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발파공사 사회적 갈등, 이대로 지켜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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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발파공사 사회적 갈등, 이대로 지켜봐야 하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1.12.27 11:4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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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정·기준 정비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온수터널 발파공사에 반대하는 인근 향동지구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에 둘러싸였다 ⓒ 향동지구 주민 제공
온수터널 발파공사에 반대하는 인근 항동지구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에 둘러싸였다 ⓒ 항동지구 주민 제공

최근 주택·토목 공사현장 내 발파작업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늦장 공급대책, 대출 규제를 앞두고 시행·시공사들의 물량 밀어내기 등 영향으로 주택 건설현장이 늘어난 데다,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교통망 구축 관련 공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도심 안팎에 토목 공사현장까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발파 공법을 사용하는 현장이 증가한 만큼, 불안감을 호소하는 현장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진 건데요.

실제로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는 1만5000명 가량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항동지구 한복판에서 온수터널 공사가 강행되면서 터널 굴착·폭약 발파 작업에 대해 우려하는 주민들과 국토교통부·시행사·시공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경기 광명 철산동 소재 현충근린공원 일대에서는 현충터널 건설을 추진하는 재개발조합과 지방자치단체, 주택 붕괴 등을 염려해 터널 공사를 반대하는 단독주택 밀집 지역 내 주민들의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피해 사례도 있는데요. 강원 홍천 홍천읍 일원에서 금호건설이 시공을 수행 중인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최근 암석층 지반을 깨고자 발파작업을 실시했는데, 인근에 위치한 단독주택 외벽, 화장실 타일 등에 균열이 생기고 깨졌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경기 구리 대형 싱크홀 현상의 원인이 인근에서 진행된 지하철 8호선 연장선 별내선 터널 공사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죠.

발파공사는 사회적 갈등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현장 인근 주민들은 발밑에서 폭발하는 폭약들 인해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 분진 등에 따른 물적·정신적 피해, 대형 재난(단 1%의 가능성이라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기 마련인데, 반대로 시행·시공사는 발파공사가 지연되면 공사기간 연장이 되고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 주민 반발과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라도 작업을 강행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죠. 어느 쪽 편을 들어줘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문제입니다. 이 같은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국회 등이 관련 입법활동과 제도 개선에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현재 발파공사 관련 규정·기준들을 보면 과연 이들이 해당 문제를 해소하고자 관심을 기울이거나 노력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내 집 앞, 내 발밑에서 발파가 이뤄진다면 그 작업은 내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어야 할까요,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어야 할까요. 남의 일이라면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내 일이라고 가정하면 아마 다들 전자가 당연하다고 여길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민 동의를 구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어떤 공사현장인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 요식적인 주민설명회, 의견수렴회 등 따위만 열면 됩니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다 돈 때문입니다. 주민 동의 70~80% 받는 데에 얼마나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되고, 공사기간은 또 얼마나 많이 지연되겠습니까. 시행·시공사는 물론, 정부·지방자치단체 등도 바라지 않겠죠. 그럼에도 이 부분은 일단 넘어갑니다. 주택 공급, 교통망 구축 등 국책사업들이 지지부진해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다 집을 분양받고, 도로·철도를 이용하는 우리들에게 전가될 테니까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관련 기사: [기자수첩] "온수터널, 동해선, 백신패스, 그리고…",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4711)이라고 합시다.

이제부터 살펴볼 건 더 기가 막힙니다. 한번 더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국민안전 측면에서 발파공사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진동'과 '소음'일 겁니다. 주거지 또는 문화재 인근이나 지층이 약한 곳에서 대규모 터널 굴착·발파 작업이 이뤄져 폭약을 터뜨릴 때 큰 진동이 발생한다면 균열, 침수, 침하 등은 물론, 대형 재난마저 발생할 수 있겠죠. 소음은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유발합니다. 특히 학교나 학원가, 종교시설 등 근처에서 발파에 따른 소음이 생기면 학습권과 자녀교육권, 예배 권리 등 기본권 침해 가능성도 제기될 겁니다. 비록 주민 동의는 구하지 않더라도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진행돼야 상식적일 테고, 이를 위해선 발파공사 시 진동·소음에 대한 규정과 기준이 명확해야 겠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발파공사 시 진동·소음에 대한 규정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LH한국토지주택공사, 그리고 공사별 시방서 등이 제시하는 규정·기준이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발파진동 허용 기준치의 경우 각 부서와 기관마다, 어떤 건축물인지에 따라 0.1~5.0cm/sec(kine, 진동속도)으로 천차만별입니다. 같은 공사, 같은 건축물임에도 기관별 규정·기준이 다른 경우까지 있는데요. 발파진동에 대한 허용 기준치를 일원화하고 있는 독일, 스웨덴, 스위스 등과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이 같은 규정·기준은 그마저도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계측기를 어떤 방식으로 고정하느냐, 방향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진동·소음 수치가 크게 차이나는데 우리나라는 발파진동 등 계측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계측 과정에서 관계당국과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안 되고요. 시공사 측이 계측한 수치와 민간 전문가가 계측한 수치 간 2~3배 가량 괴리가 생기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현충터널 공사에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현충터널 공사현장 인근 주민 제공
현충터널 공사에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현충터널 공사현장 인근 주민 제공

