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지지율 폭락으로 위기를 맞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극약처방’을 내렸습니다. 윤 후보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대책위원회를 전면 해산한 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난맥상(亂脈相)의 원인으로 지목된 ‘매머드 선대위’를 해체하고 새 판을 짬으로써 지지율 반등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윤 후보의 ‘승부수’는 통할까요. 우선 지금보다 나아질 건 분명해 보입니다. 후보 선출 후 불과 두 달 만에 윤 후보 지지율이 폭락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됩니다. 비대한 선대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 첫 번째, 각종 실언으로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것이 두 번째,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으로 ‘공정과 정의’라는 상징 자본이 훼손된 것이 세 번째입니다.

이 가운데 최근 윤 후보를 골치 아프게 했던 건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이후 캠프 내 알력 다툼이 심해지면서 온갖 잡음이 쏟아지더니, 얼마 전에는 이준석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며 또 한 번 내홍을 겪었습니다. 그 사이사이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 외부 인사 영입 논란이 채웠습니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선대위였죠.

때문에 윤 후보의 선대위 전면 해체 선언은 지지율 하락 추세를 멈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미 선거에서 이긴 것처럼 벌써부터 ‘자리 나눠먹기’를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윤 후보 스스로 홀로 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게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의심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변화된 모습을 보일 때까지 시간을 버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대위 해체가 ‘하락 멈춤’을 넘어 반등의 모멘텀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여전히 두 번째와 세 번째 리스크가 남아 있는 까닭입니다. 요 근래 선대위 잡음으로 시선이 쏠려서 그렇지, 사실 윤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본인의 잦은 실언 탓이었습니다. ‘주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쉬는 게 좋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 발언에서부터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른다’는 말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을 뜨악하게 만드는 실언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뚜렷한 비전과 정책 없이 반문(反文) 캠페인으로 일관하고, 자신이 내놓는 정책을 숙지하지 못한 채 참모에게 물어가며 발표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과연 저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올라도 될까’라는 의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선대위 해산을 발표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겠다”,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대선이 겨우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런 약속만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인 윤석열’의 최고 자산이었던 상징 자본이 훼손된 게 문제입니다. 윤 후보가 정치 입문 4개월 만에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건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동안 쌓아 올린 ‘공정과 정의’라는 상징 자본 덕분이었습니다. 국민들은 ‘옳은 건 옳고 틀린 건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윤 후보가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적격자라고 판단했고, 그를 제1야당 대선 후보로 밀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 윤 후보를 보며 ‘공정과 정의’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검찰총장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수많은 비판에도 지켜왔던 ‘공정과 정의’ 이미지는 겨우 두 달여 만에 ‘리더십 부족’, ‘비전과 정책 부족’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은 기름을 부었습니다. ‘썸트렌드’에서 윤 후보의 지난 한 달치 연관 검색어를 분석해 보면, 김건희(15만9297건), 장모(4만2509건), 부인(4만3605건), 경력(3만5146건) 등의 단어가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윤 후보가 선대위 해산을 통해 반등의 첫 단추를 꿴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락 일로인 지지율의 추세를 바꿔놓으려면, 뚜렷한 비전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공정과 정의’라는 상징 자본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후보 스스로가 바뀌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들입니다. 과연 윤 후보는 지난 시간의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모두가 기대하던 제1야당의 ‘강한 후보’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