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중국 헝다 위기에서 한국 가계부채發 ‘퍼펙트 스톰’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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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중국 헝다 위기에서 한국 가계부채發 ‘퍼펙트 스톰’ 보인다
  • 곽수연 기자
  • 승인 2021.12.10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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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경고 무시하다가 위험에 빠지는 회색코뿔소 상황 연출
헝다, 2017년부터 중국 정부가 경고해왔으나 문어발식 사업확장
헝다의 디폴트 위기, 한국 코로나발 가계부채 폭증 사태와 비슷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곽수연 기자)

회색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를 통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픽사베이
회색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를 통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픽사베이

'회색 코뿔소'란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를 통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지만 간과하다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와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에서 비롯된 가계부채 폭증이 '회색 코뿔소'에 비유하기 적합한 사건입니다.

헝다그룹은 지난 3일 홍콩거래소 공시에서 2억 6000달러의 채무상환 의무를 이행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 때문에 이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지난 6월 헝다그룹 디폴트 이슈가 부각된 이후 처음으로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기가 도래한 2억 6000 달러는 전체 해외부채(194억 달러)의 1.3%에 불과합니다. 1.3%도 못 갚는데 과연 나머지 98.7%의 해외부채를 갚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중국 시장은 헝다의 연쇄 디폴트 가능성 때문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광동성 정부는 헝다 회장에게 채무를 이행하라고 경고장을 날렸고, 채무상황 파악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실무단을 파견할 예정입니다. 헝다그룹이 자산 매각을 통해서도 스스로를 구제 못하자 지방정부가 개입한 것입니다.

문제는 헝다 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쇄 부도 가능성이 커진 점입니다. 양광100(선샤인100)은 지난 5일 만기가 도래한 1억 7890만 달러의 채권과 이자를 상황을 낼 수 없다고 디폴트를 냈습니다.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인 자자오예도 지난 7일 4억 달러 채권 만기가 도래했지만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음날 8일 홍콩거래소에서 거래중지를 당했습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둔화와 연쇄 파산 가능성 때문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1조 200억 위안에 달하는 유동성이 중국 시장에 풀립니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인민은행이 헝다리스크가 시장에 줄 충격을 대비해 지준율을 낮춰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조정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이제 개입했으니 헝다그룹의 부채 위기가 개별기업을 넘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부동산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하고, 중국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75%"라며 "부동산 시장 둔화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성장에 파급적 효과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도 “중국의 부동산 문제가 미국 금융시스템에 리스크를 주고 있다”며 “중국 금융불안은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협하며 미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헝다의 위기는 중국 정부가 올해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추진하면서 갑작스럽게 불거진 논란일까요?

아닙니다.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디레버리징(부채 줄이기) 정책과 방주불초(房住不炒·부동산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라는 기조를 이어가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를 규제했습니다. 특히 지난 2020년 8월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기업 대상으로 3가지 레드라인(자산부채비율 70% 이하·순부채비율 100% 이하·단기부채 대비 현금 비율 100% 이상)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발표 당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중 헝다그룹 한 곳만 3가지 레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규제도 하고 경고도 했으나 헝다는 개선하지 않았고, 이는 디폴트 사태로 이어졌으니 헝다 위기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급증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현 상황이 헝다 리스크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코로나19로 시장에 풀린 유동성 때문에 가격이 대폭 오른 자산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구입하면서 유례없는 규모의 가계부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1845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외국기관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한국 가계부채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5일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2%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가계부채 비율이 104.2%라는 뜻은 곧 가계부채 규모가 GDP를 넘어섰다는 뜻으로, 한국만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GDP를 웃돌았다고 합니다.

여기에 한국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세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2분기(98.2%)와 비교해 6.0% 포인트 높아졌는데 같은 기간 홍콩(5.9% 포인트)과 태국(4.8% 포인트), 러시아(2.9% 포인트) 등과 비교해도 상승 폭이 더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이 한국 금융시스템의 최대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일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한국 금융시스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을 꼽았습니다.

문제는 가계부채 규모나 증가 속도가 세계 1위를 기록했는데 빚을 갚아야 하는 주체인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가계부채 현황 분석과 시사점'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문의 실질적인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취약계층인 소득 하위 20%(1분위)를 중심으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과거 4년간 소득 하위 20%(1분위)인 취약계층 차주의 부채증가 속도가 소득 상위 20%(5분위)의 2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경제상태가 실속이 없어지는 이른바 '부채 부실화' 위험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저소득층의 유동화자산여력이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악화속도도 2배 가까이 빠르다고 밝혔습니다. 유동화자산여력이란 자본시장의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누그러뜨림) 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다른 말로 기준금리 인상과 같이 자본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저소득층의 취약성이 확대된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도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연 1%로 0.25% 추가 인상할 경우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는 59조 원으로, 금리가 0.5%이던 지난해보다 5조 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산했습니다. 차주 1인당 평균 연간 이자부담이 271만 원에서 301만 원으로, 다중채무자이자 소득 하위 30%의 저신용 등급의 취약차주의 경우는 연간 이자가 32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입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전 소득계층의 이자부담이 가중되지만 특히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가계부채 부실화 문제가 대두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기간동안 2030의 채무상환능력도 악화됐습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정책보증상품의 20대 대위변제 건수는 2만 1216건을 기록했습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지만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부족한 20대를 대신해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신 빚을 탕감해줬다는 뜻입니다.

또한, 정의당 장혜원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20대는 총 8만 3000여 명, 금액으로는 1조 204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장 의원은 "지금과 같은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말 20대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12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위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20대 청년 중 다중채무자 비중이 12.4% 돌파했다고 전했습니다. 전체 20대 청년 10명 중 1명이 다중채무자라는 뜻입니다. 영끌·빚투라는 시류에 편승한 2030 세대들이 엄청난 규모의 전세,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금융채무불이행자와 청년 다중채무자가 속출하면서 대출 부실화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헝다리스크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 때문에 과도한 빚을 지게 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헝다사태의 경우 채무의 상환주체가 개별기업이고 우리나라는 주체가 가계인 것이죠. 근소한 차이점이 있지만 헝다 디폴트 사태가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황에 던지는 시사점은 큽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헝다 위기는 갑자기 초래된 것이 아닙니다.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계속된 규제와 레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그럼에도 헝다그룹은 당국의 위험한 신호를 간과했습니다. 오히려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과도한 빚을 지면서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헝다사태는 '회색코뿔소'입니다. 

우리나라도 가계부채의 심각성과 관련해, 대내외 경제기관들이 전방위적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규모와 가파른 증가 속도, 취약계층 차주와 2030 세대의 채무불이행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심화되는 부의 양극화 등 각종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데 이를 무시하면, 가계부채 뇌관이 터지는 순간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다가오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가계들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을 세워서 현재의 가계부채 리스크가 경기 연착륙으로 연결되도록 총력을 쏟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헝다 디폴트 사태처럼  '회색코뿔소'가 '퍼펙트스톰'을 몰고 옵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정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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