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지금은’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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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지금은’ 잘하고 있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1.05 1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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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최근 주택 가격 하락세를 확고한 하향 안정세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근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집값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다", "다음 정부를 위한 안정적 자산(주택 공급)을 물려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지역과 무관하게 하향 안정세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부연했다.

동태도 그러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살펴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주차 0.13%에서 4주차 0.05%로 오름폭이 현저히 떨어졌다. 서울, 수도권, 광역시, 지방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조정기에 진입할 거라 자신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앞선 통계들을 거론하면서 "정부는 그동안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한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 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산이 들썩한 끝에 쥐 새끼 한 마리'라는 옛말이 있다. 요란하게 일을 벌였음에도 별로 결과가 신통치 않았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 때 선거 유세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언급했던 부동산 보유세 인상, 임대소득 과세 강화,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 대부분 정책을 180석의 여당과 함께 실현시켰다. 현 정권의 부동산대책 발표 횟수는 26번째부터 세본 적이 없다. 집값을 잡겠다며 참 요란하게 일을 벌였고, 시장도 그에 보폭을 맞춰 요란하게 흘러갔다. 그 사이 김현미는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이 됐고, 집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그리고 임기가 반년도 안 남은 지금 집값 상승폭이 꺾인 걸(하락 전환도 아니다) 놓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자평 중이다. 그야말로 '산이 들썩한 끝에 쥐 새끼 한 마리'다.

실효성이 이제서야 나타난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은 분위기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전세대출, 중도금대출, 잔금대출 등 부동산 대출을 꽁꽁 묶어서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이 본격적으로 축소되기 시작한 시기(세종·대구 제외)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공개한 지난해 10월 전후다. 그런데 부작용이 상당하다. 현 정권이 주적으로 삼은 투기세력뿐만 아니라, 선량한 시민인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돈줄까지 묶여서다. 이처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융 규제'는 '금리'와 함께 부동산 정책의 '보완책'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대출 다 막아서 집값 떨어뜨리는 건 삼척동자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패자와 승자가 항상 극명하게 갈렸던 부동산 시장인데, 이젠 극소수를 제외하곤 패자밖에 없다.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1주택자는 이동이 어려워졌다. 다주택자는 각종 세금 때문에 불만이 많다. 무엇보다도 폭등한 부동산 시장은 사회적으로 패자를 양산하고 있다. 집이라는 수단과 목표가 사라진 사람들이 취업,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고 있으며, 자산 불평등에 따른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때문에 사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현 정권 주요 인사들이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건 참 잘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희망이 없는 부동산 현실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서다. 또한 '다음 정부를 위한 안전적 자산을 물려주는' 측면에서도, 묶였던 대출 규제가 풀렸을 때 팝콘처럼 집값이 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신호를 수요자들에게 계속 보낼 필요가 있다.

처음은 창대했으나 미약하게 끝내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요란했으니 끝까지 요란하게 가는 게 낫다. 올해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도 이뤄질 전망이다. 예년과 같이 집값이 크게 뛸 가능성은 현저히 낮고, 당분간 강보합 또는 약보합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권은 지금 이 시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하락 신호를 보내고, 자신들이 집값의 기세를 꺾었다고 많은 홍보활동을 펼쳐야 한다. 단, 정책적으로는 더이상 아무 것도 내놓지 말고,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딱 지금처럼만 하면 정말 부동산 정책 잘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 새해가 밝았다. 〈한국일보〉가 청년재단과 공동 기획해 전국 만 19~34세 남녀 642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7~26일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해 지난 2일 내놓은 부동산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지난 5년간 부동산 문제로 결혼과 출산, 자산 형성 등 인생 전반의 계획이 달라졌다'고 한다. 또한 〈서울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1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일 공개한 새해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을 통틀어 가장 잘못한 정책'은 '부동산 정책'(40.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차기 대선을 통해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모쪼록 국민들에게 힘이 되고, 희망을 주는 부동산 정책을 시행했으면 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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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22-01-06 09:32:50
세로드립ㅋㅋㅋㅋㅋㅋ