 및 핵심 시스템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규 공장은 오는 2022년 상반기 착공 후 2024년 하반기에 제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건설·설비 등 투자비용으로 한화 20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표면적으로는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테일러시의 적극적인 구애 덕분이다. 

실제 미국 백악관은 삼성전자 신규 투자가 확정되자마자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 측은 “미국의 공급망을 보호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삼성이 텍사스에 새 반도체 시설을 건설해 우리 공급망을 보호하고 제조 기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후보지로 테일러시를 비롯해 △텍사스주 오스틴시 △애리조나주 굿이어 △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 5곳을 두고 고민했다. 이중 테일러를 낙점한 것은 입지 조건과 시가 내세운 적극적인 세제 혜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테일러시 지방정부에서 삼성전자가 받는 세금 감면 혜택은 10억 달러(한화 약 1조2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지역에 다수 IT 기업들과 유수 대학들이 위치해 있어 파운드리 고객사와 인재 확보에도 용이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배경엔 시스템반도체 육성 야심…기흥-평택-오스틴 삼각축 편성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생산과 R&D 분야에 171조 원을 투자해 핵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 14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생산과 R&D 분야에 171조 원을 투자해 핵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24일 한국으로 귀국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번 결정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1위 도약을 위한 도전으로 풀이된다. 퀄컴·구글·테슬라·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가 있는 지역인 미국에서 공장을 증설해 수주를 늘리겠다는 판단에서다. 

오스틴 공장이 14나노미터(㎚) 공정 기반으로 IT 기기용 전력반도체와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한다면, 테일러 공장은 △5G △HPC(고성능 컴퓨팅) △AI(인공지능) 등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새 공장이 들어서는 신규 부지에서 오스틴 공장까지는 40여㎞로,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테일러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전자는 기흥·화성부터 평택, 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삼각축을 완성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규 부지는 오스틴 사업장과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기존 사업장 인근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며 “용수와 전력 등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난 8월 '240조 원 투자·4만 명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메모리반도체의 초격차를 유지하면서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기업 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게 골자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생산과 R&D 분야에 171조 원을 투자해 핵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 공들인 시스템반도체…"메모리 이어 1위해야"


특히 이번 시스템반도체 강화 행보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협력을 구하면서 투자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도전해서 꼭 해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차세대 반도체 필수 설비인 EUV(극자외선) 장비 생산기업 'ASML'의 네덜란드 본사를 찾아가 직접 피터 버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그의 올해 첫 행보도 파운드리 및 시스템반도체로 직결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삼성전자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해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는 등 관련 행보를 이어 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미국 투자 이후에도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업계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각각 52.9%와 17.3%로 크게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선단공정'으로 불리는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 승부수를 걸고 양강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0나노미터 이하 글로벌 시장 비중은 지난 2019년 4.4%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신규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는 2024년경 29.9%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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