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예견된 윤석열 ‘설화’…더 나은 삶을 위한 진정한 ‘자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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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예견된 윤석열 ‘설화’…더 나은 삶을 위한 진정한 ‘자유’란?
  • 조서영 기자
  • 승인 2021.12.25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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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 ‘설화’는 예견된 참사
정책 제시 통한 자유, 보수의 가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 열아홉의 A씨에게 ‘자유’란 스물이었다. ‘대학만 가면’이란 구절 뒤에 붙는 달콤한 자유를 철석같이 믿었다.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 책상 앞에서 버텨냈고, 좋아하지 않는 과목도 꾸역꾸역 밑줄을 그으며 소화해냈다. 그러나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합격하고서야 선생님들께서 말한 자유에 돈이 든다는 것을 알았다.

#. 스물의 A씨 통장엔 정확히 230원이 찍혀있었다. 비싼 입학금과 등록금을 내고 나니, 삼각 김밥 하나도 살 수 없는 돈이 남았다. 교복과 두발 제한에서 벗어났지만,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한 머리를 할 자유가 그에겐 없었다. 카페에 가서 얘기를 나누고, 술집에서 진탕 취하는 것에도 값이 들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학교를 다니는 그에게 자유를 만끽하는 건 사치였다. 분명, 푸른 봄철을 의미하는 ‘청춘(靑春)’이었다. 그러나 부유한 정도에 따라 푸름의 정도는 각기 다른 시기였다.

#. 스물하나, 스물둘의 A씨 친구들은 하나둘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섰다. 군대에 가거나, 교환 학생이나 해외여행을 떠났다. 휴학을 하고 고시나 대학원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렸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에도, 마음껏 공부에 매진하는 것에도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몇 차례 불합격해도, 몇 번이고 쉬어가며 꿈을 쫒아도 되는 이들과 달리, A씨는 삶과 타협해 ‘적당한’ 선택지를 골라야 했다.

#. 스물일곱의 A씨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내 겨우 목적지에 다다랐다. 그가 먼 길을 돌아오는 동안, 값을 지불할 수 있는 친구들은 더 쉽고 빠르게 도착한 뒤였다. 자유인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집과 차를 사고, 사랑하는 이와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는 것, 그 모든 것이 까마득해 보였다. 1000원, 2000원 차이를 망설이지 않으며, 경제적 이유로 꿈을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그의 조부모가 부모에게, 또 그 부모가 그에게 그랬듯, A씨 역시 그러한 자유를 줄 수 없으리라 판단했다.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가 말하는 ‘자유’가 A씨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올까ⓒ시사오늘 김유종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가 말하는 ‘자유’가 A씨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올까ⓒ시사오늘 김유종

그렇다면 A씨가 무엇이 아름다운지, 또 무엇이 건강하고 맛있는지를 ‘무지하거나’, ‘필요성을 몰라서’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가 더 편하고 좋은 길을 두고도 돌아가야만 했던 건, 이를 ‘선택할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택한 대가로 지불해야 할 값을 너무도 ‘잘 알기에’ 스스로 자유를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데 있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계급이 아닌, 본인의 노력에 따라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고, 더 큰 집과 더 좋은 차를 살 수 있는 ‘경제적 자유’가 핵심이다. 이는 다름 아닌 산업화에 앞장서온 보수가 지금껏 강조해온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수는 불행히도 박정희 시대부터 지금까지 가치만 있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A씨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취업 전까지는 두터운 복지다. 또한 그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성장이 필수다. 이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과 정책, 그리고 규제를 풀어 기업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가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다.

대선이 70여 일이 남았지만, 보수 진영은 이에 대한 뚜렷한 정책이 없다. 그러다보니 자꾸 설화가 생겨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2일 전북대학교 미팅에서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책 제시 없이 막연히 복지 필요성을 얘기하다 겪은 설화다.

앞서 윤 후보가 성장을 위한 정책 제시 없이, ‘최저시급도 안 받고 일할 자유’나 ‘120시간 노동할 자유’를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조부모-부모 세대를 거쳐 본인에게 대물림된 가난을 끊고, 경제적 이유로 선택지를 포기하지 않는 세상. 이들에 대한 진정한 자유를 고민해 정책 제시까지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보수의 진정한 가치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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