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스케치⑲] 저출산국 대한민국,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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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⑲] 저출산국 대한민국, 이대로 좋은가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1.12.18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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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 출산국 1위 한국 현실
결혼율 저하로 총체적 위기 직면
정부 출산 장려 대책은 유명무실
가족이 중요한 가치 인식 절실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작금의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갖가지 장애물과 사회적 가치가 급변하며 출산 기피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산국 1위로 불명예 딱지를 달았다. 결국 국내 총인구(국내 거주 외국인 포함)까지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더 큰 충격을 안긴다. 종국에는 국가의 존폐 위기까지 거론될 정도로 기로에 섰다. 과연 이대로 대한민국 미래는 안전한가.

출산 저하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문제시된다. ⓒ연합뉴스
출산 저하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문제시된다. ⓒ연합뉴스

출산율 절벽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가족계획 캠페인은 호랑이 담배 피던 오래전 옛말이 됐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출산 억제 정책을 실시하다가 2005년에 이르러 출산 장려 정책으로 돌아섰다. 2000년대 들어 지나친 출산율 감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도리어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대까지 떨어지는 등 인구절벽이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 통계(확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 2300명으로 1년 전보다 10.0% 감소했다. 2001년 55만 9900명을 기록했던 출생아 수가 20여 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으로 두 명이 결혼해 한 명도 채 낳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가 됐다. 이는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남녀 모두 초혼 연령이 상승하면서 첫 아기의 출산이 늦어지게 되고 이는 낮은 출생률로 이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하는 이들이 줄면서 혼인율마저 떨어져 우려가 더 커져간다. 올 상반기 혼인 건수는 9만 6265건으로 1년 전보다 1만 3012건(11.9%) 감소했다. 혼인 건수는 상반기 기준 가장 적었고, 감소폭은 역대 최대였다. 혼인율이 떨어지면 출산율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이중고에 직면했다.

출산율의 감소 원인

그렇다면 이렇게 심각한 사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저출산은 우선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젊은이들의 취업률 저하에 따른 결혼 기피 또는 결혼을 늦추는 추세가 결정적 문제다. 결국 혼인이 감소한 배경에는 팍팍한 청년들의 삶과 연관 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 취업난, 노동시장에서의 불안정한 일자리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청년층은 출산은 물론 결혼 까지 꺼리게 되는 형국이다.

설사 취직이 되었다 할지라도 고연봉 전문직과 대기업, 안정적인 공무원 등 외에는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러니 결혼을 늦추거나 결혼을 했어도 맞벌이로 인해 양육 어려움으로 출산을 늦추거나 한 자녀만 갖는 흐름이다. 이에 결혼하고 싶어도 직업과 주택 문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도 양육과 보육의 부담 등 사회 구조적 문제가 저출산으로 나타난다. 또한 신혼부부의 이혼으로 생기는 출산율 저하, 여권 신장과 경제의 자립으로 독신여성들이 많은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원인으로는 자녀의 효용가치 감소를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종족 보존이라는 구시대적 가치와 자녀가 노동력의 원천이자 노후의 보장책으로 인식되었다면 오늘날의 자녀는 값비싼 투자의 대상으로 변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 둥지를 떠나기까지 과도한 투자와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한국적 상황에선 '아이 낳기가 겁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니 결혼할 여건 안 되면 그냥 안 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고 급기야 저출산에 이른다.

저출산의 부작용

저출산 추세가 계속되면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은 가중된다. 새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미래세대가 부양해야 할 고령층은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세우기 위해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최근 5년(2016~2020년) 간 저출산 대책에 150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출산율은 도리어 악화되는 모양새다.

