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패 의혹’ DL건설에 ‘부패 방지’ 인증한 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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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패 의혹’ DL건설에 ‘부패 방지’ 인증한 ISO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1.26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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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26일 DL건설(구 대림건설)에 따르면 ISO(국제표준화기구)는 지난 24일 DL건설에 '부패방지경영시스템에 대한 국제표준'(ISO 37001)을 인증해줬다. ISO 37001은 ISO가 만든 부패방지경영시스템 표준 가이드 라인으로, 국제 기준에 따라 부패·뇌물 방지를 위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춘 기업만이 해당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한국표준협회는 설명하고 있다. DL건설 측은 "전(全)경영 분야에서 발생 가능한 부패 관련 이슈를 발굴, 이에 대한 리스크 평가와 개선 사항 등을 도출해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앞으로도 적극적 ESG 경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DL건설이 부패 의혹에 연루된지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건설사라는 데에 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DL건설은 검단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A29B 공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인천도시공사 관계자와 함께 골프 회동을 갖는 등 접대를 위한 사전접촉이 의심되는 행위를 했다. 또한 불법 취업 의혹도 불거졌다. 김 의원은 "이 의혹의 핵심은 인천도시공사 전 본부장이 퇴직한 뒤 바로 건설업체(DL건설)로 갔고, 이 회사(DL건설 컨소시엄)가 선정될 수 있도록 로비를 했다는 것"이라며 "취업제한(고위공무원의 업무 관련성이 높은 업체에 대한 취업제한)이 퇴직 후 3년인데 이 사람은 취업 심사나 신청도 없이 회사(DL건설) 명함을 파고 활동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해당 인사는 지난해 11월 인천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장 임기를 마친 후 DL건설 공공개발사업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인천지사장' 명함을 들고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올해 9월 DL건설 컨소시엄은 검단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A29B 공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해당 공동주택용지 공급가는 1278억 원, 건설업체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은 4000억 원에 이른다. 또한 골프 접대와 관련해서는 인천도시공사도 '부적절'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인천도시공사 감사실은 최근 이와 비슷한 사안에 대한 내부 감사를 벌인 결과 "검단신도시 특별 설계공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모심사위원장의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골프 모임과 뒤풀이는 부적절한 처신이다. 결론적으로 골프모임이 공사와 직무 관련성이 없는 이들과의 모임이었다고 해도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며 '경징계' 처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ISO는 DL건설이 부패방지를 위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췄다며 대내외에 홍보를 해준 것이다. ISO의 권위와 위상, 국민 신뢰를 스스로 깎아 먹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ISO 인증을 받은 업체는 법 위반 시 처벌과 비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타 기관에서 여러 가지 인센티브도 누리게 되는데,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기업에게 사회적 혜택을 제공하다니 이게 공정이고 정의인가. 불공정과 부정의를 국제표준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ISO의 쇄신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조남창 DL건설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 박진성 한국표준협회 인증본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ISO 37001 인증식 기념촬영 중이다 ⓒ 디엘건설
조남창 DL건설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 박진성 한국표준협회 인증본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이 ISO 37001 인증식 기념촬영 중이다 ⓒ 디엘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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