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근시안적 사고로 국회 통과 무산된 차등의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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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근시안적 사고로 국회 통과 무산된 차등의결권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1.11.30 16:2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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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창업자 복수의결권 내용 담은 벤처기업법 개정안, 국회 산자위 통과 불발
류호정 의원, 부자세습의 도구로 활용될수 있다고 반대표 던져…시민단체도 동참
제2의 쿠팡, 삼성물산-엘리엇 사태 막으려면 복수의결권 통과 어느때보다 더 시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쿠팡이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연합뉴스
쿠팡이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연합뉴스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이란 특정 주주가 갖는 1주에 복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벤처 스타트업에 한해 창업자에게 주식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자는 법안이 논의됐습니다. 개정안의 취지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이후에도 창업자의 경영권이 희석되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것이죠. 경영권이 보장되면 창업자는 회사를 보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죠. 구체적으로 창업자는 분기, 반기 같은 단기적 수익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장기적 투자를 하며 혁신 경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벤처·스타트업 차등의결권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겼을까요?

지난 25일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 통과는 불발됐습니다. 향후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재논의하고 12월 중 다시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벤처기업에 한정된 복수의결권이 향후 재벌·대기업까지 확대돼 악용될 수 있다"며 "창업자에게 과도하게 경영권을 집중시켜 사익추구 가능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도 차등의결권 법안은 재벌 세습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며 즉각 폐기하라는 기자회견을 지난 22일 열었습니다. 시민단체는 "벤처업계에 투자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투자자에 대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지, 투자자의 입지를 제약하는 것이 어찌 해법이란 말이냐"며 "정부는 정말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 벤처기업에 줄지어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복수의결권이 정말 투자자들의 입지를 제약할까요? 외국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주평등 원칙에 따른 '1주 1 의결권 원칙'이 오히려 '장기 주식보유 인센티브'라는 제도의 도입을 막으며 투자자들의 입지를 제약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기 주식보유 인센티브 제도란 예를 들어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의결권, 이익배당금, 워런트 등에 있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최소 2년 이상 계속적으로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의결권을 2배 부여하고, 기존 주주에게 부여되는 이익배당금의 최대 10%를 가산해 제공하고, 발행가격 이상의 행사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주주가 회사에 오랜 기간 투자할수록 더 높은 이익배당금을 받고, 더 많은 의결권이 주어지고, 신주도 인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뜻입니다. 

현재 EDF를 비롯해 로레알, 리퀴드 등 다수의 프랑스 기업들은 이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투자할수록 투자자들의 입지를 공고화해주는 장기주식보유 인센티브 제도 운용은 우리나라에선 1주 1 의결권 원칙 때문에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시민단체는 앞서 벤처업계에 투자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투자자에 대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는데, 복수의결권 제도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 유인책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는 복수의결권이 통과되면 해외기관들이 줄지어 투자하면서 벤처기업 활성화에 기여할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3월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경영성과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이 성장성·수익성·안정성 등 모든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장성만 놓고 보자면,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들의 총매출은 54.4%, 고용은 32.3% 증가해, 차등의결권 미도입 기업의 총매출 증가율(13.3%)과 고용 증가율(14.9%)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특히 차등의결권 도입기업의 R&D 투자는 190.8%, 설비투자는 74.0% 증가한 데 반해, 미도입 기업의 R&D 투자 증가율은 49.1%에 그쳤으며 설비투자는 0.7% 감소했습니다. 복수의결권 통과가 해외기관 투자를 끌어와서 벤처기업 활성화에 기여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설 수 있는 대목입니다.

차등의결권 통과를 가로막는 또 다른 쟁점사항은 경영진의 과도한 사익추구 위험과 일반주주의 권익 훼손입니다. 그러나 전경련의 2014년 대비 2019년 주주이익 실현 증감 조사에 따르면 차등의결권 도입기업이 주주이익 실현에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등의결권 도입한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14.9% 증가하는 반면 미도입 기업은 6.3% 감소했습니다. 과연 차등의결권 도입이 일반주주의 권익을 훼손한 건가요.

복수의결권의 최대 쟁점사항인 부자세습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과 관련해,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이 같은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적용 대상을 비상장기업 창업가로 한정하고, 만약 상장이 되거나 대기업에 인수된다면 창업가가 보유한 복수의결권은 사라지고 1주당 1개의 의결권만 갖는 보통주로 전환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 같은 제한조건을 여야 의원들이 류호정 의원에게 설명하며 법안 처리를 요구했지만 류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류호정 의원은 '재벌 때리기'에 매몰된 나머지 글로벌 5대 증권 거래소가 차등의결권을 허용한 사실을 모르고 있나 봅니다.

