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좌향좌’ 하는 안철수, 이재명에게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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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좌향좌’ 하는 안철수, 이재명에게 득일까 실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2.10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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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안 후보는 6일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와 회동을 갖고 결선투표제 도입 등 양당 체제 종식을 위한 정치개혁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습니다. 중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보수 후보’로 인식돼 있는 안 후보가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손을 내민 겁니다.

이 같은 안 후보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의당과 ‘정책 공조’가 가능하다면, 민주당과의 연합도 불가능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 입장에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지지율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고, 안 후보 역시 이미 지지율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국민의힘보다는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상황이죠.

실제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일 SBS 주최로 열린 당대표 맞수 토론에서 안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구동존이의 자세로 틀린 것이 있더라도 같이 추구해야 할 것이 크다면 연합이 가능하다”면서 “정책적 지향점과 공약 내용의 공통점을 찾아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계 좌장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도 지난달 21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 ‘이 후보 측에서는 연대나 단일화 대상으로 어떤 후보를 꼽고 있느냐’는 질문에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며 “(이 후보와 안 후보는) 나쁜 사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역시 안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는 겁니다.

다만 안 후보의 ‘좌향좌’가 이 후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2012년 열린 제18대 대선 당시 안 후보는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사람들은 안 후보를 민주당 측 정치인으로 인식했습니다. 그 결과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의 상당 부분이 안 후보에게로 흘러갔고,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양보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안 후보는 갈 곳 없는 보수 표심의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대선 직전에는 안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참여하는 ‘반문(反文) 3자 단일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러자 유권자들은 안 후보를 보수 정당의 후보로 간주했고, 보수 표심은 홍 후보와 안 후보, 유 후보에게로 분산됐습니다.

이 두 사례가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국민들이 안 후보를 어느 진영 후보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다른 후보들의 유불리도 달라진다는 겁니다.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11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후보 지지율의 대부분은 보수(4.0%)와 중도(5.0%) 유권자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진보 유권자의 안 후보 지지 비율은 1.7%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안 후보는 윤 후보 지지율을 잠식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안 후보를 ‘진보 후보’로 인식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모르긴 몰라도, ‘반(反) 윤석열 비(非) 이재명’인 진보 유권자들의 표를 흡수할 공산이 큽니다. 안 후보가 진보 쪽으로 자리만 옮긴 채 단일화에는 실패한다면, 오히려 이 후보의 지지율을 잠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더욱이 안 후보는 제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를 하고도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고,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때문에 안 후보가 대선 완주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안 후보가 ‘좌클릭’만 한 채 단일화에 임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 후보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밖에 없습니다.

안 후보는 우리 정치사에서 참 보기 드문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안 후보의 움직임에 따른 유불리를 계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과연 진보와 보수를 오가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안 후보는 차기 대선에 어떤 충격파를 가져오게 될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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