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 원희룡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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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 원희룡이 남긴 것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2.06 1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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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결과 승복하고 원팀 합류한 元, 민주적 정당정치의 롤 모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으로 뛰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으로 뛰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제21대 총선 공천 결과가 발표된 어느 날. 당내 경선에서 패해 공천을 받지 못한 한 인사와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이 밀려난 지역구 이야기가 나왔다.

“거기는 50 대 50이지. 장담하기 어려워. 온 힘을 모아서 붙어도 될까 말까인데.”

별 생각 없이 되물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닦아두셨으니 좀 도와주시면 잘 되지 않을까요?”

표정이 좋지 않다. 잠깐 뜸을 들이더니, 기자에게 되묻는다.

“…. 내가 도와주는 게 맞아?”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경선에서 패하고 나면 소속 정당 후보가 지기를 바라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지 않다. 심한 경우 A당 조직이 B당 후보를 돕는 사례도 있다.

이는 단순히 ‘분해서’라거나 ‘기분이 나빠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경선에서 자신을 이긴 후보가 당선되면, 권력 구도가 재편된다. 4년 후, 5년 후를 기약해야 하는 쪽보다는 ‘현재 권력’에게 사람이 붙는 게 당연지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닦아 놓은 조직과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속 정당 후보의 경쟁력 부족이 입증되는 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역대 대선만 봐도, 경선에서 패한 후보가 온 힘을 다해 승자를 돕는 케이스는 흔치 않다. 1970년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신민당 후보 선출 과정에서 DJ에게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고도 분루(憤淚)를 삼키며 ‘거제도에서 무주 구천동까지 전국 방방곡곡’ 뛰었던 사례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건 그만큼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유독 눈에 띄는 건 바로 이런 이유다. 원 전 지사는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홍준표·유승민 세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을 만큼 인지도와 세력을 갖춘 인사다. 1964년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차기 대선에서 두각을 나타낼 가장 유력한 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보면, 원 전 지사는 현재의 세력 구도를 유지하면서 시간만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쪽이 유리할 수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당내 세력 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경선 후보들이 그렇듯, 굳이 나서서 돕지 않더라도 원 전 지사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원 전 지사는 직접 후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아 일선에서 뛰고 있다. 자칫 패할 경우 패배 책임론을 함께 뒤집어쓰고, 이기더라도 세력 구도 재편의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있음에도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원팀(One Team)이 돼 함께 뛰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물론 원 전 지사에게 또 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약속을 지키는’ 그의 모습이 정치인의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자기 이익을 위해 상대 당 후보를 돕기도 하는 ‘불신의 시대’, 경선이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승자를 공격하고 심지어 ‘후보 교체론’까지 생산하는 시대에 ‘약속한 건 지키는’ 원 전 지사가 우리 정당정치의 ‘롤 모델’이 되기를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일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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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곤 2021-12-06 23: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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