세계 5대 증권거래소(뉴욕 증권거래소, 나스닥, 도쿄 증권, 상해 증권, 홍콩 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을 허용한 주된 이유는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헤지펀드 같은 기업사냥꾼들의 적대적 M&A를 대응하고 기업의 경영권과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이 허락됐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헤지펀드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보호수단이 필요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2015년 헤지펀드들의 아시아 기업 공격 성공률은 2014년에 비해 17.1% 증가했습니다. 특히 헤지펀드는 낮은 대주주의 지분율과 승계 문제 등을 겪고 있는 아시아 기업을 공략해 지배구조 개선을 빌미로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물산-엘리엇 사태입니다. 해외 헤지펀드로부터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목입니다.

글로벌 증권거래소가 차등의결권을 허용한 또 다른 이유는 자국 기업의 해외상장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우리나라의 쿠팡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아서 쿠팡은 올해 3월 뉴욕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이에 마켓컬리, 야놀자 등 일부 예비 유니콘 기업들도 해외상장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유수기업이 해외 자본시장으로 유출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이런 상황을 보면, 류호정 의원은 복수의결권이 재벌 세습의 도구로 악용된다는 단면만 보지 말고 제2의 삼성물산-엘리엇과 쿠팡 사태가 재발했을 경우의 부작용을 고려해보길 바랍니다.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으로 복수의결권 도입에 차질이 생기면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유수기업들이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은 불가피합니다.

재벌세습이라는 명분때문에 국내 기업 경영권 보호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놓쳤을때 그 경제적 후과(後果)는 누가 감당하나요? 기업들이 경영권과 지배구조를 보호해야 한다는 걱정 없이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따라서 나무가 아닌 숲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접근해야 합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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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2021-11-30 19:42:35
기술만 있으면 투자는 얼마든지 따라옴. 지돈 갖고 사업하기 싫으니 저지랄

ㅉㅉ 2021-11-30 19:39:19
Q9) 재벌 방지장치가 충분해? - 지랄

자회사 100%소유부터 선행하고 복수의결권 얘기를 꺼내.

선진국들 처럼 복수의결권 축출조항(콕테일 프로비젼) 넣어야 기관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하지 않을까?

선진국들처럼 복수의결권 이사회결의사항 대폭축소를 해야지? 안그래?

복수의결권 있으면 샌주인수권, 교환사채, 잔환사채 다 금지해야지 안그래?

ㅉㅉ 2021-11-30 19:32:45
Q5) 복수의결권이 없어서 쿠팡 등 토종벤처기업이 해외 IPO를 노린다? - 헤지펀드 국적 따라 우회상장 프리미엄 노리는 거지. 박스피에 상장하면 수익이 나오니? 미국 기업이 국내에 왜 상장을 해?

Q6) 주가희석을 방지한다? - 우회상장 IPO하면서 주가 희석 안 된 경우가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1:10에 스톡옵션까지 주는데 희석이 안된다는 거 자체가 그냥 거짓말.

Q7) 선진국들 대부분 복수의결권을 도입해? - 2019년 기준 OECD 절반 미만. 2020년 기준 최근 복수의결권 도입한 BRICS 신흥국 합쳐도 절반 미만.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영국 최근 15년간 신주발행 실적 0%.

Q8) 구글, 페북이 복수의결권으로 성공? - 둘 다 엔젤투자 받고 성공했음. 그리고 페북은 복수의결 철회

ㅉㅉ 2021-11-30 19:18:27
Q1) 1주10표가 있으면 과연 헤지펀드가 투자를 할까? - 기관투자자가 호구냐? 제발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시길.

Q2) 의결권 없으면 창업주 보호 못할까? - 투자계약서 쓸때 경영권 보호 조항이 들어갑니다.

Q3) 현재 심사중인 중기부 법안은 과연 몇개 벤처기업에나 적용 될까? - 유니콘기업 2020년기준 6개, 2021년기준 10개 내외. 전체 벤처기업 0.03%미만의 특혜를 위해 법을 만드는 꼴

Q4) 재벌 방지 장치가 있어서 안전? - 왜 전경련이 좋아할까? 나중에 규제 완화하면 되니깐. 전경련이 중소벤처기업인가? 응, 재벌4세도 중소벤처기업 만들면 그만. 지난 15년동안 미국 내 비상장벤처의 차등의결권 ㅐ도입기업 93%이상이 가족지배집단기업(재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