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의 사회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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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의 사회적 가치
  •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 승인 2021.12.29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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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에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힘겨운 유년시절을 보내는 흑인 청년 마이클이 등장한다. 마약에 중독돼 가정을 버린 어머니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돌봐줄 사람이 없어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자신의 탁월한 체력과 운동신경을 알아본 학교 코치 덕분에 미식축구를 시작하게 된다.
 
이후 마이클은 어떻게 됐을까. 그는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해 NFL 선수가 됐으며, 2013년에는 팀이 슈퍼볼에서 우승하며 맹활약했다. 그의 이러한 성과는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리 앤 투오이라는 인물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었다. 노숙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그를 직접 집으로 데려와 보살피고 18살이 되던 해 정식 입양해 교육을 시켜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마이클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원하던 미식축구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지난 3년여 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와 전통시장 등 현장에서 만난 127명 고객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두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이었다. 필자가 안산센터에서 상담한 고객은 중증 청각 장애가 있음에도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금 체불로 카드론 등 대출금을 연체했고, 휴대폰까지 정지돼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일단 채무조정을 통해 연체한 대출 이자를 탕감하고 원금도 50% 이상 줄여 8년간 월 상환부담을 10만원 정도로 줄였다. 아울러 장애인인 지인 집에 얹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주거급여와 생계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안내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안산센터에서 원스톱으로 주민센터에 신청을 도와드리자 그분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기울여 들어주고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연신 말씀하셨다.

그간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는 서민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왔다. 50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신분증 하나만으로 상담할 수 있는 종이 없는 상담창구를 구축한 데 이어 휴대폰으로 햇살론 등 다양한 서민금융서비스를 간편하게 상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앱과 챗봇도 출시했다. 아울러 ARS였던 1397콜센터를 상담사가 바로 받는 방식으로 개편해 정보가 부족하고 생업에 바쁜 서민들이 서민금융 서비스를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서금원과 신복위의 앱 다운로드 수는 150만 건, 챗봇상담 이용건수는 185만건이며,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8점으로 고객들로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서민들이 스스로 재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금융교육과 신용·부채관리컨설팅, 신용복지컨설팅 등도 제공 중이다. 서금원의 신용·부채관리컨설팅 서비스는 컨설팅 종료 3개월 후에도 이용자 57%의 신용점수가 평균 63점, 최고 458점까지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금융교육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위주로 빠르게 전환해 올해 11월말까지 37만명에게 교육을 제공했으며, 2021 대한민국 경제교육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달성했다.

이러한 고객중심 서비스 혁신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졌다. 지난 2년간 서민금융지원과 채무조정을 통한 ESG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서금원은 1조3450억 원, 신복위는 6202억 원의 가치를 창출했다.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 전자문서화 등을 통해 고객의 직접 방문을 줄이고 종이 사용을 없애 서금원은 875톤, 신복위는 933톤의 탄소배출도 저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민금융지원을 통해 서민의 금융부담을 절감한 것은 물론, 앱, 챗봇 등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코로나19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지난 2월에는 유엔 사회개발위원회로부터 국내 공공기관 중 최초로 서금원, 신복위의 지원모델이 서면의견서로 공식 채택돼 소득 양극화와 빈부격차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세계은행은 빈곤퇴치를 위한 경제포용 프로그램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강화’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 서민금융은 매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복지제도와 달리 시장 원리를 활용해 저금리 대출과 채무조정을 지원하고, 이용자가 신용을 높여 안정적인 금융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유일무이’한 서민지원모델이다. 

앞으로도 서금원과 신복위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취약계층이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하게 지원하고,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심화된 빈곤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 이는 바로 서민금융이 실현하고 확산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계문 원장은···

現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現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前 기획재정부 대변인
前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관
前 주미국대한민국대사관 공사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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