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림 양재동 개발사업, 김홍국 자녀 일감몰아주기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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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림 양재동 개발사업, 김홍국 자녀 일감몰아주기 우려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1.25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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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김홍국 하림 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하림타워에서 진행된 'The미식 장인라면' 출시 행사에서 참석, 장인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br>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하림타워에서 진행된 'The미식 장인라면' 출시 행사에서 참석, 장인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하림그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 수상한 발걸음의 최종 종착지는 김홍국 회장 자녀들이라는 의심이 든다.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와 홈쇼핑부문 계열회사인 NS쇼핑(엔에스쇼핑)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NS쇼핑을 하림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조치로 하림그룹은 향후 조(兆)단위 수익이 예상되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개발사업(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NS쇼핑(NS홀딩스 자회사 하림산업)이 아닌 지주사 차원에서 주도할 수 있게 됐고, NS홈쇼핑은 자신들이 간신히 정상 궤도에 진입시킨 알짜배기 프로젝트를 지주사에게 넘겨주며 상장폐지되는 처지가 됐다. 

수상한 건 하림그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 부동산 개발사업과 밀접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을 하림지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는 데에 있다. 해당 업체들은 모두 김 회장 자녀인 김주영·김준영·김현영·김지영씨가 상당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이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하림지주로 들어온 제이에이치제이(JHJ)다. 이 회사는 최근 JKL파트너스에 투자·포트폴리오 관리 담당으로 입사한 김준영씨가 지난해 9월 설립한 회사다. 등기 정관상 사업목적은 건축자재 판매, 택지개발·대지조성, 토목건축·도급, 전기·통신공사, 소방설비공사, 포장공사, 철구조물제작, 부동산 개발·공급·매매·임대 관련 용역·서비스, 신규사업 개발 컨설팅·관리, 부동산 투자자문·운용, 시설유지 관리 등이다. 전형적인 부동산개발사다. 하림지주가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을 보면 제이에이치제이의 지분은 김 회장의 네 자녀가 각 25%씩 보유하고 있다. 100% 김 회장 자녀 회사다. 또한 올해 2월에는 지포레라는 업체가 하림지주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 회사의 등기 정관상 사업목적은 조경공사, 조경식재공사, 조경시설물설치공사, 조경수 생산·유통, 조경자재·시설물 유통, 도시계획·조경설계 서비스 등으로, 전형적인 조경전문사다. 지포레의 경우 김주영·김준영씨가 각각 지분 25%, 김현영씨가 지분 20%를 보유해 총 70%의 주식을 김 회장 자녀가 들고 있다. 

더욱 수상한 건 두 업체의 이사진이다. 제이에이치제이와 지포레의 감사는 정승재 감사로 동일하다. 정 감사는 지난해 6월 하림그룹 상품종합도매 계열사인 하림엠에스에서는 이사, 무역 계열사인 참트레이딩에서는 감사로 각각 새롭게 선임된 인물이다. 또한 지포레에는 하림 기획조정팀과 하림홀딩스 경영지원팀을 거쳐 현재 하림지주 경영지원팀 업무를 수행 중인 권지은 이사(보)가 사내이사로 있다. 권 이사는 김준영씨의 경영권 승계 핵심 축인 한국썸벧(올품 보유 지분 100%)의 감사이기도 하다. 아울러 하림그룹 건설·축산설비 계열사인 동림, 김 회장 부인 오수정씨의 동생인 오응서씨가 대표로 있는 디디에프엔비 등에서 근무 중인 윤승용 이사(1982년생, 하림지주 사외이사 윤승용 남서울대학교 총장과 다른 인물)도 지난 2월 지포레 임원으로 취임했다. 이중 권 이사는 지난 9월 기준 하림지주 주식 740주, 엔에스쇼핑 주식 1262주를 보유 중이며, 정 감사는 엔에스쇼핑 주식 629주를 갖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체인 제이에이치제이, 조경전문업체인 지포레가 갑자기 하림지주 계열사로 합류했고, 수개월 후 하림지주는 NS쇼핑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켜 양재동 땅을 직접 손에 쥐었다. 누가 봐도 양재동 개발사업에 두 업체가 참여해 수익을 창출해 오너일가의 배를 불리게 할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측은 김 회장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과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복수의 언론을 통해 알린 바 있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이미 전과가 있는 기업이다. 지난달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김홍국 회장이 아들에게 물려준 업체(올품, 구 한국썸벧판매)에게 일감을 몰아줘 부당하게 사익을 챙겼다며 과징금 약 50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로 모두의 관심이 정치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오는 2022년, 양재동 개발사업에서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재현될까 심히 우려스럽다. 관계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감시·감독이 요구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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