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人 위기감 고조되는데…회사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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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人 위기감 고조되는데…회사는 ‘나 몰라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2.13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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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대형 건설사에서 근무 중인 건설인들의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외 수주환경이 악화되면서 각 업체, 각 사업부문 임직원들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주주와 사측은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회사의 안위만 챙기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올해 국내 건설업계에서 건설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이슈는 두 가지가 꼽힌다. '대우건설-중흥건설그룹 M&A'와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 플랜트부문 분할'이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사안은 매각 주관사로 산업은행 M&A컨설팅실 등이 선정된 지난 5월 이후 재입찰 등 수많은 논란과 사회적 물의를 빚었음에도 약 6개월 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처리돼 입방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역대 최대 규모 노조 가입, 성공적인 임단협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대주주·사측에 실망한 수많은 대우맨들이 회사를 떠났다. 또한 현재는 해외파견을 요청하는 임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 번째 사안의 경우 건설인들은 충격뿐만 아니라 배신감마저 느꼈다고 한다. 지난가을 SK에코플랜트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에코엔지니어링사업부(플랜트사업부)를 분할·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1200명 가량의 해당 사업부 임직원들에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고, 이들은 사측의 불도저식 대규모 인력정리에 반발하며 노조까지 설립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사실상 단 하나도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다른 업체 노조와의 연대를 모색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했으나 신생 노조에겐 힘이 없었고, 사측은 1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플랜트사업부 분할·매각 안건을 처리했다. 

이 같은 흐름은 대형 건설업체 곳곳에서 감지된다. DL그룹(구 대림산업그룹)에서는 지난해 9월께 노조가 설립됐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자 사측이 각 사업부문 물적·인적분할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염려한 임직원들이 뭉친 것이다. 이 같은 노조의 염려는 현실로 이어졌다. DL이앤씨 등이 선제적 해외 플랜트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노사 간 단체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단체협약조차 체결되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교섭 과정에서 사측이 협상을 고의로 지연하고, 노조 측에선 녹취 금지 약속을 어기는 등 여러 문제들이 불거진 가운데, 현재는 사측이 '회사 밖·근무시간 외 교섭'을 주장하며 협상 자체가 멈춘 상황이라는 후문이다. 사측이 본격적으로 기싸움에 들어간 건데, 경우에 따라선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다음해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책임 소지를 놓고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각 건설사들이 대형 로펌 등으로부터 법적 자문을 받고는 중대재해 발생 시 CEO는 면책되고, 사고 책임을 임직원들에게 전가하는 방향으로 인사, 조직개편 등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신설한 GS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호반건설, 최근 조직개편 등 조치로 안전보건 관련 의사결정기구를 도입한 업체 등이 이 같은 의심을 받고 있다.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자'에서 '이에 준해 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자'에 대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움직임이다.

짐승 같은 시대, 정글 같은 사회에서, 그것도 공공이 아닌 민간기업에서 실적 부진, 저성과, 재무건전성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임직원들을 내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스마트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노동유연성이 요구되는 추세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물질적 보상이나 재취업 지원 등과 같은 후속 대책도 없이 함께 동고동락하던 구성원들을 무작정 회사 바깥으로 내모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ESG 경영에도 부합하지 않는 처사다. 더욱이 국내 산업계에서 의리와 명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하청업체들에게는 몰라도)으로 널리 알려진 건설업계가 아닌가. 각 업체들이 건설인들이 최근 느끼는 위기감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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