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文 정부와 거리두는 이재명, 모험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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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文 정부와 거리두는 이재명, 모험의 결과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12.16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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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선 긋기 나선 이재명…친문의 경계심 잠재울 수 있을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거리 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거리 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방역 잘한다고 칭찬받는데, 방역 사실 누가 했나. 여러분이 했다. 나라가 마스크 하나 사줬나. 소독약을 1개 줬나. 무슨 체온계를 하나 줬나.”

“지금 서울 집값 올라서 생난리가 났다. 공급을 늘렸어야 하는데 수요를 억제하다 보니 동티가 난 것이다.”

“한 번 정했다고 상황이 변하고 국민들이, 이 나라 주권자들의 의사가 변했는데도 그냥 밀어붙이는 건 벽창호라고 할 수 있다.”

누가 한 말일까요? 내용만 보면, 야권 인사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의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경북 경주를 찾아 문재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부동산 정책, 탈원전 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 후보가 이런 발언을 한 건 중도 확장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이 50%를 넘고 있는 만큼, ‘집토끼’만으로는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겁니다. 심지어 이 후보는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런 전략은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대선 후보는 중도 확장을 꾀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념적으로 완전히 다른 김종필·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나섰던 것도, ‘보수의 적자(嫡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왔던 것도 모두 중도 확장의 일환이었습니다. 여권 후보가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을 ‘밟고 올라서는’ 것 역시 전통적인 외연 확장 전략 중 하나죠.

그러나 이 후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전통적인 전략’을 활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우선 현직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너무 좋습니다. 임기 막판에 다다랐는데도 여전히 지지율이 40% 안팎을 유지하고 있고, 지지자들의 충성도도 높습니다. 과거처럼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외연 확장에 나섰다가는 ‘집토끼’들에게 먼저 공격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죠.

게다가 오랜 기간 이 후보와 갈등을 겪어 왔던 친문(親文)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후보만 혼자 고군분투한다’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지적은 이 후보에 대한 친문의 경계심과 맥이 닿아 있죠.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 비판에 나서는 건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을 흔드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을 비판하는 건 ‘그래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결국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과 ‘이대로는 필패’라는 위기의식이 결합된 결과로 보입니다. ‘역대급’으로 인기 좋고 충성심 높은 지지자들을 거느린 문 대통령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나선 이 후보, 과연 그의 ‘모험’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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