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윤석열이 ‘김종인-이준석’과 결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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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윤석열이 ‘김종인-이준석’과 결별한 이유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01.05 17:1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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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아바타 되는 순간 윤석열은 죽는 전쟁 
이준석 무능 프레임에서 벗어나 리더십 회복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사실상 선대위 해체를 선언해 '김종인-이준석'과 결별한 것으로 읽히는 가운데 흔들리는 리더십이 회복될지 주목되고 있다.ⓒ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사실상 선대위 해체를 선언해 '김종인-이준석'과 결별한 것으로 읽히는 가운데 흔들리는 리더십이 회복될지 주목되고 있다.ⓒ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윤석열은 연기만 해달라.”

지난 3일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한 말이다. (5일 현재 그는 물러났다) 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선후보를 ‘김종인의 아바타’로 만들어 벼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LH 문제,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을 접한 시민들은 정치권을 둘러싼 그들만의 카르텔에 이골이 나 있었다. 어쩌면 ‘윤석열’을 국민이 부른 건 그런 까닭이다. 기존 정치 문법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고작 3개월 정치 입문이 다인 그가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었다. 

 

1. ‘김종인 아바타’ 만든 순간 ‘윤석열 죽이기’ 돼버려


‘김종인의 아바타’로 전락하는 순간 수세에 몰려있던 ‘윤석열’은 남아있던 힘마저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불현듯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겪은 일이 생각났다. 19대 장미 대선 당시 안 후보는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인해 ‘MB 아바타’ 설에 휩싸였다. 선두로 치고 나가려던 기세가 고꾸라진 건 그 때문이었다. 아바타 설이 끼친 악영향은 컸다.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연기만 해달라’는 발언에 그의 위신은 아바타, 허수아비로 곤두박질쳤다. 국민은 윤 후보의 언행을 두고 김종인 위원장과 연관시킬 게 뻔했다. “꼭두각시로 만들었으니, 어느 국민이 믿고 지지할 수 있겠나?” 한 택시 운전기사는 혀를 찼다.  

같은 날 민주당 지지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호재다.”, “선거 볼 필요도 없다.” “윤석열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말이 들렸다. ‘김종인의 아바타’로 뒤바뀐 순간, 그 의도야 차치하고 ‘윤석열 죽이기’가 됐다.

 

2. 며칠간 김종인-이준석 행보…‘겹쳐 떠오르는 것’


김종인 위원장의 의중은 무엇일까. 실언일 수도 있고, 본심이 무심코 나온 것일 수도 있고, 진짜 의중은 그런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며칠 간의 행보를 보면 그려지는 윤곽은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이준석 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다. 별말이 오가지 않은 듯 끝나는가 싶었지만, 다음날(1월 1일) 이준석 대표는 유튜브 채널 YTN플러스 <안녕, 대선?>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를 겨냥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이길 것 같다”고 비하했다. 그 말이 있고 또 다음 날인 1월 2일 김종인 위원장은 “앞으로 윤 후보의 메시지는 내가 전부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뒤 다음 날인 1월 3일. “윤석열은 연기만 하라”고 한 발언이 튀어나왔다. 

나아가 김종인 위원장은 선대위 6개 본부장 해임안을 발표하면서도 윤석열 후보와는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이준석 대표와 향후 어떻게 선대위를 꾸릴지 논의하겠다고만 했다. 일각서 쿠데타라는 반발이 치솟으며, 같은 날 우여곡절 끝에 선대위 지도부 책임론에 따라 전원 사퇴 소식이 들려왔다. 그 안에는 총괄 책임자인 김 위원장도 포함돼 있었다.

 

3. 이준석 리스크 방치한 김종인 책임론, 깐부라 가능?


하지만 ‘사퇴가 아니다’고 번복해 준 이가 등장했다. 이준석 대표였다. 얼마 안 가 김종인 위원장도 사퇴가 아니라고 정정했다. 선대위 공식 발표도 뒤집을 만큼 양자 사이의 교감이 끈끈함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이를 지켜보며 “둘은 깐부”라고 의심했다. 둘간의 교감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그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은 이준석 대표의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이를 방조한 김종인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며 “무능의 극치”라고도 했다. 그런데 4일 당일 돌아가는 흐름을 보니 훤히 알게 됐다고 했다. 

돌아보면 울산회동 때도 ‘이준석의 복귀 순간 타진된 것이 김종인의 선대위 합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시점부터 ‘윤석열의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었다. 포용과 통합을 위해 나선 것이었지만, 그 이후 계속되는 내부 총질에 대응 못 한 모습은 ‘결단력 없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집토끼들에게조차 지도자 답지 못하다는 의심을 샀다. 

 

4. 무능 프레임 가속화 ‘부채질’


윤 후보에 대한 ‘무능 프레임’이 가속화된 것은 연신 정치 초짜임을 광고해온 이준석 대표 탓이 컸다. 황핵관’(황교안), ‘윤핵관’(윤석열) 저격 등 내부 투쟁에 능했던 이 대표는 과거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병X 프레임',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노욕 프레임'으로 공격해왔다는 추측을 산 바 있다. 이번에도 윤 후보를 상대로 비슷한 평가가 그를 통해 들렸다.

김 위원장 역시 스스로 '짜르'를 표방하며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막말도 서슴지 않아 왔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셋이 모여 한 사람 바보 만들기 쉽다. 당 밖에서야 그렇다 치지만, 당 안에서마저 후보를 우스꽝스럽게 만든 이들이 총괄선대위원장었고, 당대표였다는 생각이다.

 

5. 흔들리는 리더십 복구의 신호탄 ‘주목’ 


5일부로 선대위는 해체됐다. 숙고의 시간을 거친 윤 후보의 결단 뒤 김 위원장은 물러났고, 이 대표의 선대위 합류도 없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만약 윤 후보가 이번에도 두 사람을 품고 갔다면, 그의 리더십은 영구적으로 복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일까. 홀로서기를 통해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가운데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보의 메시지를 지켜봐 달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P.S.


한편 윤 후보는 이후에도 조언을 구하고 싶다며 덕담했지만, 김 위원장은 물러나면서도 윤 씨, 국운이 다했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퇴 촉구가 빗발치는 와중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

앞으로도 총질은 계속될 거라는 관측들이 심심찮다. 사임을 표함에 앞서 정권교체를 위해 한 번 쓰이고 버려져도 좋다던 신지예 전 새시대수석부위원장의 발언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파리떼는 누굴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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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dudgh 2022-01-06 12:49:23
윤기자님의 정확한 분석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렇게 정리해 보니까 이해가 됩니다. 팟팅!!!

kks 2022-01-05 18:01:16
더 늦기 전에 ~ 홍준표 로 교체 해야 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