집값 상승과 사교육비 부담 등 출산을 기피하는 구조적 요인은 방치한 채 현금성 지원에만 기대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현재 집값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이 저출산 등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출산 지원이나 양육 시스템 등 저출산과 관련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는 한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인다. 경제가 안정화되면 출산하고자 하는 의지가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졌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2070년 장래인구 추계’에서 올해 총인구가 5175만 명으로 지난해(5184만 명)보다 9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인구 절벽’ 시기는 2029년으로 예상됐다. 예상보다 8년 앞당겨진 셈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50년 후인 2070년에는 지난해 인구의 70%인 3,766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구학자들은 한 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3명보다 낮은 수준에서 3년 이상 지속될 때, 그 나라는 단순한 저출산국이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정치, 국방 등 많은 분야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거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구 감소는 저생산, 저소비로 이어져 경제는 위축되며, 특히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부양 부담과 복지비용 증가로 사회 불안정과 갈등 심화 등 인구 재난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즉 한 국가의 저출산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노동력 부족, 경제 성장 둔화, 청장년층의 노년층 부양 부담 증가 등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출산 장려 대책, 왕도는 있나

저출산 해법을 위한 현존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과 출산장려금 지원, 육아휴직, 출산전후 휴가 제도 및 유아 학비 지원 등이다. 그러나 모두 정책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정부가 무상보육 등 저출산 대책에 9년간 무려 66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저출산의 원인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혼부부 임대주택은 경우 2009~2019년까지 연평균 1만 7000채가 공급됐지만 실제 계약물량은 절반을 조금 넘는 8700채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작은 주거면적(36㎡ 이하)과 신혼부부 생활지역을 고려하지 못한 입지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양적 공급 목표 채우기에 급급하면서 실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유아 학비 지원은 2013년부터 시행된 무상보육·교육(누리과정)에 대한 것이다. 이 역시도 정책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의 방과후과정비 등이 인건비 인상과 수요 증가 등으로 물가 상승률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학부모의 지출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저출산을 막기 위한 국가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은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저출산의 가속화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고 최소수준의 인구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출산에서 양육, 교육에 이르기까지 출산의 주체인 여성의 관점에서 획기적인 패러다임이 절실히 요구된다. 워킹맘이 직장에 다니면서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과 재원의 상당 부분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의 활성화를 통해 교육비를 줄이는 방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고등학교 대학교 등록금은 자녀수에 따라 차등 납부하는 등 각종 혜택도 절실하다.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OECD국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사교육비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는 방안, 지옥 같은 대학입시 제도를 해결해 주는 특단의 대책 등 마음 놓고 자녀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여건이 구체적으로 조성될 때 즐거운 마음으로 출산을 선택할 여성들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유럽, 특히 프랑스 등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프랑스와 스웨덴의 사례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양성평등의 생활화를 주요 내용으로, 남녀 모두 육아와 일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양육비 지원, 다양한 보육제도 외에도 미혼모와 동거부부에게도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확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인생의 의미는 뭘까

전통적 사고방식을 벗어나 결혼과 출산이 선택의 영역으로 들어온 시점부터 어느 선진국이나 출산율 하락을 겪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제는 출산율 하락 속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빨라 세계 최저 수준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엔 경제적 문제이외에 가치관 문제가 대두된다.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채워주고 만족스러운 것으로 만들어주는지 주관식으로 묻고 응답을 분석한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서구에선 가족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의미로 꼽혔다. 17개국 중 14개국에서 가장 많이 꼽은 요인이 가족이었다. 둘째는 직업 및 커리어, 셋째는 물질적 풍요였다.

반면, 한국의 1위는 물질적 풍요(19%)다. 2위는 건강(17%), 3위가 가족(16%)이다. 다른 나라의 20대가 친구 등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율이 대체로 20%를 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20대는 그 비율도 3%에 불과하다. 가족이든 친구든 인간적 관계에 부여하는 가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확연히 낮은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당장 10년 후 우리나라의 모습은 과연 어떨지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갖가지 저출산 원인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 처방과 함께 본질적으로 가족의 중요성과 인본주의적 가치관을 재확립하는 사회로 거듭나, 출산율 절벽에서 벗어나는 그날이 오길 바라본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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