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1야당 대표 이준석과 ‘철부지’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자수첩] 제1야당 대표 이준석과 ‘철부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1.30 16:2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헌정 사상 최초 30대 제1야당 대표’ 이준석, 청년 정치 아이콘 잊지 말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이 투영된 일종의 ‘상징’이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이 투영된 일종의 ‘상징’이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열망이 투영된 일종의 ‘상징’이다.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단 순간,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청년 정치’의 성패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표의 최근 행보는 매우 실망스럽다. 윤석열 후보가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이 대표는 꾸준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전권을 줘서라도 김 전 위원장을 ‘모셔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 전 위원장 영입이 좌절된 후에는 그를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라고 칭하며 “이제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려면 소 값을 쳐주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걸 더 얹어서 드려야 할 것이다. 프리미엄을 얹어야 한다. 전권을 드려야 된다”고 말했다. 제1야당 대표가 아니라, 마치 김 전 위원장의 뜻을 전하는 사절(使節) 같았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패싱 논란’이 나오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며 ‘당대표 사퇴설’을 불러일으켰다. 대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대표가 대선 후보와의 갈등 상황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청년들이 이 대표를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로 만든 것은 정치를 변화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청년들은 똑똑하고 당찬 이 대표가 ‘고인 물’들로 가득한 기성 정치판에 들어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믿었고, 자신들의 희망을 ‘이준석’이라는 배에 실어 띄웠다.

하지만 대표가 된 후 그는 80대 노정객인 김 전 위원장 ‘모시기’에 혈안이었다. 청년들은 ‘뭔가를 바꿔주리라’는 믿음으로 이 대표를 밀어 올렸는데, 정작 이 대표는 ‘올드보이’ 영입에만 공을 들였다. 과연 당원들이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노장에게 전권을 쥐어주라고 30대 당대표를 선택했을까.

윤 후보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 정치에서 기성 정치인들은 청년 정치인들이 넘기 어려운 높은 ‘벽’이다. 가뜩이나 머릿수에서도 밀리는데, 젊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자존심을 다친다. 아마 이 대표 역시 자신을 대표로 여기지 않는 ‘꼰대’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이 이 대표에게 기대했던 것은 그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유능한 정치인으로 인정받는 모습이었다. 청년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제1야당 대표라는 지위를 활용해 자신을 향한 편견을 이겨내고, ‘철이 없어서 안 돼’가 아니라 ‘기회만 주어지면 잘 하네’라는 평가를 끌어내 제2, 제3의 이준석이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정치 경력 길고 똑똑한 이 대표를 제1야당 대표로 만든 이유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정치력을 발휘해 어려움을 극복하기는커녕, SNS와 언론을 통해 불만만 터뜨렸다. 어떻게든 물밑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당의 분위기를 추슬러야 할 당대표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갈등설을 부채질했다. 자연히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철부지’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대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청년 정치인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만 강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청년’의 한 사람인 기자 역시 이 대표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겉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가 당연히 짊어져야 할 짐일 수밖에 없다. 왕관을 쓰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부디 이 대표가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고, ‘성공한 30대 당대표’로 정치사에 남기를 기대해 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현자의 돌 2021-11-30 17:38:10
당헌당규상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무시하는 대표라... 혹시 송영길 대표의 비서실장이 국힘에 와서 언더커버 중인 거 아님?

ㅇㅇ 2021-11-30 17:19:58
맞는 말씀입니다. 당대표가 무슨 이리 강짜가 심한지 걱정입니다.

ㅁㅇㄴㄹ 2021-11-30 16:39:05
성공할 기회라도 줘야 성공을 시키지. 아예 배제를 시키고 있는 형국인데 뭘 어떻게 하라는건지 ㅋㅋ 패싱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먼저 생각해보세요 기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