물론, 국내에서도 건설현장에 통용되는 규정·기준이 2개 있긴 합니다. 우선, 소음·진동관리법입니다. 동법 시행규칙에서는 건설·생활 소음·진동의 규제기준을 50~70dB(A)로 규정하고 있으며, 공사장의 경우 진동 발생 시간(사전신고 대상 기계·장비를 사용하는 작업시간)이 1일 2시간 이하일 시 여기에 +10dB까지 허용해줍니다. 일반적인 건설현장의 소음·진동의 규제기준은 75dB 안팎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왜 이 규정이 일선 공사현장에서 통용되냐면 이것이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시행·시공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발파작업으로 현장 인근 주민들이 소음·진동 피해를 입더라도 75dB 안팎만 넘지 않으면 시행·시공사에게 책임이 돌아가지 않는 겁니다. 그 책임 입증은 피해자들이 해야 되고요. 실제로 인천~김포고속도로 현장에서는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해 터널 굴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근 건물에 금이 가고, 땅이 내려앉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시행사인 인천김포고속도로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75dB 등 기준을 지켰다며 법정 공방에 돌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수행한 경기 부천 푸르지오 시티타워 공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고요.

또 다른 규정은 소음·진동관리법과 '총포ㆍ도검ㆍ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상 화약류 사용 관련 규제입니다. 소음·진동관리법 제25조에는 '폭약의 사용으로 인한 소음ㆍ진동피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시ㆍ도경찰청장에게 총포ㆍ도검ㆍ화약류등단속법에 따라 폭약을 사용하는 자에게 그 사용의 규제에 필요한 조치를 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총포ㆍ도검ㆍ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 제18조에는 '경찰서장은 화약류 사용의 목적ㆍ장소ㆍ일시ㆍ수량 또는 방법이 적당하지 아니하거나 공공의 안전유지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허가를 해선 안 된다'고 각각 명시돼 있습니다. 발파공사 시 소음ㆍ진동피해가 우려될 시에는 '공공의 안전유지'를 위해 폭약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이 규정들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관리·감독 의무와 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경찰이 터널 굴착·발파 작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이죠.

참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이런 가운데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사례도 있습니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1-1생활권 단독주택용지 조성사업에 계획된 발파공사에 인근 신축 아파트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일이 지난해 있었습니다. 장기간 지속된 이 사회적 갈등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적극 조정에 나서고, 이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약 8개월 만에 극적인 타결을 봤습니다. 공사기간 단축, 발파진동·소음 허용 기준치 강화 등 권익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입주민 등 당사자들이 수용한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해당 현장이 세종이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현장 인근 신축 아파트 중 공무원 특별공급이 이뤄진 단지가 없었다면 과연 이 같은 합의가 도출될 수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발파공사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관계당국, 국회 등 입법부, 일선 공무원들의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개발·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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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주민 2021-12-29 22:26:46
국토부와 시행사는 유명무실한 법을 핑계로 문제없다고 하고 있으며 시공사는 폭력과 폭언으로 항의하는 주민을 억악해도 경찰은 본척도 안합니다

꾸꾸 2021-12-29 20:03:50
향동아니고 항동이죠... 기자님

2021-12-28 11:01:13
아이들 유치원 초.중학교 아래 폭약 발파공사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한헌정 2021-12-28 10:04:02
어떤건설을 하던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헙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발파 작업으로 공사를 강행하는것은 정말 위험함니다.하물며 많은 세대의 주민들 거주하는 곳에 대규모 발파 작업으로 공사를 하는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불바 2021-12-28 09:48:51
모두들 대선에만 정신이 팔려 사회적 약자들에게 눈길도 안주는 요즘, 이런 무거운 주제로 기사를 올려주신 기자님께 감사를 드리며, 두어가지 첨언하고자 합니다.
현장의 계측기 조작 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계측기 조작은 외국처럼 진동센서를 매립하거나 볼트로 고정 또는 최소한 모래주머니로 고정만 시켜줘도 근사치와 가깝게 나오는데, 이런걸 주관하는 경찰에서도 모르고 기술자들은 더욱 모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경찰관이나 관련 기술자들도 폭약이나 뇌관, 그리고 계측기에 관한 최소한의 교육은 있어야 합니다.
현장에 돌면서 보면 시험발파에 참관나온 경찰관들도 그렇고 이 행사를 주관하는 발파 기술자들도 그렇고 교육이란걸 받아본 적이 없다는데 머리가 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