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제3지대’ 대통령,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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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제3지대’ 대통령, 불가능할까?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11.28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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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기득권을 무너뜨릴 방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제3지대에서 대통령이 당선되는 건 꿈에서나 가능한 일일까.ⓒ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는 한 사람은 감옥 가는 처절한 대선’ - 국민의힘 홍준표 경선 후보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 -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정책 대결 대신, 나라 빚 판돈 삼은 도박판 대선’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두 당 중 누가 되더라도 기득권의 바통 주고받기’ -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양당 후보에 대한 호감보다 비호감도가 더 높은 선거지만, 좀처럼 제3당 후보는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제3지대에서 대통령이 당선되는 건 꿈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대안이 될 ‘선택지’는 늘 있었다


거대 양당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대선 출사표를 던진 제3지대 후보들이 많다. 26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예비 후보자는 양당 제외 15명이다.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 김동연, 기본소득당 오준호, 진보당 김재연 후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거대 양당 체제를 종식시켜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듯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역대 대선을 살펴봐도, 대안이 될 선택지는 늘 존재했다. 1992년에는 정주영(16.3%), 1997년에는 이인제(19.2%), 2002년에는 권영길(3.9%), 2007년에는 이회창(15.1%), 2017년에는 안철수(21.4%)·유승민(6.8%)·심상정(6.2%) 후보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양당 구도를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 한 번도 제3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은 물론이고, 2위조차 차지한 적이 없다. 그나마 가장 유의미했던 결과는 2017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2.6%포인트 격차로 3위를 이뤄낸 선거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열린 ‘촛불 대선’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한 결과였다.

 

‘양당 구도’에 패배해온 제3지대 역사


결국 ‘구도’다. 제3지대라는 선택지가 선거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건 양당 구도에서 의미 있는 변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는 명제 중 하나는 ‘선거를 결정짓는 변수는 바람, 구도, 인물, 정책 순’이다. 하지만 이 명제조차도 거대 양당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제3당은 선거 명제에서 제외돼있다.

바람이 불더라도 거대 양당 중 한 쪽에서 부는 바람을 뜻하지, 제3정당의 바람은 전제하지 않고 있다. 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제3지대 인물이 양당 중 누구와 손을 잡아 어떤 구도를 형성하느냐가 주요 변수다. 그러나 양당 후보가 제3지대에 흡수, 연대하는 상황은 전제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제3당 후보들은 출마하는 당일조차 양당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를 질문 받는다.

심상정·안철수·김동연 후보가 만남을 갖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들은 기득권 양당 구도를 깨기 위해 공조를 협의 중이다. 또한 2019년 정의당이 (물론 거대 양당에 의해 반쪽짜리 법안이 됐지만) 선거법을 개정하려 했던 이유도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 8월 K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번갈아가면서 정권을 잡았고, 겉으로는 굉장히 격렬하게 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부동산 부자, 삼성 재벌, 힘을 가진 사람의 편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다는 낡은 전략을 더 이상 시민들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악의 선택은 차악의 정치를 만든다”고 일침을 날렸다.

 

제3지대의 역할은 ‘대안으로서의 역량 갖추기’


그렇다면 제3지대가 대안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 변수인 ‘바람’이 불지 않으면서 두 번째 변수인 ‘구도’가 중요하지 않을 때, 그제야 ‘인물’과 ‘정책’이 주목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선거가 과연 존재할까. 불가능한 얘기다.

결국 양당 구도를 무너뜨릴 제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승자독식 체제인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단순 다수대표제의 구도에서 제3당은 현실적으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표를 방지하고 비례성 및 다양성을 높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이미 위성정당 도입과 난도질당한 선거법으로 실패를 맛본 방법이다.

다음은 제3지대끼리 결집해 국민들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있다. 이것이 이번 선거에서 시도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자릿수 정당의 후보의 인물과 정책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춰야 한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정치가 최악으로 치닫게 한 가장 큰 책임은 ‘거대 양당 기득권’에 있다”며 “그 기득권에 맞서기 위한 진정성 있는 연대와 결집이 필요한 때”라고 분석했다.

후보들 역시 연대에 힘을 싣고 있다. 심상정 후보는 “제3지대가 제대로 결집한다면, 국민들의 선택이 전략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녹색당·미래당 등 진보 정당과의 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동연 후보 역시 “기득권이란 댐이 무너져 선거판이 물로 가득차면 거북이(제3당)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 기대했다. 한편 안철수 후보는 “(제3지대 간) ‘공조와 연대’라는 정치 공학적 의미 부여는 정치적 과잉 해석”이라 지적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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